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3대 거품으로 흔히 부동산 시장과 신용 대출 그리고 지방 정부의 부채를 꼽는다. 이중에서 가장 중국 경제 위기를 재촉하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신용 대출이 늘어나고 지방 정부에서 그림자 금융 등을 이용해서 부채를 늘리고 있는 것도 결국은 가장 수익률이 높기로 소문난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떨어지자 중국 정부에서 꺼내든 부양카드도 역시 부동산 부양책이었다. 중국 지도부로서도 중저속 성장을 용인하는 ‘신창타이’라는 이름의 뉴 노멀 경제를 표방했지만 뚝뚝 떨어지는 성장률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부동산 부양책의 핵심은 다주택자의 부동산 취득을 장려하는 내용이다. 이미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을 부동산 시장에 끌어들이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대출 이자율을 이용해서 투자를 통한 성장률을 높이면서 그렇지 않아도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에 존재하는 위험 요인을 전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무주택자들 보다는 다 주택 소유자들이 충격을 흡수할 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를 담은 엄청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부동산 시장은 요즘 죽을 쑤고 있는 모양새다. 부동산 판매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위험만 가중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뿌리 깊은 부동산 시장의 공급과잉은 해소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이른바 중국의 1선 도시에서도 부양책으로 인한 부동산 판매는 2-3개월 반짝 호전되는 데 그쳤다. 9월 들어서면서 1선 도시의 부동산 판매 실적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자고나면 오른다는 전설을 가진 중국 1선 도시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라면 다른 중소 도시는 말할 것도 없다. 먹구름이 잔뜩 낀 상황이라고 보면 무방하다. 실제 지난 18일 발표한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8월 주요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소매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규 분양주택이나 기존 주택거래 할 것 없이 다 내렸다. 신규 분양 가격을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내린 도시는 70개 중에 61곳이다. 기존 주택 가격이 떨어진 곳은 70곳 중 62곳으로 조금 더 심하다. 일부 가격이 오른 도시도 있지만 가격 오름 폭은 미미했지만 하락 폭은 컸다. 저장성 닝보와 항저우 등은 10%이상 가격이 폭락했다.
현지 신문 보도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나 내몽고의 어얼둬스, 허베이성의 잉커우와 하이난성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서의 거품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 예로 스촨성에 인구 80만 작은 도시인 청장서우(城长寿)에는 최근 고층 빌딩을 200여동 이나 지었는데 팔리지 않아 유령도시로 변했다. 20층짜리 250가구 아파트에는 사는 사람도 없다. 자동차도 다니지 않는 곳 이어서 임대수요도 없다.
중국 전역에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지방정부와 개발상들이 합작으로 만들어진 신도시 중에 50여 곳이 이미 유령도시로 변했다. 중소 신도시에서는 이미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아픔을 이미 겪고 있는 셈이다.
중국 부동산은 다른 나라와 달리 철저하게 투자자 위주로 형성돼 있다.
수요를 생각해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수익률 예상에 따라 공급이 이루어지고 가격도 결정된다.
이런 현상은 특히 1선 도시 부동산 시장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투기 성 자금으로 인해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반해 일반 주택 수요자들은 시장 진입 기회 조차 없는 구조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가격의 높고 낮음에는 별 상관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높은 가격일수록 수익률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동산 시장에 거품 붕괴 기미가 보이자 요즘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투자자 위주의 부동산 시장은 후속으로 사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오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투자자가 없으면 가격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수급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라 폭탄을 돌릴 후속 투자가가 시장에 진입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가격도 결정되고 경기도 예측되는 셈이다.
최근 조사한 중국 주요도시 부동산 시황을 보면 최근 1년 간 절대다수의 도시 부동산은 대세 하락기다. 어떤 시점에서 반짝 상승할 수는 있지만 대세가 중요하다.
지난 1년 간 하락했다면 부동산 투자자들은 돈을 조금 밖에 못 벌거나 손실을 볼 확률이 높다. 당연히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부동산 시장의 수요는 제로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주택의 투자 수요와 소비 수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일단 부동산 투자가에게 가격 하락은 부동산 수요가 제로라는 말과 같다. 한마디로 시장에 수요자가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투자 수요가 마이너스로 변하기도 한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로서도 구매 원가 이하의 가격에 손해를 보면서라도 투매를 해야 하기 상황이 온다.
부동산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것만 보고도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미리 예견하는 식이다.
이런 중국 부동산의 특성을 알면 부동산 소비 수요는 없는데 공급은 계속되는 기현상도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 일부 도시의 부동산 공급 과잉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도시에서도 부동산 판매는 부진하다.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투자자 위주의 시장 특성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이 소비자 위주의 시장 이었다면 판매 부진은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수요도 점점 줄어들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부동산 거품 발 경제위기를 맞았을 수도 있다.
투자자를 위한 시장이 되다 보니 다행히 거품 붕괴의 충격을 돈 많은 개발상이나 공급상들이 떠안고 있는 모양새다. 유일한 상품이라는 부동산 특성상 부동산 개발상이나 기존 주택 매입자가 주도적으로 시장 전망을 통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만약 돈 많은 사람이 부동산을 사서 안 팔고 있으면 아무리 불경기라도 부동산 가격을 올라가기 마련이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올리면 투자자들의 투자수익이 높다고 판단해서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기도 한다.
물론 캐나다의 토론토에도 이런 현상은 나타난다. 많은 아파트들이 미분양인데도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호황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마카오의 부동산은 최근 30%이상 내렸다. 국제도시이고 면적이 작은 도시인데도 부동산 가격이 내렸지만 부동산 개발상과 지방정부는 부동산의 기본 수급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중국 부동산 시장의 황금기가 계속되리라고 상상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정부에 대해 대출 금리 추가 인하나 공무원이나 교사에 대한 특별 분양 조치 등 부동산 부양정책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주택기금을 대출 받아서 부동산 불경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중웬(中原)부동산에 따르면 9월 상반기 베이징 부동산 거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나 줄었다. 상하이는 18%나 줄었고 광저우와 선전도 각각 26%와 22%나 감소했다.
5월 이후 가장 호조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 오던 중국 부동산 시장에 황금기는 지나갔다. 이제는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정책을 각종 우대정책을 써가며 투자자 시장으로 운영해 왔으나 이제는 그 약발도 서서히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우대조건이 아무리 많아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가들은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라서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면 가격을 내려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질 않는다. 중국 1선 도시 부동산이 상한가를 찍고 더 이상 살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중국 정부로서는 보통 일이 아니다. 1선도시가 이 상황이면 2-4선 도시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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