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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커 일본을 사랑하는 이유

지난해 1월~3월까지 석달동안 일본을 방문한 유커가 약 45만 명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춘제 전후 열흘 만에 그 만큼의 유커를 유치했다. 무서운 성장 속도다.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작년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도 중국인 관광객의 싹쓸이 쇼핑으로 보온병에서 명품 가방까지 적잖은 상점의 물건이 동났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자국 관광객이 일본에 건너가 소형 컨테이너까지 동원해 물건을 사고 지인들로부터 부탁받은 비데와 전기밥솥 등을 대량으로 구매한 행태는 합리적인 구매가 아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일본 쇼핑 관광이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로 중국 언론은 4가지를 꼽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과 지난해 10월부터 추진된 일본 내 면세점 확대 정책, 또 올해 초 중국인에 대한 일본 내 관광 비자 발급 요건 완화, 항공 여행비용 하락 등이다.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4가지 이유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중국 언론은 일본인의 몸에 밴 ‘친절’과 ‘저렴한 가격’을 꼽는다. 유커가 일본 관광에 나서는 주요한 목적은 ‘쇼핑’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모두 방문한 한 유커의 인터뷰 내용은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이 유커는 한국 방문 이후 일본 방문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이유는 중국인이 가지 않는 상점에 가보면 한국 관광 때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중국인 관광객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퉁명스럽고 불친절하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물건을 사든 안사든 점원은 항상 점잖고 예의가 바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일본 내 해외 명품 가격은 중국 가격의 20~30%, 화장품은 50% 나 싸다. 그래서 이 유커는 진정한 쇼핑 천국은 서울도 아니고 미국이나 유럽의 대도시도 아니고 단연 ‘일본’이라고 주장한다. 요즘 중국 언론에 나타난 유커들의 대체적인 반응 역시 쇼핑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도쿄를 꼽는다.



중국카드를 일본 내에서 불편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싹쓸이 쇼핑의 유행을 일으키는데 한 몫했다. 유커들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아닌 ‘유니온 페이(银联 Union Pay)’ 카드를 쓴다. 그런데 도쿄에서만 37만 개 점포가 바로 이 유니온 페이 카드를 사용 할 수 있다. 지난해 보다 20%나 늘어난 수치다. 일본에서는 이 유니온 페이 카드 가맹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고 한다.

실제로 도쿄 신주쿠 거리에는 중국 카드와 면세 표식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는 곳이 많다. 여기에 유니온 페이 카드를 사용하면 5% 더 할인해 준다. 유커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대형 점포는 중국카드 소지자를 더 선호하고 있다. 또한 많은 현금인출기에서 중국 카드로 엔화를 직접 뽑을 수 있다. 춘제 기간 46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싹쓸이 쇼핑'에 나선 이유다. 중국 언론은 앞으로 수년간 일본이 '싹쓸이 쇼핑'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