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중일 '관광 삼국지'

중국과 일본은 관광 분야에서도 한국의 반면교사다. 각각 일본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중국은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측면에서다.

일본은 지난 2015년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일본이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은 1,974만명으로 전년 대비 무려 47.1% 늘었다. 관광객 수 증가와 함께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1년에는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무려 27.8%가 급감하는 충격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 4년 연속 관광객을 두자릿수 이상 늘리면서 이제 2,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정부는 침체된 내수경기를 만회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관광유인책을 내놓았다. 엔화 약세와 함께 지속적인 관광정책 홍보, 비자 완화 등 제도개선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대거 끌어들였다. 지난해 방일 한국인은 전년 대비 45.3% 늘어난 400만명, 중국인은 107.3% 증가한 500만명이나 됐다.

이시이 게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내 소비가 전년 대비 70% 급증하며 최초로 3조엔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중국인 유커의 소비가 4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유커는 약 500만명으로 전년 대비 두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관광객의 1인당 평균소비액은 28만엔으로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10만엔 가량 더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돼 일본에서 가장 많이 돈을 쓰는 외국관광객들로 꼽혔다.

이처럼 일본을 찾는 중국 유커들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최근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저렴한 ‘쇼핑 관광국가’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일본 제품의 질이 높을 뿐 아니라 정품 여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역시 일본 관광의 장점으로 꼽힌다.

일본이 겪은 지진과 방사능의 충격에 비하면 한국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작은 흔적만 남겼을 뿐이다. 여름 시즌 외국인 관광객이 반 토막 나는 아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323만명으로 전년 대비 6.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2016~2018 한국 방문의 해'와 함께 중국인 대상 '2016 한국 관광의 해'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어 회복속도가 더욱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비해 중국은 많이 아쉽다. 지난해 중국이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대만·홍콩·마카오 제외)은 2,599만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1.42% 줄었다. 메르스나 지진 같은 대형사고가 없는데도 그렇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관광객이 4.4% 늘어났는데 중국은 평균에도 못 미친 것이다. 부족한 관광 인프라, 스모그 등 환경오염이 관광객들을 몰아내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한국인 대상 '중국 관광의 해'의 영향으로 한국인 관광객이 6.3% 증가한 444만명에 이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이외에 일본을 포함해 대부분 국적의 관광객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한중일 3국 사람의 다른 나라 방문 상황도 흥미롭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은 일본은 한국·중국으로의 관광객이 줄었다. 방한 일본인은 184만명으로 전년 대비 19.4%가, 방중 일본인은 250만명으로 8.1% 감소했다. 반면 한국인은 일본과 중국에 전년보다 더 많이 갔다. 중국인은 전년 대비 일본에는 107.3%나 더 많이 간 반면 한국 방문은 2.3% 줄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방한 숫자(598만명)가 방일(499만명)보다 많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반도체·조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의 경쟁국이 되고 있지만 유독 관광 분야에서는 그런 우려가 없다. 중국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중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중화권으로 분류되는 홍콩·마카오·대만인은 제외)은 올 들어 9월까지 1,899만명이었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1.1% 줄어든 것이다. 큰 사건사고가 없었는데도 그렇다. 수치는 연간으로 2012년 2,719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13년 2,629만명, 2014년 2,636만명으로 정체상태다.

'외국인관광객' 집계는 외교관이나 군인 등 일부를 제외한 무역이나 사업·학생 등 모든 경우를 포함하기 때문에 순수 관광객은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관광지로서의 인기가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명목상은 주요 2개국(G2) 경제대국이지만 사회적 인프라는 훨씬 뒤떨어진다. 자금성·만리장성 등 유적 외에는 별로 볼 것도 없다. 늘 붐비는 인파에 교통체증, 미세먼지 공해도 관광산업을 가로막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양호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친절과 배려로서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데 서툴다. 유커들이 자신의 나라를 떠나 해외를 떠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외국인에 대해 폐쇄적인 체제는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다. 중국 관광산업이 한국의 경쟁상대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면 지나친 이기주의일까. 우수한 문화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중국을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