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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증시는 동물시장


熊市(Bear market)
곰은 싸울 때 아래로 내려 찍는 자세를 취한다는 데 빗대 하락장을 베어 마켓(Bear market)이라 부른다.



牛市(Bull market), 疯牛(펑뉴·강세장)
이에 반해 황소는 싸울 때 뿔을 위로 치받는다 하여 상승장을 불 마켓(Bull market)이라 부른다.


鹿市(Red deer)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황소'와 '곰'을 알 것이다. 황소와 곰은 각각 강세장과 약세장을 의미한다. 사슴은 중국 투자가들이 상하이증시를 일컫는 말이다. 주가 변동성이 너무나 높아 마치 사자를 발견하고 당황한 사슴이 숲속을 이리저리 도망쳐 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熊市反弹(Bear market Rally)
약세장을 의미하는 베어마켓(bear-Market)과 상승장세를 의미하는 랠리(rally)의 합성어
약세장 속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반등장세(反謄場勢)를 말한다. 장기불황으로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회복 국면을 맞은 것처럼 잠시 동안 살아나는 현상이다. 대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사면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개월 이상 회복세를 보인다.

杠杆化(레버리지,leverage)는

"지렛대"라는 의미다. 모자란 돈을 빌려서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 방법을 일컫는 것으로 차입금 등 타인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 이익률을 높이는 것을 레버리지 효과(지렛대 효과)라고 한다. 가령 100억원을 투자해 10억원의 순이익을 내면 자기자본 이익률은 10%가 된다. 하지만 자기자본 50억원에 타인 자본 50억원을 더해 10억원의 수익을 낸다면 자기자본 이익률은 20%가 된다.

去杠杆化(레버리지,De-leveraging)
디레버리지는 부채를 줄이는 것이다. 레버리지는 경기가 호황일 때, 디레버리지는 침체일 때 나타난다.

 지난달 12일 최고점(5166.35)을 기록한 뒤 한 달여간 30% 급락했던 상하이 증시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21일 상하이 증시는 급락 이후 14일 만에 4000 고지를 밟았다.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진두지휘 아래 국가대표들이 ‘주스(救市·시장 구하기)’에 나선 결과다. 국가대표들은 일사불란했다.

중국인민은행은 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약속했다. 110여 개 양치(央企·중앙국유기업)를 관리하는 국자위는 주요 국유기업과 대주주의 주식 처분도 6개월간 금지했다. 증감위 산하의 중국증권금융공사(CSFC)는 증시 안정을 위해 2조5000억~3조 위안의 자금을 공급기로 했다. 상장 종목의 절반(1400여 개)은 거래가 중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가가 떨어져도 정부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커졌다”며 중국 증시를 ‘금융 공산주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구자이(股灾·주가 폭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가 국가의 위기로 번지는 걸 막으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 등으로 지갑이 얇아진 중국인에게 증시는 일확천금을 향한 해방구였다.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시장은 ‘비이성적 과열’에 휩싸였다. ‘샤오바이(小白·초보투자자)’의 등장이 과열의 신호였다. 5월 말 현재 중국 내에 개설된 증권 계좌는 2억1316만 개다. 개인투자자는 9196만 명으로 공산당원(8800만 명)보다 많다. 투자자 70%가량이 샤오바이다.

 가장 겁없는 투자자는 주링허우(90后·90년대 출생)다. ‘아침 먹을 돈도 남기지 않고 몰빵(满倉)’했다. 30대인 바링허우(80后·80년대 출생)는 자산 80%를 주식에 쏟아부었다. 2007년 증시 대폭락을 겪은 치링허우(70后·70년대 출생)는 자산의 50%만 증시에 넣었다. 금과 보석을 사들이던 다마(大妈아주머니)도 가세하며 ‘금융 모계사회’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다수(大叔아저씨)가 증시로 몰려들며 ‘주식과부’(股票寡妇)도 속출했다. 이런 단어들이 쏟아지는 건 시장이 벼랑 끝으로 다가간다는 신호다.

 불붙는 시장에는 불쏘시개가 있다. 이른바 ‘티차이구(题材股·테마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개를 내밀었다. 연관어는 상하이와 홍콩 증시의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과 이다이루(一带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다. 정부 정책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정처스(政策市·정책에 좌우되는 시장)’가 낳은 ‘가이거훙리(改革红利·개혁 보너스)’다.

 다른 재료도 있었다. 올 상반기에만 220건에 달했던 기업공개(IPO)다. 투자자는 신규 상장 주식에 열광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설비 제조업체 ‘란스중장비’(兰石重装)가 대표적이다. 란스중장비는 지난해 10월 주당 1.68위안의 최저가에 주식을 발행했다. 상장 첫날 44% 오른 것을 시작으로 2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창팅(涨停·상한가)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다크호스를 뜻하는 ‘헤이마(黑马·예상을 뛰어넘어 급등한 주식)’였다.

 ‘신주 불패’(新股不败) 신화는 붕괴의 전조였다. 대박을 향한 사다리인 동시에 주가 추락을 불러오는 양날의 칼이 됐다. IPO로 자금이 쏠리며 주가는 하락했다. 공모주를 사려고 기존 주식을 처분해서다.

 불길한 조짐에도 탐욕에 사로잡힌 개미는 거세게 돌진했다. 5~6월 광풍이 불었다. ‘펑뉴(疯牛, 강세장)’가 날뛰었다. ‘펑커우상더주(风口上的猪·바람 구멍 앞에 선 돼지)’란 말도 나왔다. 샤오미의 레이쥔(雷军) 최고경영자(CEO)가 말한 “바람 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只要站在风口,猪也能飞起来)”를 변형한 것으로 돼지가 날아오를 만큼의 열풍이었다. 낙관은 환상을 낳았다. 코끼리도 미친 듯이 춤췄다(大象狂舞). 돈이 돈을 벌었다. ‘유첸런싱(有钱任性·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이 인구에 회자됐다.

 빚은 탐욕을 부추겼다.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을 샀다. 신용거래 잔액은 5월에 이미 2억 위안을 돌파했다. 장외 신용융자 거래인 페이쯔(陪资)는 더 위험했다. 융자액은 약 4400억 위안으로 추산됐다. 강력한 위험 신호였다.

 시장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수도꼭지를 튼 자금이 증시로 밀려왔다. 실상은 모래성 위에 쌓은 탑이었다. 이른바 ‘강간뉴스(杠杆牛市레버리지 강세장)’다. 정부가 불법 신용거래를 규제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반작용은 거셌다. 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시장은 무너졌다. 불안과 공포에 투매가 속출했다. 하루에도 급등과 급락을 오가는 널뛰기 장세인 루스(鹿市·사슴 시장)와 허우스(猴市원숭이 시장)가 찾아왔다. 한 달여 만에 증시에서 3억5000만 달러가 증발했다. 펑뉴가 슝스(熊市·약세장)로 돌변했다. ‘구선(股神·주식의 신) 전설’은 신기루였다. 개미투자자는 ‘만창타쿵(满倉踏空·몰빵해 산 종목이 오르지 않는 것)’을 되뇌었다. 인생 최대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은 ‘가오웨이젠창(高位建倉·고점에서 주식을 산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거러우(割肉·손절매)’가 횡횡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투자자는 자살을 택했다. ‘아이훙볜예(哀鸿遍野·유리걸식하는 피난민이 가득한 상황)’였다.

 그러자 깜짝 놀란 국가대표들이 고삐를 세게 쥐었다. 미친 소와 곰을 오가던 시장은 ‘만뉴(慢牛)’로 순해졌다. 시장이 느린 걸음으로 4000 고지를 밟으며 개미는 다시 화색을 찾았다. 증시를 ‘젠캉뉴(健康牛·기본 체력이 튼튼한 상승장)’로 길들여 4500선에 세우는 것이 국가대표들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