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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드 보복, 2022년까지 이어질 것


대국(大國)의 관음증(觀淫症)은 무죄고, CCTV 설치하는 것을 도와준 자는 유죄다. 대문 밖 전봇대에 CCTV를 설치해서 중국의 안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미국의 사드 레이더 배치다. 그래서 중국도 자기집 옥상에서 대문 밖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 헤이룽장성에 설치한 탐지거리 5500㎞의 신형 위상배열 레이더다. 한국은 전봇대 빌려준 죄를 뒤집어 쓰고 중국에게 당하고, 안 빌려주면 미국에게 당하는 고약한 상황에 처했다.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두고 중국의 대국답지 못함을 얘기하지만 이는 중국이 주변국을 대하는 본심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그리고 이는 더 크게 보면 한국과 중국 간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싸움이다. 강한 대국끼리 치고 받는 모순이 생기면 다치는 것은 대국이 아닌 주변의 소국이다. 한국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중 패권전쟁의 인질로 잡혔다. 중국은 입만 열면 세계 인류는 운명공동체이고 중국이 이 공동체운영의 주도자가 되겠다고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운명공동체가 아닌 한반도의 북한과 운명공동체일 뿐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과 북한을 서로의 입지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고 이용하지만 최종 책임은 한반도에 지운다. 결국 한반도에서 치킨게임을 강요하고 결정적인 순간 피해볼 것 같으면 손 떼고, 이득 볼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양상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당장 한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발등의 불이다. 중국인의 속내를 잘 알아야 대응책도 나올 수 있다. 공자의 나라 중국은 관용의 나라일까? 인(仁)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공자 사상은 중국이 역사 이래 만든 모든 문물을 합한 것보다 더 크고 강하다. 동양의 성경은 논어이고, 유교사상은 동양인의 사고와 생활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나라 이후 국가 통치철학으로 자리매김한 유교를 중국은 어떻게 생각할까?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은 문화혁명 시기에 공자사상이 사회주의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공자 사당을 파괴하고 묘를 파헤치고 유교경전을 불태웠다. 종손이 없는 종갓집은 종갓집이 아니다. 지금 공자의 나라 중국에는 공자가 없다. 공자의 79대 종손 쿵췌이창(孔垂長)은 대만에 산다.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하자 공자의 종손은 장제스와 함께 대만으로 이주했다. 중국이 돌아오라고 온갖 회유를 했지만 공자의 묘를 훼손한 공산주의자들과는 말도 섞지 않은 것이 공자의 후손들이다. 공자의 종손은 우리나라 퇴계선생의 제사에는 오지만 정작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에는 가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고 세계가 경이로운 눈길로 중국의 부상을 바라보지만 어느 나라도 중국식 공산주의 문화를 자기의 발전모델로 쓰겠다는 나라가 없다. 세계의 넘버원을 꿈꾸는 중국은 그래서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를 다시 불러냈다. 공자의 철학, 인으로 세상을 다스리면 모두가 만족하는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는 것이 자기네 국가철학이고 이것을 실천하겠다고 전 세계를 설득하는 것이다. 중국은 정말 공자의 인을 실천하는 관용과 포용의 나라일까, 아니면 뒤끝 작렬하는 잔인한 보복의 나라일까?


중국의 역사와 인구를 보면 답이 있다. 상(商)나라 이후 중국의 왕조가 바뀌는 시점에 인구를 보면 적게는 20%, 많게는 65%가 줄어들었다. 패권을 잡은 자가 장애가 되는 세력은 무자비하게 도륙해 버린 것이다. 진나라·한나라 집권 초기에 인구는 50% 줄었고 삼국시대에는 65%, 청나라 집권 초기에도 인구가 50%나 줄었다. 중국은 건국 이후 패권이 완벽해지는 일정 기간 동안은 관용이라고는 없는 잔인한 보복의 나라였다.

한국은 이젠 정부가 아니라 민간과 언론을 동원해 지능적으로 사드 보복을 일삼는 중국을 정확히 봐야 한다. 지금 중국인의 마음속에 있는 유교는 공자의 유교가 아니다. 중국의 유교철학은 한나라 때 동중서와 송나라 때 주희에 의해 두 번의 큰 세탁을 거쳐 도교·불교의 잡탕밥이 된 변형된 유교다. 동중서는 제자백가의 사상 중 유교를 이용해 삼강오상(三綱五常)의 불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통치 체계를 완성했고 이것을 국가통치 철학으로 한무제가 받아들인 것이다.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아들, 사회 모든 것을 계급과 위계질서로 규정하고 아래 것은 어떤 경우에도 위를 거역해서는 안된다는 불평등을 강요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자의 사당을 파괴했던 당 지도자의 입에서 유교 경전의 글귀가 쉴 새 없이 튀어 나온다. 시진핑 주석이 집권하고 나서 각종 국가행사, 해외방문에서 행한 연설문이 시진핑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4권이 발간되어 있다. 그런데 그 어록을 보면 대부분이 유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다. 맹자는 “힘으로 인을 가장하는 것을 패도(覇道)라 하고, 덕(德)으로 인을 행하는 것을 왕도(王道)라 한다”고 했다. 패도는 힘에 의한 정치를 일컫는 말로 왕도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지금 중국 지도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마르크스와 레닌이 아닌 공자다. 그런데 그 공자는 춘추전국 시대의 어진 공자가 아니라 패권을 장악한 황제가 통치의 연장을 위해 만든 ‘변질된 공자’다. 입으로는 왕도를 외치지만 속은 패도를 실행하는 것이다.

결국 절대강자는 왕도를 실현해도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지만 고만고만한 수준의 중간 강자들이 경쟁하면 왕도는 쓸모없다. 중국은 미국과 인도·러시아 등의 대국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입으로는 왕도를 외치지만 어쩔 수 없이 패도로 가게 되어 있다. 시 주석은 ‘왕패병용(王覇幷用)의 전술’을 구사하는 지도자다. 나라를 세운 지 60년 즈음에 등장하는 중국 당나라의 태종, 한반도 조선의 태종 모두 왕패병용의 인물이다. 절대패권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패도 우선, 왕도 나중’이다. 중국은 지금 건국 68주년이고 미국과 치열한 패권경쟁 중이다. 이런 상황에 있는 중국에 대해 대국의 통 큰 아량이나 관용을 요구하는 것은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시진핑은 왕패병용의 전술 중 아직 패도의 경향이 짙은 지도자다. 입으로는 왕도를 말하지만 중국 내부는 패도를 실행해야 지탱되는 구조다. 중국의 사드 제재는 패도정치의 전형이다.


중국의 상황을 보면 최고지도자가 한번 내뱉은 말을 명분 없이 다시 집어 넣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이 절대 패권이 되지 않는 한, 사드 문제는 시 주석이 은퇴하는 2022년까지 길고 오래갈 가능성 있다. 4월의 미·중 정상회담이 잘 풀려도 한?중 간 사드 문제는 강도의 문제지 없던 것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은 작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에 의존한 사드 보복 해제를 기대해선 안된다. 신발끈 단단히 묶고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한류·관광·화장품이 아니라 반도체처럼 중국이 절절이 원하지만 한국이 아니면 절대 공급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고 수출하는 것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응하는 최고,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