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여러 경제 지표가 좋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 심리가 취약해졌다. 증시에서 투자하려는 수요 자체가 취약한 상황에서 상장사 대주주와 임원의 보유지분 매도 금지령이 8일 풀릴 예정이었던 게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겼다. 새해 첫 개장일인 1월 4일 투자자들이 투매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 처음 도입한 서킷브레이커도 증시 급락의 원인이다. 중국에서 개별 주식의 주가 제한폭은 10%다. 과거엔 이 수준까지 오르거나 내리면 해당 주식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는데, 서킷브레이커가 도입되면서 지수가 5%만 떨어져도 모든 거래가 일시 정지되고, 하락폭이 7%가 되면 아예 장을 조기 마감하게됐다. 이런 제도 변화에 익숙치 못한 투자자들은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 됐다. 경제가 기본적으로 취약한 데다 새로운 제도까지 시행되니까 투자심리가 더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주식거래는 기관투자자가 중심이지만 중국은 개인투자자가 주도한다. 중국에서 시장이 불안해지면 공황으로 쉽게 증폭되는 이유다. 여기에다 위안화가 그동안 고평가됐다고 본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면서 증시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또 신규 기업공개(IPO)를 올해 등록제로 바꾼다고 발표한 것도 영향을 줬다. 누구나 다 상장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다. 증시에 물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은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 탓이 크다.
중국 증시가 이미 작년에 불건전해졌다는 것도중요한 요인이다. 중국은 작년에 증시 대폭락을 겪을 때 대주주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관 투자자들한테 주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등 여러가지 무리한 조치로 증시를 받쳐 놓았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는 언제라도 작은 악재만 있으면 폭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또 하나는 중국 증시에선 개인 투자자 비중이 80% 이상으로 높아서 폭락이 시작됐을 때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구조다.
중국 증시의 활황으로 중국인들이 너도나도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2010년 1분기와 지난해 3분기 사이의 5년 반 동안 기관의 주식보유비중은 15.4%p나 낮아진 반면 개인의 주식보유비중은 15.6%p나 높아졌다.
개미들은 투자정보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악재이든 호재이든 과잉 반응한다. 개미의 비중이 높을수록 주가변동폭이 클 수 밖에 없다.
주식 거래량으로 봐도 중국은 50%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개미들이 하루 거래량의 85%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하며 빈번하게 주식을 사고팔며 중국 증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해 내내 유사한 일이 여러 번 일어날 것이다. 중국 증시는 폭락이든 폭등이든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사실 이번 증시 폭락은 실물 경제와는 상관 없다. 중국 증시는 이미 작년에 망가져 있었다. 망가진 시장이 혼자 출렁댈 뿐이다. 실물 경제로 인해 나쁜 영향이 있어서 폭락한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지표들을 보면 증시가 7%씩 두 번이나 폭락할 만큼 나쁜 신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중국 증시 폭락은 글로벌 경제 회복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다. 한국 증시는 그나마 선방 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증시는 급락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는 글로벌 강국이다. 연초부터 주가가 폭락하면 세계 경제 심리는 올해 중국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 연쇄 반응이 나타나 공포감이 조성될 것이다.
이번 중국 쇼크는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의 글로벌 경제 전망을 안 좋게 만들어 버렸다. 미국, 유럽 증시 폭락도 유발해 금융 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의 수출·성장 둔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 증시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 중국 증시는 망가진 증시인데, 이를 우리나라가 있는 그대로 위험 요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 정부는 실제로 중국 증시 급락을 큰 리스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국 증시는 올해 내내 저렇게 움직일 것이니, 위험을 과장하지 말았으면 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9년 이후로 위안화 국제화를 빠르게 추진했다. 재작년부터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후강퉁’을 도입하고 자본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등 여러가지 조치를 해왔는데 이것 역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것이었다. 미 달러화가 평가 절하되는 와중에서도 위안화는 평가 절하하지 않고 절상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유지해 온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도 서두르지 않고, 자본 시장 개방도 빠르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의 방침이 다소 바뀐 것으로 보인다. 국제화보다는 내부 단속에 더 집중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되는 것으로 결정된 이후에는, 위안화의 움직임을 시장에 맡기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지 않을 것이고, 위안화가 절상되도록 환율 방어를 하지도 않을 것이고, 더군다나 자본 시장의 개방을 촉진해서 외국 투자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민간인들이 알게 됐다는 뜻이다. 이번에 위안화의 평가 절하 속도가 상당히 빨랐던 걸 보고 “정부 정책이 작년과 확실히 다르다”고 여기게 된 것이다.
이번 증시 쇼크는 기초경제 요건보다는 심리적 충격에 의한 것이 크다. 외국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알게 된 것이 그 원인이다. 첫 번째 주식시장 개방, 두번째 외국자본 유입으로 중국 증시가 대세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엇나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실물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기초경제 여건과는 큰 상관이 없다. 다만 작년 6월에 중국 주식 폭락으로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많이 보면서 중국 내수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손해를 봤는데, 이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 해외여행 등 젊은이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매출이 좋지 않았다. 중국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그런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이다.
증시가 급락한 것은 핫머니(국제 단기성 투기자금) 때문은 아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우리나라처럼 개방되어 있지 않다. 해외투자자들의 자본 이동은 정부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또 실상 중국 증시는 시장에 의해 움직인다기 보다 정책에 의해 좌우되는 곳이다. 최근의 증시 급락을 중국 경제 자체의 문제와 직결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국은 과다 외환보유액과 과잉 설비라는 두 가지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3조3000억달러로 중국 경제 규모(11조 달러)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다. 통상 국제통화기금(IMF)은 3개월 수입액 정도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본다. 또 외환보유액중 3분의 2는 달러 자산인데, 미국의 제로금리(0) 시대 동안 무수익 자산인 상태다. 중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손해를 본 셈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중국이 최근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동시에 환율 방어에 나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자 증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 외환보유액 축소는 중국이 의도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과잉설비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는 올해 국유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이는 국유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은 110개에 달하는데 이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은 이미 발표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M&A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상장된 국유기업이 많아 올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국유기업 간 M&A를 비롯해, 민간기업과의 M&A, 해외 기업과의 M&A 모두 다 예상 가능하다. 이러한 M&A에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개 가장 큰 우려로 우리나라가 무역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하지만 이는 착시 현상이다. 25% 중에서 사실 상 중국과 직접적인 무역이라고 할 수 있는 비중은 25% 중 5분의 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다 가공무역이다. 대중 무역 비중은 실제 우리나라 전체 대외 무역의 7%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안 좋을 때 흔들리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이 좋지 않을 때 타격을 입는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전망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위기를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건 중국의 정책 변화를 잘 파악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설비투자는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중국 국유기업이 M&A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기술기업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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