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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선출되지않은 중국식 민주주의가 후진적인가


政策好不好,要看乡亲们是哭还是笑。
최근 시진핑 주석이 한 말 중에 최근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말이다. 구이저우성 쭌이시(贵州省 遵义市)혁명 성지를 참배한 뒤 마을 주민들과의 좌담회에서였다. “당 중앙의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는 마을 주민들이 우는지 웃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웃으면 정책이 좋은 것이고 누군가 울면 주의를 기울여 고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국민이 직접 뽑지 않은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민주선거를 통해 뽑힌 지도자들의 인식이나 말보다 더 ‘민주’적이지 않은가.


중국의 지도자들은 지방이나 사업 단위의 말단부터 시작해 수많은 검증을 거쳐 한 단계씩 올라온다. 지방에서 성공한 지도자들은 중앙으로 진출하고, 될성부른 지도자감은 으레 지방으로 보내 능력을 시험한다. 캐나다 출신의 정치철학자로 현재 칭화대 교수로 있는 다니엘 벨은 이 같은 중국 정치 체제를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능력주의)라는 말로 정리한다. 능력이나 실적(메리트·merit)에 따라 정치적 지위나 보수가 결정되는 사회체제가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다. 벨 교수는 최근 출판한 ‘차이나 모델’에서 중국은 메리토크라시를 통해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었고,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경제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메리토크라시를 서양의 민주주의보다 우수한 거버넌스로 보고 있다.

물론 검증된 지도자들이라고 해도 이들이 도덕적 자질을 갖췄느냐는 별개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 만연됐던 부정부패를 비롯해 중국의 정치 체제 속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들이 바로 이 부분과 연관돼 있다.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의 독점은 부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항상 동원된다. 빈부격차와 환경 파괴, 권력 남용, 인권 탄압 등도 외부에서 가해지는 비판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시진핑 체제 이후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통해 외부의 힘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자정(自淨)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분야도 서서히 중국 나름의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이나 레닌 시대의 공산당이 이미 아니다. 바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에 서양식 민주주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비판하고는 있지만 중국식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제대로 반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펴낸 싱가포르 국립대 정융녠(郑永年) 동아시아연구소장은 민주주의를 ‘1인 1표’의 선거로 단순화하거나 정당이 많을수록 민주적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중국식 민주주의의 특징을 ‘개방적 일당제’로 정리하고 있다. 일당제 내에서도 당내의 민주적 협상과 협조, 때로는 표결을 통해 민주적 기제를 완성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경쟁으로 보고 있다. 경쟁을 통해 인재가 등용되느냐가 중요하지 그 방식이 선거냐 아니냐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긴 선거를 통해서 뽑혔지만 이웃나라에게 계속 아픔을 안겨주는 일본의 아베총리나 대형 여객선 침몰사건이나 전국적 역병사태에서도 굳이 콘트롤타워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의 모나라 대통령 행태를 보면 선거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굳게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