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급등이 이어지다 보니 이와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도 많다.
1994년 상하이 사람이 아파트를 판 20만 위안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노숙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접시를 닦는 등 갖은 고생을 다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우범지역인 빈민가에 살았기 때문에 강도도 여러 번 당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100만 달러(약 680만 위안)를 힘들게 모아서 노년은 중국에서 보내려고 귀국했다. 그런데, 살던 곳에 가보니 이전에 살던 아파트 가격이 800만 위안으로 올랐다. 그냥 가족, 친구와 함께 상하이에서 편하게 지냈다면…. 아마 누군가 그럴 듯하게 지은 이야기일테지만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쉐취팡(学区房, 학군이 좋은 주택)이 뜨거운 감자다. 베이징 아파트 가격이 평당 20만 위안(약 32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들에 비하면 약과다. 명문 초등학교 부근의 주택 중에서는 가격이 평당 60만 위안(약 1억원)까지 폭등한 곳도 부지기수다. 번듯한 집도 아니고 지은 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쪽방 가격이 이렇다. 왜일까?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베이징대, 칭화대에 입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베이징의 명문 고등학교는 대부분 명문 중학교 졸업생이 입학하고 또 명문 중학교는 명문 초등학교의 진학 비중이 크다. 결국 명문 초등학교 주변에 있는 쪽방 가격이 폭등했다.
이렇게 중국판 ‘8학군’인 쉐취팡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 네티즌들의 반론이 제기됐다. 베이징대를 졸업해도 쉐취팡은 고사하고 베이징 아파트도 사지 못하는데, 베이징대를 가기 위한 쉐취팡 가격이 이렇게 급등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부동산 버블 때문에 생긴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금도 쉐취팡은 매물이 없어서 못살 정도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쉐취팡 가격 급등은 중국인들의 교육열도 원인이지만, 부동산 투기의 역할도 크다. 초등학교 졸업까지 6년만 보유하고 수익을 내고 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1000만 위안에 매수해서 1500만 위안에 판다면, 상상만 해도 솔깃하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보면 무리도 아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 부호 연구로 유명한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10개 도시는 모두 중국 도시였다. 2선 도시 대표주자로 부상한 허페이 부동산 가격이 48% 상승했고 샤먼과 난징은 각각 46%, 42% 상승했다. 1선 도시인 선전(32%), 상하이(31%), 베이징(28%)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중국 부동산 가격 급등은 유동성의 급증과 중국 경제의 높은 부동산 의존도와 관계가 깊다. 먼저 유동성을 살펴보자.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광의통화(M2)는 15조8000억 위안에서 155조 위안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상하이 증시는 1645포인트에서 3103포인트로 약 90%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지역별로 대략 7~8배 상승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1선 도시 아파트 가격은 10배 넘게 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 오직 부동산 상승폭만이 유동성 증가 속도를 상회했다. 부동산 투자가 중국인들의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이유다.
자산 가격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소득 규모다. 같은 기간 중국인의 소득 상승 폭을 살펴보자.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도시 지역의 평균 연봉은 2001년 10834위안에서 2015년 62029위안으로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연봉이 매년 10%씩 오르고 있다. 2016년 평균 연봉을 약 68000위안으로 가정하면, 지난 15년 동안 중국인들의 연봉은 약 6배 올랐다.
이렇듯,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중국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좋은 투자처였다. 주가 상승 폭은 말할 것도 없고 소득 상승폭도 훨씬 초과했다.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버블에 대한 방임이 숨어 있다. 갈수록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투자는 마지막으로 남은 버팀목이다. 시장이 급격히 과열되면 규제책을 내놓지만, 중국 정부는 시장 폭락을 야기할 수 있는 부동산 규제책은 시행할 수 없다. 성장률 목표 치인 6.5%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중국 부동산 조정을 외치던 목소리가 있었지만, 중국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지속돼 왔다. 시장의 비이성적인 과열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부동산 버블이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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