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결정타를 맞으면서 미국 내 주요 부동산들은 고점 대비 40% 가량 하락한 상태이다.
물론 미국 부동산 시장은 2012년 초반 저점을 기록한 이후 대체로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수요가 많은 대도시 지역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주요 도시 곳곳에서는 그 동안 잠정 중단되었던 주택 건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미국 주택을 사들이고 있는 중국인들도 시장 회복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1 미국에서 집을 사들이는 중국인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미국 전체 주택거래 시장의 금액은 1조 2,000억 달러 수준이다. 이 중 외국인이 구매한 미국 주택 시장 규모는 922억 달러로 전체의 7% 수준에 달한다.
이 중 중국인의 비중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거래 금액 기준 미국 내 주택을 구매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들이 지불한 액수는 자그마치 220억 달러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교해서 1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138억 달러보다 82억 달러가 더 많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지난 1년 동안 미국에 집을 산 외국인 4명 중 1명이 중국 사람인 것이다.
주택 거래 건수를 보더라도 중국인들은 눈에 띈다. 3년 전인 2010년에만 해도 미국에 집을 사는 외국인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했다. 미국에 집을 가장 많이 사는 캐나다인의 비중이 25%였던 것에 비하면 월등히 낮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인 2014년 중국인의 비중은 16%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캐나다인의 비중은 19%로 6%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라면 1~2년 사이에 주택 거래 건수에서도 중국인이 캐나다인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인들이 웃돈까지 주고 집을 산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주택구매를 위한 대출을 받기가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렇다보니 중국인들의 주택구매 결제 대금의 76%가 현금이다.
최근 1년의 자료만 보더라도 중국인들은 자그마치 167억 달러의 현금을 들여서 미국 주택을 구매한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현금 거래 비중은 중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영국 등 다른 나라도 높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은 미국에서 집을 구매할 때 조금이라도 싸게 구매하려고 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실제 가격보다 더 높은 값을 치르고 집을 산다고 알려져 있다.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부동산 중개인들에 따르면 거주 환경이 양호한 지역의 주택은 중국인이 시세보다 20% 가량 웃돈까지 주고도 집을 사들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인이 선호하는 지역에서는 매물이 없을 지경이다.
이로 인해서 일부 지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집값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실제로 중국인이 구입한 평균 주택 가격(median home price)은 52만 3,148달러로 영국(35만 달러), 캐나다(21만 2,500달러) 등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준을 보인다.
미국 부동산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중국인의 절반 이상이 대부분 임시 거주 및 휴가용으로 집을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거주를 위한 목적으로 구입하는 주택은 39% 수준이고 겨우 5%만이 상업용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구매 지역은 캘리포니아주다. 이곳을 찾는 중국인의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한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이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좋아하는 도시이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중국과 직항이 있고 이미 정착한 중국인들도 많아 새로운 이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집을 사는 이유 이미지 2 확대보기
2 중국인이 미국 주택을 집중 구매하는 이유
그럼 왜 중국인은 미국 주택구매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가장 우선적이자 현실적으로 꼽을 수 있는 이유는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명문대학인 UCLA 산하 앤더슨 경제연구소(UCLA Anderson Forecast)의 윌리엄 유(William Yu) 교수는 이를 ‘미국과 중국의 주택 가격 및 임대료 차이에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수년간 중국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충분히 올라 거품 논쟁이 있을 만큼 지나치게 상승했다.”고 평가한다. 윌리엄 유는 2014년 3월 상하이에서 거래된 콘도를 예로 들었다.
거래 가격이 99만 5,000달러인 이 콘도의 방은 고작 두 개에 면적은 1,248s/f1)였다. 반면 비슷한 콘도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83만 달러에 거래가 되었다. 하지만 면적은 거의 배인 2,116s/f에 달한다.
게다가 월별 임대수익도 상하이는 1,400달러인 반면 로스앤젤레스는 3,300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투자가치의 차이로 당연히 중국 내 자산가들은 자국 주택 구입보다는 미국 주택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윌리엄 유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는 한 중국 내 스마트한 자산가들의 미국 주택 구입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투자 가치 차이로 미국에 집을 사는 중국인 그룹에는 부자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가세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미국에 주택을 구입할 만큼 투자여력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위안화의 가치 상승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1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0% 이상 높아졌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중국인 입장에서 미국 집값은 충분히 매력적인 가격이 된 것이다.
이외에도 거액 자산가들이 자산을 분산할 목적으로, 또는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집을 사기도 한다.
또한 최근 중국 내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으로 중국의 고위 관료들이 자산을 해외에 도피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한 이유 중 하나다.
3 오월동주?
중국은 개방 이후 불과 10여년 만에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 2010년 일본을 넘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간 추세를 감안해 많은 전문가들은 짧게는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 다투어 내놓기도 한다.
반면 최근 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 여건으로는 아직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주택구입에 열을 올리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양국의 경제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온다.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은 무려 8조 896억 달러이다.
2012년 한 해에만 7,89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2013년 적자액도 6,887억 달러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은 1968년 7억 7,000만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이후 1970년, 1975년을 제외하고는 모든 해에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968년 이후 누적된 무역적자 금액만 12조 달러를 넘는다.
이 중에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하는 무역적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3,187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해관 통계는 이보다 조금 낮은 2,224억 달러이다.
이러한 통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양국 세관 당국의 수출입 집계 기준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이 2013년 기록한 무역흑자 금액이 2,600억 달러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미국에서만 흑자가 2,200억 달러를 웃돌았다는 것은 엄청난 수치이다. 양국 간 통상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2014년 8월 한국 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 9,932억 달러에 달한다. 지나친 달러화 의존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달러 비중이 절대적인 것은 사실이다.
추가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 금액만도 1조 2,7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이 무역흑자로 미국 달러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미국 화폐인 달러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 중국이 받는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달러 자산이 휴지조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 정상궤도에 올라야 한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최근 급격히 증가한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 구매가 미국의 주택 경기 회복에 좋은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지만 이로 인해 향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한편 미국 주택을 구입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아직까지 미국을 능가할 만큼 힘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누가 뭐래도 아직까지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고, 미국 주택은 다른 어느 자산보다 안정성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미국과 중국의 여러 갈등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는 이미 경제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언젠가 끝은 있겠지만 두 나라는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동거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미국 주택구매를 확대하는 중국인들의 트렌드도 이러한 관계의 일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중국과 미국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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