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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사라지는 중국경제, 청년층 단기파트타임으로 몰려나

회계를 전공하고 있는 중국의 여대생 장첸(21)은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 스포츠 용품 박람회장에서 관람객들을 안내하는 파트타임 일자리 면접을 준비중이다.


이틀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은 240위안(약 4만원) 정도가 고작이나 면접에는 약 40명이 몰렸다. 어깨에 명품 미우미우의 가방을 맨 장첸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돈은 적지만 나는 보다 흥미로운 삶을 원한다"며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이 전통적인 정규직 대신 단기성 파트타임에 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스마트폰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구인구직이 일반화되면서 인터넷과 마케팅 서비스 분야의 파트타임 임시직만 전문으로 중개하는 구직앱 두미(DouMi)는 서비스 시작 6개월만에 이용자가 2000만명까지 두배로 늘었다.

두미에 올라오는 구직 정보 대부분은 며칠 혹은 몇주간의 단기성에 학력이나 옷차림 등에서 유동성이 높은 일들이 많다. 일당 130위안 정도인 슈퍼마켓 판촉행사나 전단지 배포 등이 한 예다.


자오 쉬용 두미 최고경영자는 "매달 30만~40만개의 일자리가 올라온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직업 선택에 있어 안전성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그들이 특정 한 도시에 거주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영기업(SOE)과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던 이전세대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해 중국 대학생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48%는 전통적인 노동 시장에 편입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두미에 등록한 구직자들도 거의 절반이 학생이며 90%가 35세 이하였다. 바이 페이웨이 샤먼대 경제학 교수는 "1990년 이후 출생자들은 더 이상 부모세대처럼 고강도 노동을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자유와 레저에 가치를 두며 전통적인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받는 각종 제약을 혐오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단기 일자리 선호 현상은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것에서도 기인한 측면이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최근 25년만에 최대폭으로 둔화됐고 실업률은 전년에 비해 5% 이상 뛰었다. 2010년 중국의 실업률은 거의 '0(제로)'였다.

특히 수익이 별로 높지 않는 광물이나 금속 관련 국영기업의 노동자들은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감원 바람 속에서 월급마저 삭감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제조업이나 광산, 건설 부분 일자리 수는 2012년 이후 계속 급감해왔다. 반면 보다 유동적인 고용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유입되는 노동자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주 샤오 전 인민대 사회학 교수는 "앞으로 어쩔 수 없이 파트타임 일자리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더욱 더 보게 될 것"이라며 "과연 국영기업에서 쉽고 안정적인 전통적 일자리 갖는 것을 원하지 않겠나. 문제는 그런 직업은 최소한 대학졸업자나 이주 노동자들에게는 더 이상 자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긱경제(Gig Economy); 산업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형태의 경제 방식을 말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딘가에 고용돼 있지 않고 필요할 때 일시적으로 일을 하는 ‘임시직 경제’를 가리킨다.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형태의 임시직이 급증하고 있다. 택시는 물론 주차대행이나 쇼핑도우미 가사도우미 안마사 요리사까지도 모바일로 호출할 수 있다. 이들에 의해 경제가 주도되는 것을 ‘긱(Gig) 경제’라고도 얘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