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최된 올해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에선 리커창총리가 공개할 올 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국방예산 규모가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리 총리가 100분간 업무보고를 하는 동안 3,000명에 달하는 전인대 대표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건 휴대폰 요금 인하 계획이었다. 회의장인 인민대회당에선 10여초 간 박수세례가 이어졌고, 내내 굳어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을 정도다.
중국 정치체제 특성상 전인대와 같은 공식적ㆍ정치적인 회합 자리에서 휴대폰 요금 인하와 같은 구체적인 사안이 언급된 건 이례적이다. 이는 심각한 양극화 속에 고속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중속성장 시대를 맞이한 중국 정부가 ‘서민 편’임을 강조하기 위해 꺼내든 정치적 카드의 성격이 짙다. 실제로 중국에선 성(省) 경계를 넘어 장거리 통화를 하면 국제전화를 할 때처럼 값비싼 로밍요금을 내는 경우가 많고, 휴대폰 개통지역을 벗어나자마자 장거리 요금이 적용되기도 한다. 고향의 노부모나 자녀와 통화하려는 수많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 베이징에서 타 지역으로 출장간 회사원 등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전인대 개막 전체회의 이튿날인 6일 차이나텔레콤을 비롯한 3대 국유 통신업체는 “모바일 로밍 수수료를 10월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정보기술부도 “광대역 인터넷요금을 계속 낮춰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 총리가 “국민 생활이 정치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먼저 개선하겠다”고 말한 대로다.
특히 주목되는 건 리 총리의 휴대폰 요금 인하 발표가 ‘데이터 중심 통신시대’를 열겠다는 향후 통신산업 정책 구상과 맞닿아 있는 점이다. 휴대폰의 ‘전화기’ 기능 약화, 사물인터넷(IoT)ㆍ가상현실(VR) 등의 토대가 될 5G 시대 진입 등을 감안해 전화요금 부담은 줄이되 더 많은 데이터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차세대 통신산업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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