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라오지(王老吉), 찬 음식을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중국인들에게 단 하나의 예외인 중국산 청량음료로, 중화(中华)담배, 마오타이(茅台)백주와 함께 결혼식등 가장 중요한 연회엔 결코 빠뜨리면 안돼는 국민 브랜드다.
1828년 설립, 180여년의 만만치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 '왕라오지'는 차가운 상태로 마실 수 있는 중국 차 음료인데, 짝퉁아닌 짝퉁'자둬바오(加多宝)와 3년이란 기나긴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둘 다 ‘홍색 캔’ 포장에 노란색 글씨로 브랜드 이름이 적혀있다. 이름만 서로 다를 뿐 언뜻 보면 같은 회사 음료 자매품 같다.
2012년 7월 왕라오지와 자둬바오가 홍색 캔 포장의 소유권을 주장, 쌍방 간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중국의 최고인민법원은 어제 16일 홍색 캔 포장 소유권을 둘러싼 2심 재판을 시작했다. 판결까지 2개월여의 치열한 법정다툼이 있고 최종 홍색 캔의 원조도 가려질 전망이다.
지난 해 12월 발표된 1심 재판 결과는 왕라오지의 승리였다. 당시 재판부는 홍색 캔의 소유권이 왕라오지에 있다며 자둬바오가 유사 포장으로 왕라오지의 소유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자둬바오가 즉각 관련 상품의 생산·판매·광고를 중단하고, 왕라오지 브랜드를 보유한 광저우의약그룹에 경제적 손실액 1억5000만 위안(약 300억원) 등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했다. 이에 불복한 자둬바오는 항소를 제기했다.
왕라오지와 자둬바오는 중국 차음료시장의 숙명의 라이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왕라오지와 자둬바오는 같은 뿌리에서 시작됐다,
왕라오지가 최초로 탄생한 것은 1837년 청나라 때다. 왕쩌방(王泽邦)이라는 사람이 광저우에서 냉차(凉茶)를 만들어 판 게 효시다. 왕라오지는 당시 왕쩌방이 광저우에 세운 냉차가게 이름이었다. 이후 왕라오지는 커다란 인기를 얻으며 베이징·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대륙은 물론 홍콩·마카오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1949년 신중국 설립 후 왕라오지는 두 개로 분열됐다. 광저우의 왕라오지가 광저우의약그룹이라는 국유기업이 되었고, 홍콩의 왕라오지를 왕쩌방의 후손들이 운영하게 된 것. 그때부터 중국 대륙과 홍콩 ‘두 개’의 왕라오지가 존재했다. 중국 대륙의 왕라오지는 예전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서 판매량은 바닥을 쳤다.
이런 대륙의 왕라오지를 오늘날 연간 판매량 200억개에 달하는 중국 국민음료로 만든 일등공신은 자둬바오다. 자둬바오는 홍콩의 천훙다오(陈鸿道)라는 사업가가 세운 회사다. 그는 홍콩의 왕라오지로부터 전통 제조 비법을 전수받은 후 1997년 광저우의약그룹과 왕라오지 상표권을 15년간 중국 대륙에서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자둬바오가 만들어 판 홍색캔의 왕라오지 음료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왕라오지 브랜드 가치는 2010년 1080억 위안(약 19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왕라오지의 인기에 상표권이 탐난 광저우의약그룹은 자둬바오와 상표권 연장 계약을 거절했다. 이에 지난 2012년 ‘왕라오지’ 상표권을 둘러싸고 양사는 지리한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홍색 캔’ 전쟁 역시 상표권 전쟁의 연속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중국 일반 인민들 대부분은 자둬바오 편으로, 그동안 활발한 마케팅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왕라오지를 국민 브랜드로 만들어냈는데, 국유기업이란 확실한 빽을 믿고 아무런 댓가없이 성과물을 홀랑 뺏어갔다는 인식이다. 특히 올 5월 왕라오지의 소속 직원이 회사측의 대우에 불만을 품고 쥐약을 제품에 투여했고, 이를 먹은 일반 소비자중 1명이 죽고 4명이 중상을 입는 대형사건까지 발생, 왕라오지에 대한 시선이 곱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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