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시사, 신흥국들은 이중타격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보조 지표로 주요 교역국 통화로 구성된 위안화 바스켓지수를 발표했다. 오는 16일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위안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주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13개 주요 교역대상국 통화로 구성된 위안화 바스켓지수를 위안화 가치의 변동을 판단하는 참고 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로만 위안화 가치를 평가했지만, 바스켓지수를 활용하면 시장 상황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3.77% 하락했지만, 인민은행이 발표한 바스켓지수로 보면 2.93%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 달러화 강세가 심화되고 미 달러화에 사실상 연동(페그)돼 움직이는 위안화도 절상 압력을 받는데, 이를 따라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했다. FT는 “중국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위안화 약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위안화 추가 평가절하를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노무라증권은 “바스켓지수를 활용해 위안화 가치가 평가절하됐다는 미국 측의 비판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추가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에 직면한 신흥국은 원자재 수출 감소와 자국통화 가치 하락이란 이중고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언 고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외환전략가는 최근 미국 맨해튼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전망 콘퍼런스에서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추면 수입 가격 상승으로 중국 내 수요가 줄면서 원자재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호주와 브라질, 캐나다 등 원자재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이들 나라로부터의 달러 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338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4분기의 1194억달러 이후 7년 만의 최대다. 달러 자금의 신흥국 이탈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금리인상과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사이에서 제각각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7월까지 일곱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 연 14.5%로 끌어올렸다. 원자재 수출 감소와 이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자국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급락한 데 따른 조치다.

페루도 올 9월에 이어 지난 11일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 연 3.75%로 끌어올렸다. 이 역시 자국 통화인 솔화의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은 데 따른 대응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지난달 20일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연 6.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러시아는 유가 하락에 따른 루블화 약세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 번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올해 들어 네 번째 금리 인하다.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다.

BoA는 중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큰 한국과 대만의 통화가치가 경쟁적으로 떨어지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멕시코 역시 평가절하 압력에 직면하는 등 중국이 추가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서면 그 여파가 전방위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