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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에서 디지틀 세계로 변신중인 광저우

광저우는 선전, 포산 등과 더불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광둥성의 중심도시다. 광둥은 중국 개혁개방 이래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해 전세계를 향해 수출품을 쏟아내던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금 상승과 경제구조와 발전모델 변화 필요성에 따라 중국이 산업 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광둥성 또한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실리콘 밸리’로 변신 중이다. 특히 최대도시 베이징·상하이는 물론, 알리바바가 위치한 항저우(저장성)나 인근의 공업도시 선전에서 이미 기술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뒤처졌다는 고민에 빠진 광저우는 최근 적극적으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현재 광저우 곳곳에는 첨단산업 관련 기업과 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찾아간 하이주구의 파저우에선 37만㎡ 규모의 파저우인터넷혁신집중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10년 안에 이곳에 중국판 실리콘 밸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알리바바, 텅쉰, 샤오미, 푸싱, 궈메이, 티시엘(TCL) 등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 기업의 지역 본부와 호텔, 아파트, 문화오락 시설 등이 모두 공사를 시작한 상태다. 전체 투자 금액은 630억위안(약 10조3622억원)에 이른다.

같은 하이주구 안에 12만㎡ 넓이로 조성되는 광저우벤처캐피털타운은 5년 안에 스타트업 기업 250곳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곳의 쑨하이펑 최고경영자(CEO)는 “이곳은 1990년대 중반엔 광저우 최대의 자동차 거래 시장이 있었던 곳으로, 나중엔 일부가 신발 도매 시장이 되기도 했다. 이후엔 정부 주도로 전자상거래시범구역으로, 다시 이번에 벤처캐피털타운이 됐다”며 “이 지역의 변화는 광저우가 발전해온 역사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19세기 말 중국 금융의 중심지였던 민간금융거리에 인터넷 소액대출기업들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중국 경제의 혁신 바람을 타고 외국에서 실력을 인정받던 유학생들이 귀국해 창업하는 이른바 ‘하이구이파’도 광저우에선 드물지 않다. 광저우 바이오 단지 ‘국제생물도’에 입주한 킹메드의 위스후이(55) 수석과학자는 미국 워싱턴대 의대 등 해외에서 25년을 일하다가 2015년 귀국해 입사했다. 그는 이 회사 직원 1500명 중 하이구이파가 20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학 뒤 돌아와 바이오프린트 기업 메드프린을 창업한 위안위위(37) 회장은 “미국이 이미 성숙한 시장이라면, 중국은 시장을 만들어갈 환경과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다만 첨단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데 폐쇄적인 중국의 인터넷 환경은 근본적인 제약이 되기도 한다. 지난 10월 ‘고(GO) 키보드’, ‘고 뮤직’ 등으로 구글플레이 앱 시장에서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4위를 차지한 중국 기업 고모(GOMO)는 정작 중국에선 매우 생소하다. 구글이 차단돼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웨이신도 중국 안팎의 이용자를 분리시켜 운영한다. 스티븐 왕 웨이신 디렉터는 “중국 내 서비스는 중국에 둔 서버를 근거로 이뤄지지만, 외국에서 개설한 웨이신 계정은 중국 내 이용자들과 연결은 될지언정 서버는 중국 본토 밖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