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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京

까오리빵즈가 퍼뜨린 메르스


요 며칠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공포를 타고 중국에서 반한 기류가 거세게 흐르고 있습니다. 중국 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한국인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의 허술한 의료 통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 남성이 탔던 아시아나항공 OZ723편을 함께 타고 홍콩에 온 한국인 여성승객 2명이 다른 승객들과 달리 격리를 거부하고 있다는 홍콩 위생 당국의 발표까지 나오자 중국 내 여론은 한층 더 악화됐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리는 기사에는 중국 네티즌들의 원색적인 비난 댓글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오고있습니다. 예전 2003년 사스의 아픈 추억이 가시지않았던 광둥지역에 한국인 환자가 병을 숨기고 들어왔단 사실에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김씨로 알려진 이 남자가 가족 두 명이 이미 메르스 확진자로 밝혀진 상황에서 이 사실을 숨기고 중국으로 출장왔다가 고온으로 광둥성 혜주의 한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 남성에게는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저주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지구를 떠나라"부터 "전염을 막으려면 완전히 소각시켜라" 등등 강도도 날로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남성 개인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이 남성을 맘대로 놔둔 한국 정부는 그렇다치고 애먼 중국 주재 한국인들에게까지 혹독한 비판을 퍼붓고있는 중입니다.

"병균 덩어리 한국인들의 중국 입국을 금지시켜라" "중국에 와 있는 한국인들을 내쫓아라" 등등... 이런 악담들을 듣고 보면서도 감히 이들 중국인들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한국인 환자 김씨의 무모함과 이를 방치하고 애궂은 중국인들에게 피해를 끼친 한국 정부의 무능함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들 중국인들의 한국, 한국인의 악담은 '빵즈(棒子)'란 말로 시작합니다. 빵즈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말인데 중국인들은 주로 까오리빵즈(高丽棒子)란 말을 사용합니다.
[棒子真是劣等又自私的民族,这人在棒子国是被隔离的重点人士,结果自己逃跑到香港再跑到惠州,说开会,开你麻痹的会,现在通讯时代开个视频会议有多难。跟他同机坐在他旁边的两个女人也是棒子国的,其他同机人员都同意在香港配合隔离,就这两个棒子女人,不但躲藏起来,而且明知道自己是高危人士还在铜锣湾等人口高密集的地方逛街,住在别人家里拒绝隔离,估计那家人也是棒子。而且最后香港通过棒子大使馆警告她们之后,她们终于肯同意隔离,却约在香港最繁忙的路段上车。这两个不要脸的居然拒不交代她们接触过什么人,以及这几天住在哪个棒子朋友的家。以她们两个各种逛街购物,如果真的被传染,香港死得人多。这三个棒子王八蛋以及香港那家棒子,真希望有以妨碍社会安全罪判刑。一个人还可以说个别现象,现在不要脸的全部是棒子,再加上那边论坛还冷嘲热讽说去中国去得好,帮他们消灭中国人。真是万年属国的劣等族。] 이처럼요....

高丽棒子에 대한 여러가지 견해와 유래들이 있는데, 이 단어가 최초로 나타나는 것은 청나라 강희제때 사람인 왕일원(王一元)의 요좌견문록(遼左見聞錄)이라 합니다.

"조선 공사(貢使)의 종자(從者) 이외에, 오가면서 일을 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빵즈(棒子)"라고 불렀다. 그 나라(조선)에서 부녀가 음행을 저지르면 관기로 만드는데, 관기가 자식을 낳으면 "방자"라고 했고, 일반 백성들이 멸시했다. 머리는 봉두난발이며 망건을 할 수 없었고, 만리를 걸어가도 말을 탈 수 없었으며,풀을 깔고 땅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고, 구들이 있는 곳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 나라안에서 천한 일을 하는 자들이다."

이처럼 왕일원은 "棒子"는 한국어인 "방자"에서 왔다고 주장합니다. 조선 조공사절단에서 절대다수의 구성원은 바로 노비계층인 모두 "방자"들이었고, 조선왕조는 매년 사절단을 중국으로 보냈습니다. 조선조공사절단이 중국을 자주 빈번하게 오게 되면서, 사절단의 모든 험한 일을 맡아하는 "방자"라는 단어는 곧 중국인들에게 전체 조선인을 뜻하며, 다소 얕잡아보는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은 한동안 밀월기를 보냈습니다. 경제적 도약이 무엇보다 절실했던 중국에게 한국은 저만치 앞서가는 롤 모델이었습니다. 그렇치만 한중수교와 함께 중국에 몰려온 한국인들이 돈 좀 있다고 뻐기며 자기들 무시하고 유흥가를 누비며 100위안짜리를 물쓰듯 뿌려대는 것을 지켜보면서, 유달리 자존심이 강한 중국인들은 다시 한 번 '까오리빵즈"란 단어를 끄집어내게 된거죠.

2013년 동시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권이 전에 없는 긴밀한 유대 속에 반일 공조를 취하며 지난 2년 여간 한중 양국이 역대 어느 때보다 가까운 선린 이웃으로 발전했다는 평가가 양국 언론이고 관리들 사이에서 입버릇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와 함께 다시금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는 '빵즈' 신드롬을 보면서, 사소한 사건 하나로도 언제 180도 반전할 지 가늠할 수 없는 살얼음 같은 한·중 관계의 속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그리고 빵즈란 말이 듣기 불편하고, 중국인들의 입에서 사라지길 바란다면 우리 먼저 맘속으로 '짱꼴라', '짱개'로 대표되는 중국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한참 아래로 쳐다보는 것을 지양하고 이해하고 존중해야하는 용기와 아량이 필요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