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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京

우리는 취약계층


중국에서 취약계층이란 용어는 2002년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공작보고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중국 정부 기준으로 연간 순수입 1196위안 미만자를 도와주어야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전국에 있는 3597만 명의 농촌 빈곤인구나 퇴직 빈곤층이 대상자였다.

http://news.qq.com/a/20101112/000188.htm?pgv_ref=aio%3Fpc


그런데 이 용어가 나온 지 13년이 지난 요즘에는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자신은 취약계층이라며 정부에 해결책을 요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장더왕(章德旺)은 헤이룽장(黑龙江)성의 한 농촌 출신이다. 그는 시골에서 작은 건축회사를 차려 연간 10만 위안을 벌지만 늘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한다. 그는 “중국에서는 돈이 조금 있다고 특별한 게 하나도 없다. 나는 아직 취약계층이다(别看有点钱,我仍然属于弱势群体)”라는 말을 남겨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방에 갈 때마다 그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우선 지방 유관부서 공무원을 초청해서 식사를 해야 한다. 기업체 사장이지만 촌 위원회 주임 보다 못 하다.그들에게 촌지 격인 홍바오(紅包)를 보내지 않으면 공장 앞길을 바리케이트로 막아 버린다.회사 운영은 물론 차도 들어갈 수가 없다. 여기에 프로젝트 인허가를 공무원들에게 받아야하고 은행에서 대출 받는 일도 모두 청탁을 해야 가능 하다. 이런 데도 취약계층이 아니라는 말 이냐”고 반문한다.

실제 중국에서 당신은 취약 계층 입니까 라고 물으면 대학생은 물론 상인은 물론 국영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다니며 수 만 위안의 월급을 받는 고액 월급자도 다 취약계층이라고 답한다. 심지어 TV나 영회에 나오는 스타도 지신을 비정규직이라며 취약 계층이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에서는 취약계층을 위한 포럼이 유독 많다. 취약계층이 어떻게 성공하고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건강관리를 해야 되는 지를 알려주는 포럼에는 구름관중이 몰린다. 이런 포럼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점을 이용해서 주변서 도시락을 팔거나 이동 커피점을 운영해 돈을 버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 쯤 되면 중국에서 취약계층이란 개념은 직업 기준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불만의 대명사 쯤으로 이해된다는 것을 감 잡았을 만도 하다.

실제 태평양건설그룹 옌지에허 회장은 “민영 기업가들은 취약계층”이라는 발언으로 중국 전역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나아가 리우공천이라는 전국 정치협상회의 위원은 “공무원이 취약계층”이라고 발언한 적도 있다. 이를 두고 한 베이징시 공무원은 평소 주판 알을 튀기 길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의 기질을 비꼬며 이들을 “돈 있는 취약계층”들 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경제력으로 따지면 미국에 이어 연간 10조 달러클럽에 들어간 중국에 취약한 심리가 만연하게 된 배경이 뭘까.

일단은 사회적으로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반발로 이해된다. 다시 말해 현재 상황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일 수도 있고 경쟁으로 표현되는 사회정서의 표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보어 넘기기에는 그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사실 중국의 취약계층은 30년 전 개혁 개방 초기에도 있었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도 심각했고 기회의 불균형도 지금 못 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도 매우 컸고 집단 보복 심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사회 전체가 불만을 표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리면 첫째는 사회적으로 소득 불균형 격차가 확대된 점을 꼽는다. 전세계 명품의 4분의 1을 소비할 정도로 부자가 많이 양산되고 있지만 반면 도시빈민과 시골에 사는 빈곤층은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경쟁의 틀이 불공평 해진 점을 지적한다. 인구 이동 마저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기회의 평등 면에서 농촌과 도시 그리고 각 계층 간에 존재하는 괴리감의 표출인 셈이다.

세 번째는 사회보장 제도의 미비다. 도시 빈민 중 보호대상자는 2340만 명을 넘는다. 이들에게는 월 160위안을 보조해주는데 유럽의 600유로와는 천양지차다.

네 번째는 사회에 만연한 부패현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작은 파리 급에서부터 큰 호랑이급 부패까지 일망타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부패가 줄고 있으나 중국 국민들이 느끼는 부패 감도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들이다.

리스(李实) 베이징 사범대 교수는 취약계층에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비 정규직등 취업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실업의 위험에 노출돼 있거나 사회에서 비 주류화 된 소외감 등 사회적인 측면과 개인의 권리보장이라는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한다.

대도시 속의 촌락을 나타내는 ‘청중촌(城中村)’ 현상을 예로 든 그는 “ 주민과 외부의 소통이 부족하고 언어 문화등도 달라서 심리적인 고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고 진단한다. 특히 사회 경제적인 구조전환기에 새로운 트랜드의 출현이나 새로운 문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심리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는 게 리스 교수의 처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경제의 전체적인 발전이나 소득수준은 높아졌지만 지역 간의 불균형이나 개인 간 분배 격차나 소득 불균형 등이 이런 취약계층 심리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일확천금을 버는 고소득 졸부들을 바라보는 일반 백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사회적 스트레스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 취약 계층은 도시인구의 8%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다 토지 징발을 당하거나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권리를 침탈당하는 농민까지 합치면 어디까지 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다는 데 있다.

우선 미디어의 책임론이다. 뉴스 가치에 따라 사실 보도 도 걸러 내는 중국의 미디어로서는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민간 조직이나 사회단체 그리고 협회 등에서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츠푸린 중국개혁발전연구원장은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범죄를 저지른 아들이 “우리 아버지는 리강이다(我爸是李刚)”라고 했던 사건을 기억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관료 2세대라는 세습권력과 사법부패로 인해 법에서도 취약계층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자신 자존 자강의 정신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의 취약계층들이 희망하는 해결책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권리를 보장하며 규칙이 공평하고 분재나 사회 보장 면에서도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나가자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제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게 된다면 취약계층이란 말이 사라지고 대신 우세계층이란 말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적인 제도건설이 급선무다. 참정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면서 표결권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취약계층은 앞으로 정치와 사회적인 민주화의 속도에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