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쑤저우 우장구 당안국에서는 올 1월 지역편찬업무직 공무원 선발시험을 치르면서 학력을 역사학, 중문학, 당안관리, 인터넷 및 뉴미디어 학위 소지자로 한정했다.
천진사범대 대학원 중국고대사 석사학위를 가지고있던 류팡(刘芳25)은 본인이 적임자로 생각하고 지원했으나, 시당국은 류팡씨의 학위가 역사학이 아닌 중국사라며 서류전형에서 떨어뜨렸다.
올해 29살인 류루이링(刘瑞玲)은 2년 전 내몽고민족대학에서 세계사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역사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고향인 산시성 뤼량시(山西吕梁市)직속 교육기관의 모집공고를 발견하고 흥분했다. 열심히 준비했고, 200명 넘게 응시한 필기시험에 가뿐히 통과했다. 면접대상자 6명 중 2명을 뽑는 3대 1의 경쟁률. 석사학위 소지자는 혼자뿐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 인사과에서 갑자기 면접시험 자격 취소를 통보해왔다. 모집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두 명의 류씨에게 해당 관청들은 모두 “우리 시험전형 자격 요건은 역사학 전공자만 응시할 수 있는데 당신의 전공은 중국사 또는 세계사이지 역사학이 아니다”라며, 중국사(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역사학의 세부과목인 세계사와 중국역사가 역사학에 속하지 않는다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너무 당연한 이치라 중국사(세계사)가 역사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795만명에 달한다. 이 수 많은 졸업생은 좁은 취업 문으로 몰린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창업을 격려하고 있지만 막상 대학 졸업 후 창업하는 이들 중 3년 내 성공할 확률은 1%라는 통계는 중국 대학 졸업생들을 좁은 취업 경쟁으로 몰아넣고있다.
그러나 좁은 취업의 문을 더욱 좁게 만드는 중국식 취업관행은 흙수저 중국 취업준비생들을 더욱 좌절시키고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건의 소식은 언론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었지만 중국의 취업시장은 특히 주로 정부 산하 교육기관이나 사업 단위에서 ‘관시(관계)’가 얽힌 지원자를 채용하는 것이 관행이 되어있다. 언론들은 이를 ‘로보자오핀(萝卜招聘홍당무 채용)’ 또는 '바이마페이마(白马非马式招聘,백말은 말이 아니다)식 채용이라 부른다. 홍당무나 무를 땅에서 뽑고 나면 딱 맞는 구멍 하나가 생기는 것에 빗대고, 백말은 말이 아닌 것으로 간주하여 내정자를 뽑기 위해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기관들의 행태를 풍자하는 말이다.
지난해 푸젠성의 핑난현 재정국 직속 유가증권관리소가 모집 공고에서 내건 지원 자격이 대표적인 예다.
‘학사 학위 소지자(석·박사 불가), 외국학교 학위, 국제회계 전공, 대학 영어 4급, 여성, 25세 이하, 핑난현 호적.’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영국에서 국제회계를 전공하고 귀국한 재정국장의 딸 뿐이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상은행 본점 관리직 691명의 간부 중 221명의 간부 배우자와 자녀들이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관시’로 무장한 일부 계층이 기회를 선점해 다른 지원자들은 기회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인민들은 평등함을 외치며 혁명에 성공한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이 이제 지역격차, 빈부격차에 이어 이제 막 사회 문턱에 선 젊은 청년들까지 좌절시키는 '중화차별공화국'인 셈이다.
'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인들 1년에 430만명 암환자 발생, 280만명 사망 (0) | 2017.07.06 |
---|---|
1등석을 타는 중국신(神) (0) | 2017.07.06 |
중국 양꼬치의 정체 (0) | 2017.07.04 |
중국의 수영장 풍경 (0) | 2017.07.04 |
허리띠 채우는 것을 깜박했을 때 (0) | 2017.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