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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2기 중국의 경제 낙관 또는 비관론



‘차이나 리스크는 실체인가, 아니면 허상인가?’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충격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공포’는 세계의 시선을 중국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빛과 그림자 중 어느 쪽을 확대해 보는가에 따라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린다. 중국 정부와 내부의 학자들은 차이나 리스크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경제는 자생력과 위기 관리로 6%대의 중고속 성장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 공산당이 오는 2050년을 미국을 추월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도달 좌표로 제시한 근거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에 천착하는 중국 외부의 학자들은 ‘거품 붕괴’ 가능성을 끊임없이 경고한다. 국가 주도의 경제체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구조적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다. 어떤 견해가 현실화하는가에 따라 세계 경제의 미래도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낙관론

중속성장 지속 낙관론 = 중국 경제는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39조7000억 위안(약 6조664억 달러)으로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등장했다. 올해 GDP 규모는 80조 위안(약 12조536억 달러)으로 7년 만에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0월 18일 열린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경제 건설에서 중대한 성과를 이룩했다”며 “경제가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고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앞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 주석 집권 5년에 포함되는 2012∼2016년 연평균 GDP 성장률은 7.2%로 7%대를 유지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6.9%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6.8% 성장하는 등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6.5% 이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이고 세계 경제성장 기여도는 30%를 넘어 세계 1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탈빈곤 정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년간 빈곤탈출 인구는 5500만 명. 올해도 1000만 명 이상이 빈곤선을 벗어날 전망이다. 허 주임은 “전 세계 극빈층 인구가 40%에서 10%로 줄어드는 과정에서 중국의 공헌도가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앞두고 때마침 발표한 지표들도 호조세를 나타냈다. 끝없이 치솟던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진정되고, 실업률은 4%를 밑돌며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9월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3% 올라 지난해 4월 6.2%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12.6 % 이후 10개월 연속 둔화세다.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국 경제는 일부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은 견고한 편”이라며 “시진핑 집권 2기의 경제 정책 방향은 안정 성장 유지를 큰 목표로,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 및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아이단 야오 악사(AXA)투자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잃어버린 20년’을 걸은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며, 시진핑의 구조개혁과 부채감축 노력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시진핑 집권 2기에는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해 현대화 경제체제 구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과잉생산 분야 구조조정 등 공급 측면의 구조개혁 심화와 혁신형 국가 건설, 지역 균형발전 전략,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보완 등이 주요 정책 방향이다.

▪️비관론

◇신용궤도 위험 비관론 = 비관론자들은 부동산 거품과 부채 문제, 불균형 성장 등을 중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지목한다. 먼저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택 가격 증가율이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투자액과 재고 누적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부터 10조 위안(약 1700조 원)을 돌파한 부동산개발 투자가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부동산 재고 누적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부동산 투자가 중국 경제 붐을 지탱해 왔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 역시 “집은 살기 위한 곳이지, 투기하기 위한 곳이 아니다”라고 언급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경제의 또 다른 핵심 리스크는 부채 문제다. 특히 부동산 붐으로 인한 모기지론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치솟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중국 가계부채가 지난 2년 동안 무서운 속도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GDP 대비 29.6%(16조 위안)였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44.3%(33조 위안)까지 급등했다. 기업부채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올해 3월 말 기준 GDP 대비 기업부채 비중은 165.3%를 기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기업부채 경고 임계치인 80% 기준을 2배나 넘을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가계·기업·정부 부채가 지난해 GDP 대비 242%에서 2022년 290%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의 현재 신용궤도는 위험한 상태이며, 지금이야말로 부채정리 노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최대 부실채권 처리 회사인 ‘화롱’은 부실채권 거품이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중국경제 분석가는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부실채권이 올해 6조8000억 달러(약 764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부채 문제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수년간의 완화적 통화정책과 부실한 리스크 관리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3조 달러에 달한다. 자산관리상품(WMP)으로 대표되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규모도 2011년 GDP 대비 29.6%에서 지난해 62.0%로 급증했다. WMP는 은행의 대출자산, 회사채 등을 신탁회사에 넘겨 유동화한 상품으로, 은행 대출로 계상되지 않는다. 이처럼 부채 문제가 심각하자 중국 내부에서도 강력한 경고음이 울렸다.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최근 “중국의 기업부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가계부채가 최근 몇 년간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를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낙관주의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스키 모멘트는 장기 성장 후에 부채나 환율 압력 등으로 자산가격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것을 뜻한다.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따른 계층·지역 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소득 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0.465(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함)로 5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도농 간 격차도 여전해 지난해 중국 도시민의 연평균 소득은 3만3600위안으로 농촌(1만2400위안)의 2.7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