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노점상도 현금을 받지않고 즈푸바오(支付宝)등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고 우리 언론들의 흥분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세계적인 추세로, 중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모바일 결제가 빠르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아이리서치(艾瑞咨询)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는 58조8000억 위안에 달했다. 시장 규모가 2015년 대비 약 4배 커질 정도로 급성장했다. 모바일 결제시장 규모가 커지는 이유는 모바일 결제의 편리성과 생활 깊숙이 파고든 O2O 서비스 영향이 크다. '12년 차량공유서비스 디디추싱에서 시작하여 음식배달서비스(어러머), 자전거공유서비스(모바이크, ofo)가 활성화되는 등 계속 생겨나는 새로운 O2O 서비스가 모바일 결제 빈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2016년도 기준, 알리바바의 즈푸바오(支付宝,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웨이신즈푸(微信支付, 위챗페이)가 모바일 결제 규모의 52.3%와 33.7%를 각각 점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모바일 결제시장의 팽창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과 생활밀착형 O2O 서비스의 발달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이다. 신용카드를 발급하려면 신용조회 회사가 개인의 신용정보에 기반해 작성한 신용평점과 신용등급이 있어야 한다. 중국인 중에 도시지역의 화이트 칼라 외에 농촌주민이나 서비스업종 종사자는 신용등급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저조하다.
2014년 말 기준,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은 1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보급률이 약 90%인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역설적이게도 뒤처진 기술, 혁신단계가 마치 2000년 초반 비디오테이프 단계없이 바로 CD로 영화를 감상했던 것처럼 현금에서 신용카드, 다시 신용카드에서 모바일 결제로 진화하는 지급결제 시스템의 발전과정에서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이뤄낸 것이다.
이에 박차를 가하듯 알리바바의 마윈(马云) 회장은 올해 2월 중국을 5년 내에 현금 없는 사회로 만들 것이라고 밝히며 일명 "현금 없는 도시 계획(无现金城市计划)"을 내놓았고 여기에 5개의 도시가 동참하면서 최초 마회장의 발언에 반신반의했던 중국인들은 "현금 없는 사회가 5년 내에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했다.
"현금 없는 도시 계획"에 참여한 5개 도시에는 항저우(杭州), 우한(武汉), 텐진(天津), 푸저우(福州), 꾸이양(贵阳)이 있다. 즈푸바오가 현금 없는 도시를 계획한다 할지라도 시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루어지기 힘들다. 이에 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즈푸바오의 "현금 없는 도시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먼저 항저우는 마윈 회장의 고향이자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95% 이상의 마트와 편의점에서 즈푸바오 결제가 가능하며 98% 이상의 택시가 모바일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한은 즈푸바오 사용자가 약 900만 명에 달하여 중국 전체 도시 중 두 번째로 사용자가 많은 곳으로 98% 이상의 택시, 80% 이상의 편의점, 75% 이상의 음식점과 미용실 등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다음으로 텐진을 보면, 텐진의 상주인구는 1550만 명으로 이중 즈푸바오 사용자가 690만 명에 달하며 올해 5월 즈푸바오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모바일 결제 소비자 지수가 전국에서 10번째로 높다고 한다.
즈푸바오의 주 이용층은 빠링허우(80后,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 지우링허우(90后, 199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다. 푸저우의 경우 인구의 약 500만 명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중 80%가 빠링허우와 지우링허우로 젊은층의 이용이 높다. 그리고 95%의 택시, 85%의 마트와 편의점, 80%의 요식업에서 모바일 결제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꾸이양은 2017년도까지 전 도시에 공공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하여 도시 전체에 인터넷 플러스를 강화시키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주요 목적이겠지만 사실 알리바바는 또 다른 속셈으로 지역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즈푸바오의 점유율이 높기는 하지만 온라인을 제외하고 오프라인만을 놓고 본다면 웨이신즈푸의 점유율이 훨씬 높다. 따라서 웨이신즈푸를 견제하고 오프라인의 점유율까지도 탈환하기 위해 즈푸바오 사용자가 많고 모바일 결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 도시들을 우선 지역으로 선정하였을 것이다.
즈푸바오는 올해 8월 1일부터 8일까지를 "현금 없는 도시 일주일(无现金城市周)"로 지정하고 현금 없는 사회를 미리 경험해보는 주로 만들겠다고 7월 6일 공식 발표했다.
현재 중국의 357개 도시에서 즈푸바오가 사용되고 있다고 하니 5개의 현금 없는 도시를 비롯하여 "현금 없는 도시 일주일"이 성공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마윈 회장의 발언처럼 5년 이내에 현금 없는 사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모바일 결제는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6년 12월 말 기준, 중국 내 휴대전화 사용자는 총 6억 9500만 명으로 이중 모바일 결제 이용자는 4억 6900만 명이다. 이를 통해 중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인구의 삼분의 이가 모바일 결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가 세계 1위라고는 하나 주 이용층인 젊은층을 제외한 노인층에게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다. 중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에 진입하여 2015년 60세 이상 인구가 2억 명에 달했고 이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정보격차가 존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다 강화된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의 제고 방법이 고려되어할 시기이다.
결국 5년 이내에 도래할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해 스마트폰을 구매하여 모바일 결제 방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지만 억압과 강요이외 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격차, 빈부격차에 이어 정보격차까지 중국 당국이 해결해야할 난제가 추가된다는 점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현금 없는 사회가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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