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인터넷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여럿 있다. 2013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총거래 규모는 2480억 달러로 아마존과 이베이의 총거래 규모를 더한 금액보다 많았다. 2015년 알리바바의 총거래 규모는 4900억 달러로 월마트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같은 해 중국 P2P(개인 간 거래) 대출 업체의 대출 규모는 669억 달러로 미국의 4배에 달했다. 2016년에는 더 큰 변화가 있었다. 모바이크 같은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유자전거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며 인터넷 트렌드를 선도하기 시작했다. 또한 모바일 결제 거래가 8조5000억 달러로 급증하며 미국의 70배 이상으로 커졌다. 2017년 4월 기준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운영하는 위어바오는 운용자산 1656억 달러로 JP모건을 제치고 세계 최대 머니마켓펀드(MMF)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미국이 이끌던 인터넷 산업을 미·중 양국이 이끌기 시작하는 추세다. 특히 모바일 인터넷 시대로 진입한 후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이 자동차의 나라라면 중국은 인터넷과 모바일 단말기의 나라”라는 한마디로 중국 모바일 인터넷의 영향력을 표현했다.
중국 인터넷산업의 특징은 역시 규모다. 2016년 말 기준, 중국 네티즌 수는 7억1000만 명에 달했다. 인도와 미국 네티즌을 합친 규모와 맞먹을 뿐 아니라, 세계 네티즌 수의 20%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의 인터넷 소비 규모 역시 막대하다. 지난해 9670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인터넷산업 규모보다 놀라운 것은 ‘차이나 스피드’다. 중국 네티즌 수는 지난 15년 간 연평균 25% 넘게 늘었고 인터넷 소비 규모도 매년 32%씩 커졌다. 특히 아직도 인터넷 보급률이 52%에 불과한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 네티즌의 특징이다. 중국 네티즌은 연령대와 학력 수준이 미국보다 낮으며 모바일 인터넷 이용 비중이 크다. 중국 네티즌 평균 연령은 28세로 미국의 42세에 비해 14살 어리다. 중국인의 평균 연령이 낮기도 하지만, 중국 노년층 중에 인터넷 미사용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학력도 낮다. 중국에서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의 네티즌 비중은 21%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64%에 달했다. 중국 네티즌 절반 이상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었다.
낮은 연령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국 네티즌들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강했다. 네티즌 마음을 사로잡는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인터넷 시장의 성격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실례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는 2016년에도 미국 시장 침투율이 50%에 못 미쳤지만, 중국의 경쟁 업체인 디디추싱은 3년 만에 시장 침투율 50%를 달성했다.
인터넷 보급률은 중국이 미국보다 낮았지만,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은 중국이 90%로 미국(78%)보다 오히려 높았다. 앞서 마윈이 모바일을 강조했듯이 현재 발생중인 중국의 인터넷 혁명은 정확히 말하면 ‘모바일 인터넷’ 혁명이다. 2012년 샤오미가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가격 하락으로 중국에서 스마트폰의 범용화(Commodity)가 진행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스마트폰 보급과 모바일 인터넷 이용이 급증하면서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혁명이 시작됐다.
인터넷산업의 세부섹터로 들어가면, 중국은 미국보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와 인터넷 금융 비중이 크다. 매출액으로 볼 때, 중국에서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27%)보다 훨씬 높은 44%에 달한다. 인터넷 금융의 비중 역시 12%로 미국(5%)보다 높다.
중국 인터넷 업계의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인터넷 3강인 BAT가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모바일 결제, 차량 공유 서비스 등 분야 별로 선두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에서 타오바오와 티몰을 육성하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SNS에서는 텐센트의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의 영향력이 독보적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모두 투자한 디디추싱이 독점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사는 바이두가 투자한 씨트립이 눈에 띈다. BAT 외에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동닷컴, 포탈·게임퍼블리싱 업체인 왕이도 자체 생태계 육성에 진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잘 쓰는 용어 중 하나가 ‘바람구멍(風口)’이다. 급격히 커지는 업종이나 기회를 뜻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중국 인터넷산업에는 몇 번의 큰 기회가 있었다. 소셜커머스, P2P대출, 인터넷 라이브방송이 대표적이다. 소셜커머스의 그루폰, P2P 대출의 렌딩클럽 등이 모두 미국 기업이었지만, 중국 시장에서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경쟁도 치열했다.
2011년 소셜커머스가 한창 열풍일 때, 중국 소셜커머스 업체는 5000여개로 늘었다가 경쟁구도가 상위 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200여개로 감소했다. P2P대출 역시 마찬가지다. 2015년 P2P대출업체는 3400개까지 급증했다.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늘다가 금융 리스크를 우려한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P2P대출 업체가 줄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카카오와 일부 게임 업체 외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탄생한 대형 인터넷 기업이 드물다. 그런데 중국은 다이내믹한 산업 분위기를 반영하듯 몇 년 사이 급성장한 스타 기업이 많다.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은 5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고 있으며 소셜커머스 업체인 메이퇀의 기업가치도 180억 달러가 넘는다. 공유자전거로 화제가 된 모바이크는 20억 달러에 가까운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한다는 통계 수치도 있다. 중국 유니콘 기업은 설립된 지 평균 4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2년 안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중도 46%에 달했다. 이와 달리 미국 인터넷 기업은 유니콘 기업이 되기까지 평균 7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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