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在/秦

투신여성을 말리지않고 쳐다만 본 중국인들

최근 중국 산시성(陕西省) 옌안(延安)시의 한 교량 위에서 한 여성이 다리 아래로 투신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화면을 보면, 이 여성은 투신 직전 다리 바깥쪽 난간을 붙들고 서 있었고 많은 시민들은 주변에서 이를 구경만 하고 있었다.

특히 한 남성은 이 여성이 실제로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지자 큰 소리로 "멋지다(漂亮)", "나이스샷(好球)"라는 감탄사를 터트리기도 했다.
여성은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여성은 교제 중이던 남자가 자신과의 결혼을 원치 않자, 극단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돌리려 이같은 소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영상:
http://v.ifeng.com/news/society/201508/01ce9096-560e-407a-bdc8-648ddfb5e52c.shtml

중국 언론들은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이 구경을 하면서도 생명을 가볍게 던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냉정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대문호 루쉰(鲁迅)은 일찍이 소설 아큐정전(阿Q正传)을 통해 중국 사회에 자리잡은 병폐인 '웨이관(围观)' 현상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웨이관은 자신과 관계없는 사람의 불행을 모른척하고 에워싼 채 구경만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루쉰은 소설 속 주인공 아큐가 공개 처형을 당할 때 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아큐를 동정하긴커녕 처형 장면이 재미가 없다며 아쉬워했다는 표현으로 웨이관 백태를 지적했다. 9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현대판 아큐와 구경꾼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 2006년 발생한 펑위(彭宇) 사건은 이같은 구경꾼들을 대거 양산해내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펑위라는 한 남성이 쓰러진 할머니를 도와 병원에까지 데려다주는 선행을 베풀었으나 오히려 가해자로 지목돼 소송으로 이어졌던 사건이다. 중국의 사회·도덕 수준을 50년 퇴보시켰다는 비난을 받으며,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웨이관 논란은 올해 2월 멍루이펑(孟瑞鵬) 사건으로 이어진다. 대학교 3년생 멍루이펑은 물에 빠진 2명의 아이를 구하고 의로운 죽음을 맞이해 중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아이들 엄마가 배상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의 부주의로 책임을 돌리면서 의로운 희생의 진실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이후 제2의 펑위와 멍루이펑이 되지 않기 위해 수수방관하는 구경꾼들이 늘어나면서, 중국 사회에서 선행을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더 이상 보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 중인 중국을 향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주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일부인의 시민의식 개선이 어느때보다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