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역대 최대 IPO(기업공개) 기록을 세우며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모가(68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120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달 8일 종가는 상장 이후 최저가인 60.91달러였다. 시가총액(주식 수에다 주가를 곱한 금액)도 1407억달러나 증발해 반(半)토막이 났다. 총매출액의 83%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알리바바가 추락한 원인은 중국 내수 시장 침체이다. 알리바바의 올 2분기 매출 성장률은 3년 만에 최저가 됐다.
중국 경제가 '중속성장'으로 특징되는 신창타이(新常态·뉴노멀) 시대로 진입하면서, 중국 대표기업들도 줄줄이 실적 악화에 직면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에너지·통신·철강 분야 등을 독점해온 국영기업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국 실물 경제의 변화와 파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이 생존하려면 대중국 사업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포브스(Forbes)지가 중국 최대 석유기업으로 꼽은 세계 10대 기업 중 하나인 페트로차이나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62.7% 급감한 254억500만위안에 그쳤다. 최대 통신기업인 차이나모바일도 올 상반기 순이익이 537억위안에 그치며 8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철강 기업은 밑지는 장사를 하는 중이다. 중국증권일보는 "올 상반기 상장된 철강회사 31곳 중 23곳이 작년보다 실적이 악화됐고 13곳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손실 규모는 84억4000만 위안(약 1조5600억원)에 달한다.
국영기업 실적 악화에 맞서 중국 국무원은 14일 국영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개혁을 가속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영기업 개혁 지도의견'을 내놓았다. 철도·해운·에너지 분야를 시작으로 국유기업을 통·폐합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한다는 게 골자이다. 정리해고에 착수하는 민간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대형 IT 기업인 롄샹(联想·레노버)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하자 인력 3200명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최대 부동산·유통기업인 완다(万达)는 올들어 이달까지 영업부진을 견디다 못해 중국 전역에서 10개가 넘는 백화점을 폐쇄했다.
리커창 총리는 이달 10일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개막 연설에서 "중국 경제에 '경착륙'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빈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 총리의 발언이 중국이 고속 성장 시대로 복귀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박사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것은 연간 성장률이 4~5%대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리 총리의 발언은 중국이 6~7%대의 중속 성장은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 경제 상황 움직임과 관련, "중국 경제가 수입·소비·투자·금융 등 4개 부문에서 동시에 '4단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14일 분석했다.
첫번째 브레이크는 수입 증가 속도의 감소다. 중국이 소재·부품 사업 육성에 나서면서 한국산 중간재 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자동차부터 가전·의류까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국 소비 시장이 두번째 브레이크이다. 중국 성장을 이끌어온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2013년 3분기 20.2%였던 투자증가율은 올 2분기 11.4%로 줄어들었다. 중국 금융사들이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돈줄을 죄면서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이 매출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대중전략 재설정을 주문한다.
중간재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국에서 매년 300%씩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목표로 중국 유망 전기차 업체에 투자하는 등의 전략이 가능하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중국과 맞싸우려 하지 말고 중국 등에 올라타야 한다”며 “중간재 수출보다는 인터넷·금융 비즈니스 분야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도 “중국이 바라는 경제 발전 모델은 내수 시장의 확대”라며 “중국 ‘최종 소비자’에 어필할 수 있고, 중국 내수 시장에서 보기 힘든 고품질 프리미엄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KIET) 박사는 “중속 성장 시대를 맞아 중국 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성시별 중국 사정에 특화한 현지화한 정예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타이(新常态)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로 부상한 중국판 뉴노멀(new normal)을 말한다. 중국 경제가 매년 10% 안팎 고속 성장하던 시대를 지나 7% 안팎 중속성장하는 시대를 맞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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