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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파벌, 치열한 제사람 심기 경쟁



◆시진핑 측근, 정치국원 대거 진입 전망

중국 정계 지각변동은 중앙이 아닌 지방에서 먼저 감지된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후베이(湖北) 당 서기를 맡아온 리훙중(李鸿忠)은 최근 갑작스럽게 낙마한 황싱궈(黄兴国·62) 톈진시 당 대리서기 겸 시장 후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톈진시 당서기는 2014년 12월 쑨춘란(孙春兰) 당서기가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으로 옮긴 이래 황싱궈 대리서기 체제였다.

톈진시 당 서기는 베이징·상하이(上海)·충칭(重庆) 당서기와 함께 25명인 공산당 중앙 정치국위원으로 가는 길목이다. 과거 선례에 비춰 볼 때 리훙중 신임 서기가 내년 제19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위원으로의 승진이 유력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1993∼1997년 톈진시 당 서기를 역임한 가오더잔(高德占)을 제외하면 1984년 니즈푸(尔志富) 이래 톈진 당 서기는 모두 정치국위원으로 승진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리훙중은 원래 혁명원로들의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太子党) 출신으로 공산당 중앙 정치국위원 겸 사회과학원장을 지낸 리톄잉(李铁英)의 비서 출신이다. 리훙중은 현재 시 주석 측근으로 분류된다. SCMP는 리훙중 신임 서기가 “올해 초 시 주석을 ‘당의 핵심’이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한 지방 당 서기 가운데 한 명”이라고 전했다.

최근 산시(山西)성 성장으로 자리를 옮긴 러우양성(楼阳生) 산시성 부서기, 윈난(云南)성 당 부서기에서 당 서기로 영전한 천하오(陈豪), 윈난성 서기였던 리지헝(李纪恒)은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 서기로 이동했다. 이들 모두 시 주석이 과거 상하이 당서기 등 지방 재임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인물들이다.


◆리위안차오 몰락, 공청단 세력 약화 뚜렷

링지화(令计划) 전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장의 형인 링정처(令政策)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 사법 처리도 빨라지고 있다. 링지화는 후진타오(胡锦涛) 전 국가주석 비서실장 출신이지만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비리 혐의로 낙마했다.

1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검찰 당국은 최근 링정처(令政策) 전 산시성 정협 부주석, 천촨핑(陈川平) 전 타이위안(太原)시 당서기, 쑨훙즈(孙鸿志) 전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 부국장을 뇌물 수수 및 각종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링정처는 조만간 장쑤성(江苏省) 창저우(常州)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링지화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정치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중국 3대 권력 파벌 중 하나인 공청단파(共青团派·퇀파이)의 핵심이었다. 리커창 총리도 퇀파이로 분류된다.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은 장쑤성을 퇀파이의 독무대로 만들었던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이 이미 상무위원 진입 자격을 상실했다고 전했다. 그는 후진타오 전 주석과 공청단 중앙서기처에서 함께 일했다. 리 총리나 링지화 전 부장에 못지않게 후 전 주석과 인연이 깊다. 리 부주석은 문화대혁명(1966∼1976) 이전 상하이 부시장을 지낸 리간청(李干成)의 아들이다. 시 주석과 함께 태자당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올 들어 미국의 중화권 매체들은 리 부주석이 사정당국에 자진출두해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를 통해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음을 기정사실화했다.

천취안궈(陈全国)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서기에서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당 서기로 이동한 것은 시진핑 체제에서 밀려나 ‘사병이 없는 지휘관’ 처지가 된 리커창 총리에게는 위안이 될 만한 대목이다. 천 서기는 리 총리가 허난(河南)성 서기 및 성장 시절 함께 일했다. 신장자치구는 현 서기 장춘센(张春贤·63)과 전임 왕러취안(王乐泉)이 모두 정치국위원을 지낸 곳이다. 신장자치구는 반중 성향이 강한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폭동이나 테러가 자주 발생하는 곳이어서 비중 있는 인사가 당 서기 자리를 맡는 게 관행이다. 천취안궈에 자리를 물려준 장춘센은 공산당 중앙 당건(党建)영도소조 부조장을 맡아 베이징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장쩌민 파벌, 연령제한 퇴진 많고 전망 밝지 않아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정·재계 인맥)으로 대표되는 장쩌민(江泽民) 전 국가주석 파벌은 내년 당 대회 시점이면 연령제한에 걸려 퇴임하는 인물이 많다. 류윈산(刘云山), 장가오리(张高丽) 등 상무위원이 대부분 퇴진한다. 정치국위원 중에서도 멍젠주(孟建柱)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연령제한으로 퇴임한다. 장쩌민 파벌은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정(韩正) 상하이 당서기나 왕후닝(王沪宁)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장쩌민 파벌로 통한다. 왕후닝의 경우 장쩌민의 눈에 들어 발탁됐지만 후 전 주석에 이어 시 주석 집권까지 내리 3대 정권에서 ‘제왕의 책사’ 역할을 맡고 있어 특정 파벌에 속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한편 중국 내에서도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장칭웨이(张庆伟·55) 허베이(河北)성 성장이 최근 포스트 시진핑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 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장 성장의 부상은 후춘화(胡春华·53) 광둥(广东)성 서기와 쑨정차이(孙政才·53) 충칭시 서기가 부각된 포스트 시진핑 각축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10월 6중전회, 내년 가을 19차 당대회에 이르는 동안 현재 7인 체제인 공산당 중앙 상무위원제를 유지할 것인지, 상무위원제가 폐지될 경우 당과 정부에 상응하는 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67세는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는 그럴 수 없다는 칠상팔하(七上八下)의 잠규칙(潛規則·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숨어 있는 규칙)이 깨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여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69세의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내년 당대회에서 유임되면 시 주석도 70세가 되는 2022년에 최고지도자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중국 권부 사정에 밝은 한 베이징의 소식통은 “시 주석이 19차 당 대회에 앞서 자기 사람을 곳곳에 심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방이나 중앙 당·정 고위직 인사의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