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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중국총리가 중관춘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신 이유는

지난 5월초 중국의 리커창(李克强)총리가 베이징의 실리콘벨리라 불리우는 중관촌(中关村)을 깜짝 방문하여 인터넷 촹커(创客,혁신창업가)들의 아지트로 알려진 3W카페에 들려 바닐라카푸치노 한 잔을 시켰다.​



개혁개방 30여년 동안 10% 정도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3년째 중고속 성장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이제 성장률에서 취업률 높이기로 옮아가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해 12월 중국 농촌 출신 대졸자들의 고뇌를 집중 분석하는 기사를 다뤘다. 이 신문은 “2013년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농촌 출신 대졸생의 실업률은 30.5%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며 “도시 후커우(户口,호적)이 없는 이들은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어렵게 대학을 보낸 가족들의 기대치가 커 고향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구하기도 난처한 이른바 ‘샌드위치 계층’이 되어 버렸다”고 보도했다.

사회 하층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은 강하지만 실제 상류 사회로 진입하는 사다리를 오를 기회는 희박한 고학력 실업자들은 사회 불만세력으로 편입돼 공산당 일당체제를 위협하는 잠재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 기관지가 이례적으로 농촌 출신 대졸자 실업 문제에 주목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공산당에서도 청년실업 문제가 중요 현안이 됐음을 방증한다.

<인민일보>는 “다수 농촌 출신 대졸자들이 도시의 마이주(蚂蚁族,개미족/적은 월급에 높은 월세방 해결이 안돼, 도시 쪽방에서 빈곤하게 살아가는 농촌출신 젊은이들)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은 매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됐다”며 “한시바삐 도시와 농촌의 이원화 구조를 철저히 깨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적 조처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의 대졸 이상 고학력 취업난은 2013년 이후 한해 대졸자가 700만명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변했다. 16년 전인 1999년 85만명이던 대졸자는 지난해 727만명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대졸 미취업자도 함께 늘었다. 2000년 24만명가량이던 미취업 대졸자는 2012년 271만명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대졸 취업률은 최근 50%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외치는 연간 1000만개 일자리 창출은 700만명이 넘는 대졸 구직자와 농민공을 비롯한 나머지 구직자의 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이 24년 만에 최저인 7.4%까지 떨어졌지만, 중국 사회에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은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일자리 창출의 효율성도 높아져 2010년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때 늘어나는 취업 인구는 112만명가량이었지만 지금은 170만명이 취업할 수 있어, 도시 신규취업자 수 1322만명, 도시 실업률 4.1%로 일자리 창출 목표를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시진핑(习近平)현 정권은 고학력 취업난을 해소하려 청년 창업 장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중관춘 3W카페를 들른 이유도 청년 창업가를 격려하고 청년창업을 고무하기 위한 선전활동이었던 것. 중국 당국의 창업 강조 외침에는 그만큼 성장률이 떨어진 ‘신창타이(新常态)’ 상황 아래서 기존 일자리만으로는 쏟아지는 구직자들을 소화할 수 없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중국정부의 이런 고민은 최근 중국 현지언론들이 주목하고 있는 '자오위웨이(焦昱纬)현상'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외치는대로 창업만이 절대선이라면 대학원을 졸업한 석사가 포장마차로 창업을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인가, 괜찮다면 과연 대학 교육의 효용성은 무엇인가하는 질문이다.

자오위웨이(焦昱纬)는 90년생으로 올해 25세. 그녀는 충칭 공상대학에서 신문학 석사를 마치고 지금은 고향인 허난성 뤄양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다. 고향에서 전공을 살려 광고 관련 일자리를 찾으려다 실패하자 포장마차 창업으로 돌아섰다. 그녀가 포장마차에서 팔고 있는 것은 충칭의 학창시절 즐겨 먹었던 <카오나오화,烤脑花>라고 하는 충칭 특산 요리이다. 그녀는 돼지의 뇌를 매운 고추와 버무려 함께 굽는 이 요리를 날마다 밤 8시부터 11시까지 팔고 있다. 하루 수입은 평균 800 위안으로 우리돈 16만원 남짓하다. 대졸 신입사원 초봉이 월 3000위안에서 5000위안 정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장사이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한 포장마차 광고에도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석사가 다른 일도 아닌 포장마차로 음식을 판다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거부반응은 여전히 남아 있다. 포장마차를 하려면 굳이 석사까지 공부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는 2003년 중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중국 최고의 명문 베이징대 출신이 정육점을 하는 것이 교육의 실패인가, 아닌가하는 논쟁을 연상시키고 있다. 루부쉬안(陆步轩)은 베이징대학 중문과 졸업생으로 2000년 고향인 산시성 시안시(陕西 西安)에서 정육점을 열었다. 그는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지만 열심히 공부를 해 1985년 당시 까오카오(대입 수능시험)에서 시안시 문과 수석으로 꿈에 그리던 베이징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1989년 톈안먼 사태 직후 대학을 졸업했고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해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푸줏간을 연 것이다. 요즘도 명문대학 출신이 일종의 3D 업종에서 일하는 것을 중국에서는 <루부쉬안 현상>이라고 부르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나온 실업률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7월 중국 도시 실업률은 8%를 넘어 미국 실업률을 웃돌고 있다. 특히 21세부터 25세까지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률은 16.4%를 기록했다. 예를 들면 2012년 대학생 졸업자는 680만명였지만 중국 도시에서 새로 생기는 사무직은 250만개에 그쳤다. 모든 대학생이 도시 사무직을 원한다면 430만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셈이다.

중국의 대졸자들은 가장 먼저 괜찮은 일자리를 찾고 대안으로 국내 대학원이나 해외유학을 떠난다. 제3의 선택은 창업이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하지 않고 그저 부모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啃老族,컨라오족>도 적지 않다. 컨라오는 우리식으론 캥거루족 또는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과 똑같은 의미로 중국어는 <부모(老)를 갉아먹는다(啃)>는 뜻이다.​



중국 대학생 취업난을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중국 경제가 그다지 좋지 않아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대졸자들이 대도시와 IT와 같은 특정 업종에만 몰리는 바람에 일손은 모자라는 데 실업자는 넘치는 불균형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 달성에 목을 매온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곧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이나 정권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었고, “올해가 아마도 중국이 경제 구조개혁이 정점을 찍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아니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것인지 기로가 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다만 이런 중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성공하더라도 아버지를 잘 만난 <관얼다이(官二代;고위 관료 자제)>나 <푸얼다이(富二代;재벌2세)>는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는 중앙정부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체 직원, 다국적 기업에 척척 들어가는 신분제 계급사회가 되어버렸다는 분노와 이로인한 일반서민들의 박탈감과 사회불만을 과연 시진핑정권이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똑같은 고민을 안고있는 옆집 대한민국 서민들도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