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봉지라면보다 간편한 컵라면을 훨씬 좋아한다. 13억 8000만명이 1년에 평균 27.9개(2016년 기준)의 컵라면을 먹었다. 연간 385억 2000만개가 팔린 것이다. 이 숫자는 전 세계 컵라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다. 가히 ‘컵라면 천국’이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컵라면를 포함한 즉석 라면의 판매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12년 연간 462억 2000만개 판매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의 라면 시장은 2011년까지 8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중국의 라면 판매는 462억개에 달해 정점을 찍고 2016년에는 385억개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과 비교할 때 3년 사이 약 80억개가 줄어든 셈이다. 중국의 라면 판매량은 2012년, 2013년 각각 전년 대비 3.7%, 4.97% 증가해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세계인스턴트면협회(WINA)에 따르면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한국 등 주요 컵라면 시장 가운데 유독 중국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자 중국 즉석 라면업계의 1인자 캉스푸(康师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캉스푸의 라면 매출액은 지난 2013년 43억3200만 달러(약 4조62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2억3900만 달러로 급격히 줄었다. 중국 인스턴트 라면과 음료 시장의 50%를 점유한 이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연속 순익 30%가 감소했다. 이로 인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만5000명의 인력을 해고해야 했다.
‘컵라면 제국’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웰빙 바람’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컵라면을 주식처럼 먹는 이들이 줄고, 인스턴트식품 소비를 이끌던 젊은 세대들이 저설탕, 저지방, 비가공 식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웰빙푸드의 시장규모는 2004년 226억 위안에서 2013년 5000억 위안으로 20배 넘게 급성장했으며 영양제 등 건강보조식품 시장도 연평균 약 35% 이상 성장하고 있다. 라면, 소시지 대신 저탄수화물, 고단백질로 구성된 웰빙푸드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여유가 없어 대충 끼니를 해결했던 이전 세대와 달리,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중국의 신세대들은 값싼 라면 대신 유제품, 유기농 식품을 선호한다”며 "최근에는 유기농 채소, 신성한 과일 등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 라면을 찾는 신세대 소비자들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대도시에 농민공(농촌에서 이주한 노동자) 유입이 줄어든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에 정착한 농민공들은 대부분 취사시설이 열악한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어 간편한 컵라면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경기 둔화로 대도시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방·농촌 개발로 현지 취업이 늘면서 농민공 숫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6년 대도시로 유입된 농민공은 전년에 비해 170만명 줄었다.
고속철과 항공기 이용이 활성화된 것도 컵라면 쇠락을 재촉하고 있다. 고속철이 깔리기 전에는 기차 여행이 3~4일씩 걸려 끼니의 대부분을 컵라면으로 때워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도시가 모두 고속철로 연결돼 있어 여행 시간이 길어야 7시간이다. 객차 내부와 기차역 시설도 개선돼 컵라면 이외의 식품이 많아졌다. 2016년 기준으로 중국 고속철 이용객은 12억 2000만명이고 항공기 이용객은 5억명에 이른다.
음식배달 서비스 역시 컵라면의 적이다.
스마트폰 배달앱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굳이 컵라면을 끓일 이유가 사라졌다.
중국의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11년 216억8000만 위안(약 3조5600억원)에서지난해에는 2100억 위안(약 34조 4000억원)으로 10배 증가했다.
중국 최대 배달업체 어러머(饿了么)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인이 주문한 음식배달 건수는 33억개다. 배달 거리를 모두 합산하면 지구 8바퀴를 돌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중국인의 배달 음식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의 음식배달 시장은 바이두(百度), 알리바바(阿里巴巴), 텅쉰(腾讯·텐센트) 등 중국 IT업계의 '빅3'가 스타트업 지분 인수·합병(M&A)을 통해 주도해왔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16년 기준 텅쉰의 메이퇀(美团点评)이 40.7%, 알리바바의 어러머(饿了么)가 35.0%, 바이두의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卖)가 18.4%를 차지하는 등 전체 시장의 90%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다.
3강 구도 속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중국 내 음식배달 시장은 지난해 8월 알리바바가 바이두와이마이를 인수하면서 양강 구도로 전환점을 맞았다. 중국 내 시장 점유율 2위인 알리바바의 어러머가 3위 업체인 바이두와이마이를 8억 달러(약 8521억원)에 인수해 1위 업체인 메이퇀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메이퇀과 어러머의 양강 구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어러머와 메이퇀은 소비자가 모바일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에서 이를 대신 수령해 지정 장소까지 배달해주는 음식배달 서비스 업체다. 중국에서는 매우 일상화한 서비스로 음식배달뿐 아니라 음료, 과일, 의약품 등 생필품의 대리구매 서비스도 제공한다.
중국 내 음식배달 업계는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4월 7174만5000명이던 중국 3대 음식 배달 업체의 월 이용자 수는 6월 기준 8141만6000명으로 두 달 만에 133%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 배달이 거의 불가능했던 샤부샤부(火锅), 생선구이(烤鱼), 오리구이(烤鸭) 등 고급요리도 배달이 가능하고, 배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배달서비스를 적극 활용해 매출 증대를 도모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중국의 배달 문화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일부에선 ‘현지 한국 식당의 배달문화’를 중국 식당들이 따라하며 생긴 문화’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의심 많기로 유명한 중국인 사이에선 낯선 배달부에게 자기 집문을 열어주는 것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한동안 한국,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토록 빠른 배달 업계의 성장은 중국의 인터넷·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정비례한다. 중국의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현금과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이런 전통 지불방식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완벽히 대체했다.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배달앱 사용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현재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 7억 3000만명 가운데 95%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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