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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하방 압력에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22일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 (LPR· Loan Prime Rate)를 전달보다 0.05%포인트(p) 낮은 3.65%로, 5년 만기 LPR는 0.15%p 낮은 4.3%로 고시했다. 중국은 1년 만기 LPR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연속 인하했고, 5년 만기는 지난 1월과 5월 두차례 인하한 바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5년 만기 LPR를 모두 하향 조정한 것은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미중 통화정책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우려에도 2·4분기 폭락한 경제성장률과 하방 압력 심화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5년 만기 LPR를 낮추면 개인이 매달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실물경제의 자금조달 비용 축소가 가능하며 개인과 기업의 현금 흐름 압력을 개선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여유가 생기면 소비 활성화도 기대 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2020년 하반기에 시작된 각종 부동산 규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이 더해지면서 하방 압력이 커지자 규제 완화로 선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봉쇄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해 작년 8월 이후 신규 주택 판매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다만 금리 조정만으로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보기엔 힘들다는 진단도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 자본이 부족하고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는 완료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건물의 품질과 입주자 인도가 불확실한 점 △동일한 건물이라면 미래에 더 낮은 가격에 구입할 기대치가 있다는 점 △전염병으로 소득 증가가 둔화되면서 대출 상환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당국은 올 연초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대수만관(大水漫灌· 경작지에 물을 가득 대는 관개법으로 유동성 공급이 지나친 상황을 의미)'식 통화량 확대를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줄곧 밝혔다. 하반기 들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중국도 영향을 받기에 이르면서 이런 기조는 더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0.4%에 그치고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각각 2.7%, 3.8%로 전망치를 밑돌자 다급해진 모습이다. 금리 인하 효과가 실물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적어도 지금까지 지표를 보면 무너진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7월 광의 통화량(M2)는 전년 동월 대비 12% 증가한 반면 대출에 회사채, 보험 융자 등을 모두 합산한 사회융자는 28.6% 줄었다.

싸게 대출받아 기존 대출을 갚거나 돈을 쌓아두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상반기 가계의 은행 예금은 1년 전보다 13%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은 8% 느는 데 그쳤다. 시중에 돈이 오히려 마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7월 신규 주택 가격은 0.9% 하락했다. 2015년 9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부동산 개발사들이 무너지면서 수분양자들이 대출금 상환 거부 운동이 일어나는 등 부동산 경기 회복은 소원해지고 있다.

모든 세부 지표에서 경기 침체를 향해가는 신호가 뚜렷해지자 글로벌 기관들은 중국 예상 성장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최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스탠다드차타드, 골드만삭스, 노무라를 포함해 투자은행들은 중국의 연간 성장률로 2.8~3.5%를 제시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종전 4.4%에서 지난 4월 3.3%로 내려 잡은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목표치로 5.5% 안팎을 제시했지만, 중국 내에서도 이미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대출우대금리(Loan Prime Rate)는?

대출우대금리는 은행이 최우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로 2013년 처음 도입되어 인민은행 산하 전국은행간거래센터가 매달 20일 오전 9시 30분 웹사이트를 통해 LPR 중간가를 발표한다. 1년만기와 5년만기 두 종이 있는데, 1년만기 LPR은 대부분 신규 대출과 미지급 대출, 5년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의 기준으로 적용된다. LPR 중간가 산정에는 모두 18개 은행이 참여하는데, 대형 상업은행 10곳 이외에 시티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외국계 은행 2곳, 텐센트 위뱅크와 알리바바 마이뱅크 등 민영은행, 농촌 상업은행 등 8곳이다. 이들 18개 은행이 자체적으로 공개시장운영 금리, 특히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에 기반해 산정한 LPR을 보고하면, 인민은행이 최저가와 최고가를 뺀 나머지로 평균값을 산정해 LPR 중간가를 발표한다. 그러면 중국의 각 은행들은 신규 대출상품은 인민은행이 매달 20일 고시한 LPR을 기준으로 금리를 정하는데, 기존 대출상품은 그대로 운영하되,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LPR 중간가를 기준으로 금리를 책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