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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당국 해외관광객 현금인출 제한


중국 외환당국이 해외로 출국한 중국인의 현금인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9월 29일 북경청년보(北京青年报)는 중국 외환관리국이 최근 인롄(银联/ Union Pay)에 해외 현금인출 관리강화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6년부터 중국인은 해외에서 예금인출 한도가 연간 10만 위안으로 제한된다. 또 이달부터 12월 31일까지는 총액 5만 위안(925만 원)으로 제한된다.

인롄카드는 2002년 중국 200여개 은행이 연합한 국영 카드사다. 중국 카드시장의 99%를 독점하고 있다. 세계 150개국에서 결재가 가능하다.

이전까지 인롄카드는 사실상 총액제한이 없었다. 해외 예금인출시 카드당 하루 1만 위안, 연간 360만 위안으로 제한됐으나 한 사람이 카드를 여러 장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총액제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중국 당국은 자본의 해외이탈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8월 공안부에서 전국 지하금융기관을 급습했고, 외환관리국은 9월부터 대규모 외환거래에 대한 관리강화와 자본유출 규제에 들어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오는 10월 15일부터 은행들에 선물환 거래액의 20%를 중앙은행에 지급 준비금으로 1년간 유치하도록 하는 선물환 규제를 단행했다.

중국 자오상증권(招商证券) 투자전략가 쑤페이펑(苏沛丰)은 당국이 자본유출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면서 “최근 두 달 간 자본유출이 계속되면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했다. 여기에 인민폐 약세가 예상되자, 당국은 행정적 수단을 동원하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가 중국의 황금연휴인 10월 1일 국경절부터 시작된 것은 중국 당국의 다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쑤페이펑은 중국과 홍콩의 경제에 영향이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중저가 시장에는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장품과 선물용 상품, 시계나 보석류 등 고가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당국은 이번에 중국인의 해외여행과 소비 감소를 기대하는 것 같다. 돈 쓰고 싶으면 한국·일본 가지 말고 국내에서 쓰라는 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국내여론은 대체로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광저우(广州)시민 천(陈)모씨는 “내가 번 돈도 내맘대로 못쓴다. 돈 들고 놀러가는 것도 번거로워졌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홍콩과 중국을 오가는 사업가 리(李)모씨는 “인롄카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원하는데다 환전없이 해외에서 바로 인출할 수 있어 편리했다. 예전에 홍콩에서 계약금으로 10만 홍콩달러를 지불하고, 인롄카드 6장으로 이틀동안 현금을 마음대로 인출해 쓴 적도 있었다. 귀찮긴 해도 지하 금융기관을 거치면 되니까 (현금을 많이 뽑을 수 있어) 자주 이용했는데, 이제 이 방법도 막혔다. 중국에서 번 돈을 꺼내 쓸 수 없으니 오히려 돈을 더 빨리 빠져나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중순 갑작스런 위안화 폭락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됐다. 외환보유고는 4개월 연속으로 감소했고 8월 말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939억으로 줄었다. 중국경제가 역대 최대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불룸버그 통신은 8월 한달에만 무려 1416억6천만 달러의 뭉칫돈이 중국에서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전달 1246억2천만 달러를 넘어선 수치였다. 9월 한 중국 경제보고서에서는 8월 유출된 자본을 178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홍콩 헝디(恒地)그룹 영업부 린다민(林达民) 사장은 “위안화가 한 번 더 절하된다면 중국인은 위안화를 몽땅 인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것이다. 홍콩의 고급주택이 가장 유력한 투자처다”라고 말했다. 29일 청쿵그룹(长实地产) 궈즈웨이(郭子威) 투자부분이사는 “10월 황금연휴기간 고급 아파트 단지를 보겠다는 중국 고객 300팀을 초청하기로 했다. 주로 광저우와 선전(深圳)에서 온다”고 밝혔다.

선전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호화쇼핑객은 저마다 노하우가 있다. 지하금융을 거치지 않고 홍콩으로 돈을 옮기는 방법은 많다. 특히 호화 쇼핑객은 대부분 홍콩 신분증이 있거나 홍콩에 회사를 갖고 있어 이미 많은 자본을 홍콩으로 옮겨놓은 상태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에 거리낌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위안화의 불안정 역시 자본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중국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장기적으로 평가절하될 근거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다국적 대형은행에서 위안화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다이와(大和)증권의 라이즈원(赖志文) 애널리스트는 올해 위안화 가치를 1달러당 6.60위안으로 예측했으며, 내년에는 7.5위안까지 떨어진다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금융당국의 대응수단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이후 인민은행은 15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위안화 환율을 지탱하려 했으나 시장개입으로 역효과만 봤다. 제조산업 위축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중국의 해외 현금인출 제한은 마카오에도 불똥이 튀었다. 29일 인롄카드에서 제한조치를 발표하자 마카오 경제는 즉각 휘청했다. 카지오 업체 샌즈(金沙) 주가는 9.3% 폭락하며 마감했고, 은하오락 주가도 7% 급락했다. 쇼핑업계도 울상이다. 마카오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고가 상품 구입시 인롄카드를 사용을 선호한다. 이 중 30%는 현금을 인출해뒀다가 결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