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小米)로 대표되는 중국 모바일 폰 업체들은 연간 10억대 이상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한다. 물량으로만 보면 삼성이나 애플이 부럽지 않다. 그런데 누구도 중국을 모바일 폰 강국이라 여기지 않는다. 저가로 박리다매하는 중국식 가격 전략 때문이다.
중국이 모바일 폰 한 대를 수출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3위안(약 510원)에서 5위안 정도다. 반면 삼성과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 폰 판매 수익의 90%를 가져간다. 최근 중국이 처한 제조업 위기를 한마디로 대변해주는 사례다.
중국은 그동안 저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업 강국을 일궜다. 미국이 1895년 영국으로부터 물려받아 115년 간 지켜온 제조 왕국이란 타이틀을 2010년에 본격 승계했기 때문이다. 2010년 세계 제조업 총생산액은 10조 달러였다. 그 중 중국 몫은 19.8%였고 미국은 19.4%를 차지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중국은 내친 김에 서방을 따라 잡으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에서 서방이라고 일컫는 미국과 유럽 일본 캐나다다. 이들 국가가 인구 증가와 기술 혁명으로 20세기 번영을 구가했던 것처럼 중국도 21 세기 부국으로 성장하려는 꿈을 꾸는 것이다.
서방의 산업화 비결은 인구증가와 기술이었다. 산업화를 통해 인구를 4배 증가시키고 국내총생산(GDP)도 20배나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30년 전의 서방 GDP는 세계 전체의 75%를 담당했다. 개혁개방의 파고를 탄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서방의 글로벌 GDP 기여율은 최근에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대로 가면 앞으로 25년 후에는 45% 이하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포겔교수의 예상 처럼 2040년에는 중국의 GDP가 120조 달러를 넘어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 많아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요즘 중국의 경제 추세를 보면 이란 전망이 과연 들어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기업에 내우외환(內愚外患)이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外患) 부터 살펴보자. 우선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엔진을 모색하고 있는 서방국가로서는 일단 자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려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사의 자료에 따르면 북미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기업의 15% 정도가 장차 제조기반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길 계획을 세운 상태다.
30여 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로 돌아선 경험을 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공장을 본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로 옮기고 있다. 장기 침체속에 산업 공동화도 막고 중국에서의 높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줄이려는 계산에서다.
여기에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무역보복에 시달리고 있다. 반덤핑 제소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음은 물론 전 세계 반보조금 소송의 71%가 중국 몫이라는 통계도 나올 정도다.
두 번째 외환으로는 주변 경제국의 부상이다. 중국의 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비용이 저렴한 시장으로 제조업 기지를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베트남의 월 평균 임금은 중국의 3분의 1인 1000위안(약 17만원)이였고 인도는 이보다 떠 저렴한 600위안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금이 비교적 저렴한 중서부 내륙으로 공장을 옮기려 해도 각종 환경 규제에 가로막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외환에 못지않게 내적인 방해요인도 많다.
첫 번째 내우(內愚)는 중국에서 제조원가가 너무 오른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건비 상승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10년 조사한 중국의 도시근로자 평균연봉은 5500달러였다. 10여 년 전 미국에서 조사한 중국 제조업 평균시급이 64센트 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변화다. 당시 미국의 시급은 21달러64센트였으니까 중국 인건비는 미국의 3%란 계산이 나온다.
매년 경제 성장률 보다 더 오르는 인건비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중국을 더나 주변국이나 아예 본국 회귀를 결정하는 형국이다.
중국 진출 기업들에게 인건비 상승보다 더 큰 시련은 중국정부의 노동자 권익 보호 정책이다. 2008년 노동법을 개정한 중국은 2011년까지 연속해서 최저임금을 올렸다.2011년 중국전역의 최저 임금은 20%이상 올랐다.
이어 열린 18대 전당대회에서는 국민소득 배증 계획이 나왔고 노동 소득은 천정부지로 증가했다. 서방국과 중국의 인건비 차이가 개방 초기에는 100배였다가 10배로 확 좁혀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머지않아 중국과 서방의 인건비는 2-3배로 좁혀질 전망이다.
제조 강국으로 등장하자마자 자원의 병목과 인건비 상승이라는 두 복병을 만난 중국경제는 당분간 산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제조업이 소실되는 악순환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 내우로는 산업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제조업은 개혁개방의 결실로 싼 임금을 자양분 삼아 고속 성장의 길을 달려왔다. 저가노동력에다 피와 땀을 더해 빨리 돈을 버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업종마다 악성 경쟁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짝퉁 제품이 범람하게 된 이유다. 그동안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줄기차게 시도했지만 기업에서 연구하거나 확보한 기술이 부족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핵심기술이나 부품 경쟁력이 낮아 늘 산업구조상 가징 낮은 단계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철강이나 금속 석유화학공업 전력 석탄 등 15개 분야의 경우 국제수준보다 5-10년은 뒤쳐졌다는 평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중국경제의 맏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유기업 경쟁력은 더 큰 문제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중국경제를 이끌 엔진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500대 기업 명단을 보면 100여개에 육박하는 중국기업 가운데 민영기업은 화웨이(华为)나 사캉(沙钢)등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다. 민영 500대기업 이익을 다 합친 것이 중국이동통신과 중국전력 2개 국영기업의 합계 보다 작을 정도다.
이들 국영기업은 정책이나 자금 자원을 독식 하다시피 한다. 중국에서 국유기업이란 타이틀을 가진 이들 국영기업의 주인은 국가다. 자원이나 자금을 독식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낭비를 일삼다보니 최고 수익률이 15%에도 못 미친다. 사회주의 중국에서 중국 민영기업들이 공정 경쟁을 부르짖는 사연도 여기에 숨겨져 있다.
그동안 중국경제 성장 엔진은 민영기업들이 담당해 왔다. 특히 저장성 민영기업은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다. 저장성 인민대표대회 재경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원저우 일대 60%의 민영기업이 감산에 들어갔고 43%의 기업은 가동을 아예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이라는 정책으로 40여 년 간 순항해 온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지도부가 지방 정부에 강력한 경제 살리기 정책을 주문하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약발이 잘 먹히던 수출과 투자가 막히면서 내수를 통한 경제 살리기도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중속 성장을 모토로 하는 신창타이(新常态)로 전환했지만 앞으로의 상황도 낙관만 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에서는 시장 경쟁 환경을 정비하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짝퉁 왕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들도 기술개발에 돈을 투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노동집약적 산업을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중국도 중진국의 함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논리다.
낮은 단계부터 높은 단계가지 일관된 제조시스템을 다 구비했다는 중국 제조업계에도 국제적인 시련 앞에서는 극복할 묘수찾기 어려운 모양이다.
'财'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시폭락에 한숨짓는 중국 연예스타들 그리고 두 남자 (0) | 2015.07.10 |
---|---|
중국의 투자자들이여, 단결하라 (0) | 2015.07.02 |
리커창 중국총리가 중관춘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신 이유는 (0) | 2015.06.26 |
"5년내 파운드·엔 제친다" 위안화의 패권 야욕 (0) | 2015.06.22 |
중국음료 왕라오지와 자둬바오, 빨간 캔의 원조 싸움 (0) | 2015.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