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권력투쟁이 가열되면서 증시를 무대로 한 정경(政經) 커넥션이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 경제일보 산하 증권일보 셰전장(謝鎭江) 사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으로 면직과 함께 공산당적도 박탈당하고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중국 경제잡지 차이신(財新)이 11일 보도했다.
차이신은 증권일보가 최근 홍콩에서 실종돼 중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샤오젠화 밍톈(明天)그룹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언론사라며 샤오 회장의 조사와 관련있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밍톈 계열회사들이 증권일보 운영사인 증권전매(證券傳媒)의 지분 36%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증시가 급락했던 2015년 8월에도 증권사-언론사-증권감독당국이 연루된 주식 내부자거래 커넥션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 권력투쟁설로 비쳐지는 샤오 회장에 대한 조사가 정경커넥션의 실체를 드러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스위(劉士余)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장관격)은 10일 전국 증권선물 업무 감독관리회의에서 “한 무리의 큰 자본 악어를 잡아 중국으로 데려와야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샤오 회장의 실종이 재벌을 통제하려는 당국의 의도적 조치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로 금융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는 조지 소로스 같은 큰 손을 ‘큰 악어’로 부른다. 샤오 회장에 대한 조사가 2015년 6~8월 증시 급락과 연관있다는 설이 나오지만 그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누나를 비롯해 당정 고위급 친인척의 재산증식에 관여한 점을 들어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당정 고위간부 친인척의 증시 커넥션은 시 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비서실장 출신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반부패로 낙마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2014년 12월 링지화가 체포된 후 중국언론에는 링지화 동생인 링완청(令完成)이 세운 ‘후이진리팡(匯金立方)자본관리공사’가 만든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뒤 상장한 기업들의 명단이 돌았다. 최근 테슬라 킬러로 주목받고 있는 러에코도 그중 하나다. 링완청은 현재 미국에 도피중이다.
후이진리팡은 웹사이트도 없고 다른 증권사 지점망을 영업장소로 활용하는 등 은밀하게 움직여왔다. 후이진리팡의 수익 모델은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뒤 조기 기업공개(IPO)를 할 수 있도록 해 차익을 회수하는 것이다.
링완청을 도운 리량 증감위 투자자보호국장이 낙마했고, 이듬해인 2015년 12월엔 야오강(姚剛) 증감위 부주석(차관격)도 철퇴를 맞았다. 링지화 부패혐의에 연루돼 체포돼 작년 11월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로 4년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국유기업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의 전 최고경영자(CEO) 리유(李友)도 권력투쟁의 희생양으로 통하기도 한다.
리 전 CEO와 팡정증권의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 투자회사인 정취안(政泉)홀딩스 창업자 궈원구이(郭文貴)회장은 올 1월26일 홍콩의 중화권매체 밍징(明鏡)과의 영상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리유는 허수아비로 둘 사이의 분쟁은 권력투쟁의 일부였을 뿐이라며 리유의 후원자들이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에 있으며 후일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SCMP가 전했다. 궈 회장은 2년여전 부패관료와 연루된 게 드러나 미국 등지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링지화 커넥션의 비즈니스모델에 다른 당정 고위간부도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 이유다. 올 가을 공산당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권력투쟁이 가열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시 커넥션 깨기’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링지화는 부패혐의로 낙마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과 함께 시 주석 집권에 반대하는 정변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신4인방'에 속한다.
중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린 쉬샹(徐翔) 쩌시(澤熙)투자관리유한공사 총경리는 올 1월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죄로 5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쉬샹은 17세에 3만 위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40세에 개인 자산을 40억 위안 규모로 키웠지만, 2015년 11월 체포됐다. 중국 증시에서는 쉬샹과 연루된 상장사들의 전 고위 임원 조사설이 지금도 흘러나온다.
쉬샹은 부패권력층과 결탁한 것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 일시 실종됐다가 정상 업무에 복귀한 중국 최대 투자회사 푸싱(復星)그룹의 궈광창(郭廣昌) 회장은 상하이방(幇)에 속하는 인물로 꼽힌다. 당시 궈 회장에 대한 조사를 두고 “상하이방 포위작전의 신호탄,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대한 압력”(니혼게이자이신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이번 샤오 회장에 대한 조사를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샹쥔보(項俊波)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이 비리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설이 지난 11일 밍징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부패 척결의 칼 끝이 어디까지 향할 지 주목을 받고 있다.
샹 주석은 국가심계서(감사원격)에서 잔뼈가 굵은 인민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부패척결의 용장으로 통하는 인물인데다 부패를 다룬 드라마 각복과 영화 시나리오를 쓴 인물이라는 점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집으로 협박전화를 건 조직폭력배에게 “전쟁도 해봤고 몸에 부상도 입어봤다. 마음대로 해봐라”며 물리쳤던 일화를 갖고 있다.
증시의 검은 커넥션을 깨기 위해서는 반부패 조사 뿐 아니라 제도적인 보완도 병행돼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공개(IPO)에 대한 심사비준제를 등록제로 개혁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재 중국 증시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고 대기중인 회사가 700여개사에 이른다.
이 때문에 급행차에 올라탈 수 있는 지대추구(rent-seeking activity) 수요가 생겨 정경유착의 토양을 만든다는 것이다. 류 주석이 큰 악어 퇴치를 강조하는 동시에 “2-3년내 IPO 정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배경이다.
중국 당국의 증시 커넥션 깨기 가속화 배경으로는 ▲권력투쟁 가열 ▲반부패 강화 ▲금융리스크 방지 등이 함께 거론된다. 배경이 어떻든 중국 증시가 당정 간부와 재벌 등 힘있는 세력이 짜고 치는 도박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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