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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측 개혁, 부동산 버블 손대나



지난 2007년 미국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월가의 제로미 레뷔(Jerome Levy)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경제가 쇠퇴할 확률은 50%로 아주 높다. 여기서 암울한 예측이 나온 가장 불확실한 요인은 바로 중국 변수를 꼽았다.

만약 중국경제가 올 해 사업 구조조정 등 개혁성과를 올리지 못하면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 예측기관은 “2014년 투자환경이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2015년에는 글로벌 경제에 큰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측일 뿐이었기 때문에 면밀히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상황은 2016년까지 이어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관이 글로벌 위기의 진원지라고 예측한 중국의 생산 과잉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그동안 고정자산 투자와 수출로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렇다보니 고정자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중앙정부 재정은 물론 지방정부 재정에 까지 타격을 주는 규모다.

현재 중국 경제가 닥친 상황은 지난 1990년대 일본경제에 버블이 꺼질 당시 상황보다도 더 나쁘다는 게 이 기관의 평가다. 부동산 버블을 방치했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보다 더 심한 홍역을 치러야한다는 경고인 셈이다.

중국 부동산 거품은 만성병이다. 전국적으로는 50개 이상의 구이청(鬼城)이라 부르는 개발이 완료되었으나 입주가 되지않은 '유령도시'가 존재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오늘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베이징 도심을 감싸고 있는 옛 베이징 성곽 터인 2환로 주변의 부동산 가격은 평당 1000만원을 넘는다. 도시 근로자 평균월급 기준으로는 평생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다. 빚을 내서 아파트를 샀다간 평생 아파트 대출금을 갚다가 죽는 노예란 의미의 ‘팡누(房奴)’로 전락하곤 한다.

특히 2017년부터는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주기성 불경기가 예고된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올해 안에 부동산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중국지도부로서도 대책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2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 열렸다. 예년에 비해 늦게 회의가 소집됐지만 회의시간을 하루 연장하며 중국지도부가 머리를 맞댄 데는 위기의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15년도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예년에 비해 가장 늦은 시기에 열렸지만 회기는 예년보다 하루 길었다. 그 만큼 중국경제의 현 상황이 어렵다는 말이다. 2016년부터 13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데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도 해야 하고 도전을 받고 있는 요인들에 대한 대처 방안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7월의 주식시장 붕괴에 대한 분석과 8월의 위안화 환율 파동에 이은 은행의 부실 채권 문제와 금융사기사건 등도 논의됐다.

경제공작회의가 끝나자마자 부동산 문제를 논의할 중앙도시공작회의를 소집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도시공작회의는 지난 1997년 주룽지 총리가 중국에서도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상품 방 제도를 만들던 해에 열린 후 처음이다.

기업의 생산 과잉 문제와 함께 부동산 거품 붕괴가 동시에 터질 경우 중국은 그동안 개혁개방으로 이뤄놓은 배불리 먹는 수준의 ‘원바오(溫飽)’경제의 기반 마져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상,금융기관이 서로 나눠 가지던 부동산 개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기대하는 눈치다. 차제에 중국 부동산의 악순환을 끊지 않고서는 경제의 왜곡과 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는 점은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이 더 잘 아는 해 묵은 숙제다.

부동산 개발 이익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면 미분양 등 재고누적 문제도 말끔히 해결된다. 부동산 미분양 해소는 GDP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 지도부로서는 과감한 판단과 단기 땜질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만약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면 과거처럼 단기 부양책을 마련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단기 부양책이 중국경제의 병을 키워온 만큼 대 수술을 통해 중국부동산 정책의 틀을 바꿀 수도 있어 보인다.

중국 경제의 중장기 비전도 수출과 고정자산 투자보다는 내수 쪽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미국 보스턴컨설팅과 중국 아리(阿里)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중국 소비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올 해부터 시작되는 제13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 경제성장 속도는 완만해지는 반면 주민소득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측됐다. 소비 주도계층도 최상층 보다는 중간계층이나 신세대 젊은 층이 주도하는 이른바 ‘3극 주도’의 소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에 억눌린 중간층의 내수가 살아나면 중국경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1억 명 미만의 내수기반이 바로 14억 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에서 연소득 2만4000달러 이상 4만6000달러의 중간 충 가정은 현재의 2배로 늘어 1억 호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른 소비증가율은 매년 17%이상으로 추산된다. 지금도 중국의 큰 손 들인 가처분 소득 4만6000달러 이상인 부유층은 제외한 이야기다.

따라서 중국지도부는 2016년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 처방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프레임을 바꾸는 일에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억 부자가 중국 경제를 끌고 나가는 것보다 14억이 행복한 경제 프레임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서 우려되는 대목은 성장보다 분배에 방점을 찍는 중국식 공유 경제에 더 치중할 경우다. 14억이 행복한 생활을 위해 시장경제를 후퇴시키면 전체 파이는 늘어나기 어렵다.

지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일단 부동산 문제보다는 경제 체질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만든 게 공급사이드 중시 정책이다. 수요사이드보다는 공급 중시 경제학을 대입해 중국경제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창조적인 접근을 하고 미래에 개한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을 이루겠다는 게 핵심이다. 적절하고 원활한 공급을 통해 요소생산을 확대하는 것이다.

주기성 파동이 오면 통화 재정정책을 통해 통제나 수요 촉발하는 정책을 써왔던 과거와는 다른 접근이다. 그동안에는 정부 투자를 늘리고 단기적으로 파동을 진화하는 방식 경제의 지속 성정을 이뤄왔는데 이제는 생산 과잉에 접어들면서 화폐 공급에 의한 부양 효과가 나타나질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원 배분 왜곡현상이 나타나면서 경기부양이 가장 큰 장애물로 변해버린 것 이다. 이제는 수요만 자극해서는 안 되는 만큼 구조조정과 과학기술 진보를 통해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게 공급중시 정책의 골자다.

문제는 공급 측 구조개혁은 제도적인 측면이 강하고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 재정 세무 등 체제를 개혁해야하고 규제도 풀어야한다. 국유기업의 독점도 해소해야하고 민간 자본의 활력도 허용해야한다. 교육제도의 개혁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사회보험을 개선하고 분배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다행히 2016년 5대 개혁 중점 프로젝트에는 과잉생산 해소와 재고 문제해결 규제철폐 비용절감 등이 들어 있다.

경제주기로 보면 확실히 고속성장을 마무리하고 체질을 정비해야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 과거 30여 년간 배불리 먹는 문제를 해결했고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독점을 해소하고 기업의 적극성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성장 성패가 달려 있다. 좀비기업을 정리하고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서만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