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동양인이지만 중국인들은 우리와 다른 점이 많다. 선의 보다는 주고 받는 거래가 관계의 기본이 된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지만 한번 '관시(관계)'가 맺어지면 강력한 연대를 형성한다. 개인주의적인 성향도 강하다.
과시욕도 특징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고급 상품을 구매해 착용함으로서 자신의 신분을 높이려는 성향이 있다. 성형에 관한 심미관 차이도 이런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않다. '명품백'처럼 성형이라는 것도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된다는 얘기다.
과시욕이 강한 중국인의 특성은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다. 구매를 결정할 때 남들이 알아주는 '브랜드' 인가가 핵심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최근 수년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중국인들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제품이 상품 경쟁력 자체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더라도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오랫동안 중국인들에게 각인된 미국이나 유럽, 일본 제품들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는 독일의 폭스바겐이다. 올해 상반기 브랜드별 중국 승용차 시장 판매 대수 1,2위 기업이 폭스바겐과 중국 기업과의 합작사인 상하이폭스바겐과 이치폭스바겐이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 평가 등에선 현대차가 더 높은 평가를 받지만 중국인들의 브랜드 선호도는 다르다. 한 중국인은 "중국 젊은이들이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사고 싶어하는 것이 폭스바겐 처럼 이름이 알려졌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차"라며 "더 성공한 사람은 고가의 외국차인 벤츠, BMW를 찾고, 이보다 더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싶은 사람은 벤츠, BMW 중에서도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 아닌 해외에서 제조해 수입한 차를 찾는다"고 말했다.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격차도 브랜드 파워에서 희비가 갈렸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토종 브랜들이 약진하는 사이 삼성 휴대폰의 점유율은 지난 2분기 기준으로 0.8%까지 떨어졌다. 브랜드별 순위는 10위권 밖인 12위다. 애플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점유율이 5.7%로 5위다. 토종 브랜드보다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삼성 휴대폰을 사지는 않아도 애플 아이폰은 산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 시장의 높은 벽이 이런 브랜드 파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토종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고,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지원도 노골적이다. 사드 이후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도 예전만 못하다. 분명한 것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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