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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백조(黑天鹅)와 회색코뿔소(灰犀牛)를 막기 위해 한 일


8일 중국 당국이 양회(两会,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 맞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주최한 ‘경제 고질량 발전’ 기자회견에서 업계 3위 안방(安邦)보험과 민영 최대 석유재벌인 화신(华信)에너지 경영권을 최근 잇따라 박탈한데 대해 처음으로 그 배경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민영기업에 대한 이례적인 경영권 박탈은 블랙스완(예측 못한 위기)을 못 날게 하고, 회색 코뿔소(예상하면서도 간과하는 위기)가 돌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게 당국의 해명이다.

중화권 매체와 서방언론들은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종신집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태자당(太子党·혁명원로 자제)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과 연루된 기업의 경영권을 접수했다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방보험 관련 질문은 두 차례 나왔다. 중국망 기자는 당국의 금융리스크 예방을 언급하면서 금융감독당국이 안방보험을 접수한 걸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경제측면에서 접근한 질의였고, 답변도 경제 각도에서만 나왔다.

그래서일까. AFP 기자는 안방보험과 화신에너지 같은 대형 민영기업에 대한 경영권 접수 같은 일이 왜 발생했는지,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것인지 물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5명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가운데 후샤오롄(胡晓炼) 수출입은행 회장이 주로 답했다. 인민은행 부총재와 국가외환관리국장을 지낸 금융통이기 때문이다. 동석한 당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양웨이민(杨伟民) 판공실 부주임은 후 회장의 설명이 있은 뒤 당국의 금융리스크 억제를 강조하며 부연 설명했다.


“일부 금융지주회사의 경영 과정에서 위법문제가 발생했다. 거대한 잠재리스크를 만들었다. 시장환경 감독환경 정책환경 변화에 리스크가 드러나게 돼 있었다. 이 리스크는 시장 전염성이 크다. 적기에 제거해야 했다. 이런 리스크가 큰 금융그룹에는 레버리지(부채비율)가 매우 높고, 자산형성 과정에서 대량의 채권을 발행하고, 무절제하듯이 채권을 발행하는 특징이 뚜렷했다. 법인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정상이 아니었다. 주주이든 경영진이든 모두 문제가 있다. “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대한 리스크 방지와 해소를 강조한 대목에서 그림자금융 인터넷금융과 함께 금융지주회사를 감독관리 강화 대상으로 지목했다. 보험당국은 안방보험에 대한 경영권 접수를 2월 23일 발표하면서 창업자 우샤오후이(吴小晖) 전 회장을 경제범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상하이 인민검찰원 제 1분원은 우 전 회장을 불법자금 모집과 배임횡령 혐의로 상하이 제1중급 인민법원에 기소했다.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덩샤오핑(邓小平) 외손녀 사위(현재는 이혼한 것으로 전해짐)로 알려진 우 전 회장은 태자당 등 최고층 인사들과의 '관시'(關係)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이들 기구는 경영과정에서 보험사를 자산투자회사로 만들거나 실제 사업하는 회사가 금융회사가 되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들 기구는 덩치가 커 일단 리스크가 발생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다.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일련의 감독 규정과 강력한 조치를 취해 리스크 해소에 나선 것이다. 폭탄을 해체하는 것이다. 블랙스완이 날지 못하게 하고, 회색 코뿔소가 돌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

(안방보험은 포춘이 작년 7월에 발표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처음 진입하면서 매출 607억달러(약 68조 4696억원)로 139위에 올랐다. 2004년 자동차보험 판매로 시작한 안방은 자본금 기준 중국 1위, 자산 기준 3위 보험사에 오를만큼 고성장을 해왔다. 보험사지만 인수합병(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만큼 국내외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 보험 고객만 35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02년 상하이에 설립된 화신에너지는 석유업계 진출 5년만에 3대 국영 석유기업에 이은 4위 업체에 올랐다. 유관부문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창업자 예젠밍(叶简明)회장은 성장 과정에서 상하이 군부세력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난항공을 계열사로 둔 HNA도 본업인 항공보다는 투자회사로 불릴만큼 공격적인 해외 M&A로 주목을 받았지만 당국의 은행 대출 규제대상에 지목돼 자금난을 겪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전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가족과의 연루설이 제기돼왔다.)

양웨이민 부주임도 향후 3년간 돌파해야할 3대 난관중 하나가 중대리스크 예방과 해소이고, 특히 금융리스크가 핵심이라며 지난해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설립한 건 업종을 넘나들며 감독의 헛점을 이용하는 금융지주회사 같은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업종별 감독기구의 감독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