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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악재에 질적성장으로 균형잡는 한국 관광시장


중국 관광객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변화함에 따라 업계 대응이 분주하다. 정부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 러시아 등 방한관광객수가 증가하는 신흥 고성장 국가 대상으로 한 다양한 사업과 마케팅 활동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시장 다변화에 치중하기보다는 관광상품 질 향상을 도모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정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방한외래관광객 중 아시아·중동 지역 관광객 비중이 33%로 집계됐다. 2016년 25%에서 8%포인트 증가했다. 그동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비중은 2016년 47%에서 지난해 31%로 줄어 아시아·중동에 밀렸다. 일본 비중도 2016년 13%에서 지난해 17%로 늘었다. 유럽·미주 지역도 같은 기간 15%에서 19%로 확대됐다.

중국에 치우쳤던 방한관광시장 구조가 이처럼 변화한 것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북한 핵실험 등 외교 이슈가 불거지면서 외래관광객수가 급감하는 등 국내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실제로 △2015년 1323만1651명 △2016년 1724만1823명으로 증가하던 전체 외래관광객수는 지난해 1333만5758명으로 전년보다 22.7% 줄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 등이 시장다변화에 힘쓴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한관광시장에 위기감이 감돌면서 한국관광공사는 시장다변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에 주력했다. △시장 다변화 △개별관광객 유치 강화 △고부가 콘텐츠 개발 △지방관광 활성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 초점을 맞춘 인바운드(해외 관광객 국내 유치)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

특히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전략적으로 공략한 것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현지 지사를 설립한 몽골과 카자흐스탄 관광객수가 각각 31.3%, 30.6% 늘었다. 러시아 관광객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의료관광객 수요 증가로 15.6% 늘었다. 베트남과 대만 관광객은 각각 29.2%, 11.1% 성장했다.

방한 인센티브(기업체 포상여행) 다변화 전략으로 지역별로 일본(13.3%↑) 및 아시아·중동(27.0%↑), 유럽·미주(63.9%↑)쪽이 인센티브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체 방한 인센티브 시장도 26.1% 성장했다.


이러한 시장 다변화 추세에 따라 정부는 올해도 다양한 마케팅과 서비스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2일부터 관광통역안내전화 서비스(1330콜센터)를 기존 4개 국어(한·영·중·일)에서 러시아어·베트남어·태국어·말레이인도네시아어 등 신규 언어를 추가해 총 8개국어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올해 첫 인센티브 여행 방한관광객도 중국이 아닌 말레이시아 기업이다. 현지 마케팅 기업 사하지다 하이오 임직원 1200여명이 지난 15일부터 8차례에 걸쳐 서울을 방문했다. 오는 3월에는 인도네시아 업체 임직원 1500여명이 방한할 예정이다. 24일엔 첫 국적 전세기(제주에어)를 활용한 몽골 단체관광객 150명이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도 13억 인구의 인도와 17억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한국관광공사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외래관광객 유치로 연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한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방한 외국인의 수도권 편중 문제 개선과 지방 방문을 장기적으로 확대하는 데도 힘쓴다.

전효식 한국관광공사 국제관광실장은 "사드 등을 계기로 관광시장 체질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방한시장 다변화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방한상품 고급화 및 외래객 지방 분산을 통해 인바운드 관광 시장이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다변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유명 여행사 한 관계자는 "당장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다고 해서 그 빈자리를 동남아 등 타 지역 관광객으로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국에 비해 규모는 물론 지리적 접근성도 떨어지고 의료관광도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조짐스럽게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저가단체상품 등 무분별한 등장으로 업체간 출혈 경쟁이 격화되고 상품의 질은 물론 국가 이미지 저하 등 부작용을 낳았다"며 "철저한 준비없이 시장다변화에 속도를 내다간 지난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방한관광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중국과 일본 등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침체된 시장에 활기가 돌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문제를 원활히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며 "각 업체들도 시간을 갖고 마이스(MICE) 관광 상품, 기업 간 거래 상품, 개별 여행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춘 질높은 상품 개발함으로써 체질 개선에 힘쓸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