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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기중인 시안에 대형 한국바람이 분다.

​​​​​​중국 진시황 시절 부터 13개 왕조가 1100년 동안 수도로 삼았던 시안(西安). 우리에게는 당나라 때 수도인 장안(长安)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도시다.

당시 장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구 100만명이 넘는 메트로폴리스, 대도시였고 1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던 국제도시였다. 아라비아나 인도에서 온 코 큰 색목인 상인들과 첨단문물을 배우기 위해 최치원 처럼 멀리 동쪽나라에서 온 학자들도 있었을 것이다. 장안의 동쪽과 서쪽에 선 큰 시장에서는 서역과 중국의 온갖 특산물들이 모여들었고 여기에서 물건을 뜻하는 중국어 ‘뚱시(東西)’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서부대개발의 중심도시가 된 이후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거기에 더해 최근 시진핑주석의 야심찬 신실크로드, 이다이이루(一带一路) 정책의 출발지로 황하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한 시안은 과거의 국제도시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희망으로 들 떠 있다. 시안은 도시 외모만 보면 인구 800만이 사는 현대식 도시다. 매년 1억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러시아워를 가리지 않고 도시는 항상 차들로 붐빈다.

여기에다 특별 대접을 받던 공산 혁명기지인 북부 옌안(延安) 인근에서 천연가스등 자원이 개발되면서 시안에는 돈이 펑펑 넘친다. 변방 도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싼 물가의 주범은 관광객들의 씀씀이와 함께 샨시 북부 신흥부자(陕北人)들이라는 말도 들린다.

샨시성 북부 부자(陕北土豪)들은 시안의 아파트를 아예 한 두 동씩 사버리는 큰손 투자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제주도까지 진출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하는 상술을 보면 마치 과거 이지역 중국 소금장수들을 빼닮았다.

또한 삼성전자가 중국 유사이래 최대 투자금액인 70억불을 들여 이 지역에 10 나노급 랜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가동에 들어가면서 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먼저 삼성전자 인근 지역 아파트가격이 두 배로 뛰었고 서울에서 시안을 찾는 한국 방문객도 작년 27만명으로 오랫동안 미국이 차지하고 있던 산시성 방문 외국관광객 1위 국가 기록을 밀어냈다.

시안으로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투자가 자랑거리일 법도 하다. 서부대개발이란 간판을 달고 10년을 기다린 끝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으니 말이다.

시안 당국이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 만큼이나 시안 곳곳에서는 한국말이 대홍수를 이룬다. 병마용 등 유명 관광지에서는 몰려오는 관광객을 상대로 “싸다 달다 군고구마가 천원”이라는 말을 연신 질러댄다. 시내 유명 관광지 종루 인근 회족거리 야시장에도 양꼬치 등을 파는 상인들이 한국 손님을 한눈에 알아보고 호객을 한다. 그만큼 시안은 한국바람이 밑바닥까지 불어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시안의 하늘은 달라진 게 없다. 오죽하면 현지 신문에서 그토록 자부심을 갖는 진시황 병마용갱의 토용에게 마스크를 씌여 보도에 나섰고, 현장법사가 서역에 가 불경을 가져온 것을 기념해 만든 대안탑(大雁塔)이 우주선으로 변신 발사되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우마이(雾霾) 스모그가 지독하다.



외국기업에 특히 보수적인 시안사람들의 기질도 달라진 게 없다. 서부대개발 자금이 집중 투입되고 삼성전자까지 들어와 시내 모습은 마천루 숲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3100년 동안 이어온 시안의 속살은 그대로인 셈이다.

서열을 중시하고 외부에 대한 차별을 많이 하는 분지 도시 시안사람들의 특성이고,진시황에서 한나라 당나라 수나라에 이르는 황제들이 쌓아놓은 관광자원 하나 만으로도 연간 10%대의 성장을 누리던 시안 사람들의 유전자에는 아직도 과거 화려했던 황실문화의 자존심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 문화의 발원지로, 중화문명의 중심지로 콧대높은 시안에서 이번 5월말 한국의 문화, 관광을 소개하는 대형행사가 시안시의 랜드마크인 시안 성벽에서 열린다.


특히 올 춘절 고향을 찾은 시진핑 주석이 가장 먼저 찾을정도로 관심과 애정이 깊은 곳이기도 한 시안 성벽에서 한국 문화 관광을 소개하는 것이라 제대로된 VIP 마켓팅을 선보이게 되어 뜻깊다.


2015시안한중문화관광교류대전(2015西安深秘中韩文化之旅)이라 명명된 이 번 행사는 한국관광공사가 시안의 한국바람을 미풍에서 태풍으로 한 번 제대로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시안의 자랑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구광역시,전라남도, 제주도, 경기도 등 지자체, 대한항공등 국적 항공사,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 신라호텔등 호텔 및 면세점, 스킨푸드 등 미용업계 등 한국의 대표적 문화 쇼핑 관광 업계 업체가 총출동하여 시안사람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선보인다. 또한 30일 밤에는 한국의 인기 그룹인FT.Island, Dalshabet이 K-POP을, 난타, 페인터즈 히어로즈팀이 한국 최정상 넌버벌 포머먼스를 제대로 선보일 계획이라 벌써부터 시안 젊은이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있다. 공사는 행사 이틀간 총 3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방문하여 한국의 멋과 맛에 취하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섬서성 정부 유관기관에서도 작년 연말 상하이 와이탄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건 이후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안전사고를 우려하여 야외에서의 대형행사는 그동안 전면 금지중이었던 내부 원칙을 깨고, 행사 개최에 적극 협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번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관광공사는 시안에서의 문화관광교류전을 계기로 중국 서부지역에 한국의 이미지가 굳건해지고, 방한 수요가 새롭게 창출되어 한중간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