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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이해하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올해 804만명에 달할 예정이다. 지난 98년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중 선물로 중국 정부가 한국을 중국인 단체해외여행 목적지 국가(Approved Destination Status)로 7번째로 승인하면서 한국이 중국인 해외여행지로 허용된 그 해 21만662명에서 9년만인 '07년 106만8925명으로 100만명 시대에 돌입했고 다시 10여년이 지난 이제 1천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있다. 현재 1억2000만명 수준인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도 2018년까지 1억700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함에 따라, 국내 소비액의 10%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자의 구성원도 다변화됐다. ​​바링허우(八零后80년대 출생자)​, ​주링허우(九零后90년대 출생자) ​등 풍요롭게 자란 젊은 세대 여행객이 늘면서 단체관광객뿐 아니라 ‘개인 자유여행’ 관광객도 늘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과 관련해 변하지 않은 것은 두 가지다. ‘쇼핑 위주’의 관광객이 많다는 점과 ‘중국 관광객’들을 보는 국내의 시선이다. 2014년 서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은 방문 목적에 대해 ‘쇼핑’이라고 답했다. ‘유커(游客)’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큰 손’, ‘대박’, ‘경제효과’ 등과 연동된 기사 제목이 쏟아져나온다. 한국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베이징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관광도시연합(WTCF)이 2014년 중국의 해외여행객 10만명을 두고 조사한 결과 전체 지출액의 57.65%를 쇼핑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중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사들인 명품만 1168억 달러(약 142조원)로, 글로벌 사치품 소비의 46%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대량구매 행태를 설명하는 ‘​바쿠가이’(爆買い·폭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곧 ‘돈벌이’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중국인의 쇼핑관광을 한국의 관광자원 부족, 관광정책의 실패로 규정하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올라온다. 중국인들에게 보다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인식에 따라 특히 제주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규제완화가 이뤄졌다가 지역사회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뒤늦게 비판받았다.

중국인의 소비중심 관광행태에도 중국 나름의 맥락이 있다. 1989년 일반 중국인들의 단체 해외여행이 개방된 이래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욕구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여행에도 단계가 있다. 한국 역시 첫 해외여행은 패키지 쇼핑관광 위주로 시작했으며, 여행인구가 늘면서 체험형 여행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중국인들도 같은 단계를 밟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도 중국인들의 해외 쇼핑에 한몫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수출국인 만큼 중국 당국이 국민들의 해외 쇼핑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중국인의 ‘싹쓸이 쇼핑’은 글로벌 차원의 무역수지의 균형 맞추기인 것이다.

중국인의 ‘쇼핑 관광’이 굳이 개선해야 할 것이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낮다’는 언론들의 일상적인 주장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재방문율이 낮아 보이는 것은 중국의 여행객 자체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며, 재방문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쇼핑 관광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 쇼핑하고 싶게 만드는 것 자체가 국가의 강점이고 좋은 이미지일 수 있는 것. 관광에 있어서 '우리 것’,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강박을 굳이 가질 필요도 없다. 중국 관광객이 열광하는 화장품, 한류 아이돌등은 이미 주어진 ‘우리 것’이다. ‘기와집’, ‘한복’ 등 전통적으로 관광상품으로 팔았던 것에 천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반 한 해 4000만명 가까운 중국인들이 홍콩을 방문했다. 홍콩 거주민의 6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홍콩의 소매판매업은 5년간 81% 성장했지만, 홍콩 경제는 아수라장에 빠졌다. 관광객들이 생필품을 쓸어담는 통에 물건은 동나고 물가는 치솟았으며, 임대료도 폭등했다. 홍콩 주민들이 살기 어렵게 된 것이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주된 원인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경제적으로 반드시 도움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은 조건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홍콩에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서울보다 1.8배 넓은 홍콩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들은 작은 경제권에 고래가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 모양새’였지만 한국은 서울 외 제주·강원 등 여행지의 다변화가 가능하고, 제조업이 탄탄해 생필품 부족사태가 벌어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홍콩은 한국의 반면교사가 될 수는 있지만 홍콩이 한국의 미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국소적 도시구조의 재편은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 홍대, 북촌 등지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지나친 관광객 유입으로 현지인과 소상공인이 떠나고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천편일률적 상업시설만 남아 결국 상권이 죽고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한 ‘단일한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증언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테이블 회전율이 높은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사색할 공간은 사라지게 된다. 중국인 성형관광객들이 몰리며 ‘중국의 전통적 미인은 쑤저우와 항저우에서 배출하지만 현대 미인은 서울 가로수길에서 배출한다’로까지 불렸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땅값은 4.74% 상승해 서울시 평균인 4.09%를 웃돌았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동은 수십억대로 월 임대료가 상승해 ‘버거킹’이 버티지 못하고 이전할 정도다. 화장품 매장과 의류 매장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중국관광객 대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국내) 부동산 투기 붐이 강남 아파트에서 강북 상가로 옮겨간 것에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가속화된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중국 자본이 추진하는 난개발이 문제가 됐다. 2010년 제주에 투자이민제가 실시된 이래 도내 중국인 소유 토지는 143만6000㎡에서 799만9000㎡로 늘었다. 2011년 중국 기업 바오젠(保健) 유치를 기념하여 조성한 바오젠 거리는 임대료가 200% 상승했다. 2012년에는 중국인 단기 방문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는 방안이 추진됐다가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해 제주 주민 10명 중 6명은 중국인 관광객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한국적인 것’이나 ‘관광객을 미끼로 한 성장’이 아니라 ‘교류’다. 외국으로 나갔을 때뿐만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들의 입장과 문화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뭉뚱그려지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극동) 하얼빈과 (남부) 하이난 지역이 다르고, 시안에서 온 50대와 상하이에서 온 20대는 다르다.시간이 지나면 중국인의 관광행태도 변화해갈 것, 조급증으로 (단기적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기본적으로 교류와 이해를 늘려가고 관광의 인프라를 잘 구축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인)은 한국에게 궁극적으로 아시아에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반자다.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문화관광의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화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말고, 중국의 문화 콘텐츠도 적극 수입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야 한다. ‘유커 대박론’을 넘어서 교류의 대상으로서 중국 관광객과 중국 사회 기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