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중국사업 경영마비 현상이 산업 전반에 도미노처럼 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정기업의 중국 경영 악화는 해당 기업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본사 경영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면서 그룹의 근간을 뒤흔들고,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해당 기업의 업종뿐만 아니라 타 업종과 협력사로 그 피해가 암세포처럼 번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시장 타격이 글로벌경영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경제와 주가에 대한 저평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그룹들의 중국 현지 경영악화 조짐 탓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영업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 기업에 대한 대출 신용관리뿐만 아니라 대출규모 자체가 급감, 올해 법인 영업에 만전을 기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중국 현지 금융권에 따르면 각종 불확실성 탓에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실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외형을 줄이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현지 소매금융 역량이 떨어지는 한국 금융기관들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 영업에 매달리고 있다. 기업 대출 수요가 줄거나 신용리스크가 커지면 중국 현지 한국 금융법인들의 실적도 추락한다는 뜻이다.
중국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에 위치한 한국 금융기관들은 주로 한국기업 현지법인들의 대출영업에 올인하고 있는 실정인데 기업들의 투자환경 악화와 실적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올해는 한·중 외교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긴축경영이 확산되고 있어 금융권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실적 수치는 견조한 편이다. 그러나 미래시장 장악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막히고 있다는 점과 사드배치 논란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소비자에 대한 한국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될 경우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자 글로벌 수출 관문인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상실, 소비자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중국사업 악화가 곧바로 글로벌 경영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경영외적인 불확실성으로 현지 투자방침을 보수적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대중국 수출실적이 하반기부터 본격 하락세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정치 현안과 맞물려 재계 오너들의 중국 내 투자의사결정은 잇따라 보류되고 있고, 한·중 외교마찰이 기업들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외풍에 시달리는 삼성과 한·중 간 외교갈등 본산이 되고 있는 롯데 등 대표적인 국내 2개 그룹뿐만 아니라 CJ, 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국내 주요그룹 대부분이 중국 정부와 한국 정치권 눈치만 살피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최순실 사태와 한·중 외교마찰 논란 등으로 당장 '샌드위치 악재'에 직면한 곳은 삼성, 롯데, CJ, SK 등이 꼽힌다.
실제로 사드갈등 관련 그룹의 총체적 명운이 걸린 롯데의 행보가 주목된다. 롯데는 한국 내 사드 대체부지 제공 탓에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에 타깃이 됐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롯데닷컴의 알리바바 영업 중단부터 롯데슈퍼 매장 폐쇄 및 테마파크 공사 중단까지 중국발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특히 중국 선양에 짓고 있던 롯데월드타운 건설중단 사태를 놓고 중국의 보복설을 놓고 진위공방이 한창이다. 롯데는 동절기에 건설이 어렵다며 지적사항을 보완해 건설재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결국 3월부터 재공사에 들어가는지 여부가 중국사업 재개의 관건이 된다.
CJ도 롯데와 마찬가지로 최순실 특검과 사드 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에 민감한 유통과 엔터테인먼트가 중국 내 주력사업이라는 점에서 역풍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차의 중국 미래 전기차시장 진입 여부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가 실린 전기차 제품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하면서 현대차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중국 출시가 연기됐다. 궁여지책으로 중국산 배터리로 교체해 시장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해 프리미엄 전기차로 승부를 걸려던 기존 계획이 흐트러지게 됐다.
SK는 최근 중국 내 주요 투자건 가운데 3건이 실패 혹은 지연되면서 공격적인 중국 투자사업에 속도가 꺾였다. 문제는 최태원 회장의 중국시장에 대한 야망과 현재 경영외적 상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중국 내 SK를 건설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수립했지만 계열사들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중국 화학업체 상하이세코의 지분인수 계획부터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셀 합작공장 추진, SK종합화학의 중국 부탄디올 합작생산법인 설립 등이 실패 혹은 지연.취소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국내 문제나 한·중 간 갈등문제가 기업의 글로벌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공공연히 회자될 경우 기업경영에 타격을 받을까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솔직히 중국 현지투자에 대한 의사결정도 본사 내부 정황상 어려운 상황이고, 괜히 투자결정을 단행했다가 양국 간 외교 비화로 막대한 손실을 입을까봐 보류하는 게 현지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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