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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금융 규제강화에 나선 중국



중국이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번 타깃은 이재상품(理財商品, Wealth Manage ment Procduct)이다. 2004년 중국에 도입된 이재상품이 역대 최고의 규제안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1.91% 급락했다. 7월12일 진입한 상하이종합지수 3000선대가 다시 무너진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주로 상장한 창업판 지수는 5.45% 떨어졌다.

27일의 중국 증시 풍경은 이재상품으로 대표되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규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림자금융 규제가 자산거품 방지에 도움이 되지만 자칫 금융시장 불안과 중소기업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 중국 증시에선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가 이재상품의 주식투자를 제한하는 등 이재상품에 대한 역대 최고의 규제안을 마련했다는 현지언론의 보도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재상품이 증시의 주요 자금원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장 마감 후엔 현지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이 은감위의 ‘상업은행 이재업무 감독관리 방법안’을 입수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중국 언론들은 2014년 이후 지지부진해온 이재상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이 의견수렴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순자본 50억위안(약 8500억원)이 안되는 은행이 발행한 이재상품의 주식투자를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자오상(招商)금융에 따르면 중국의 2500개 은행(900개 은행과 1600여개 농촌신용사) 가운데 250개 정도의 은행이 발행한 이재상품만이 주식 투자 자격을 갖게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소은행이 이재상품 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는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서도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점검한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은 공급측 개혁을 강조하면서 (기업의)비용 감소를 위한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증가(인건비 상승폭 제한을 시사) 및 세부담 감소와 함께자산거품 억제가 거론됐다.

중국언론들은 30여명의 중국 최고지도부가 참석한 정치국의 경제운용 회의에서 자산거품을 직접 제기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라며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거품 방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자산거품은 실물경제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리쉰레이(李迅雷) 하이퉁(海通)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산거품은 가격을 왜곡해 대량의 자금이 금융영역에 집중하도록 하고.이는 실물경제의 금리를 높이도록 해 기업들의 실물사업에 대한 투자의욕을 줄이고, 금융상품이나 부동산투자를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상품의 급증이 자산거품을 야기해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신탁회사등이 판매한 이재상품은 2015년말 현재 23조5000억위안으로 중국 경제의 35%를 차지했다. 3년 전 7조1000억위안의 3배가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무디스는 이재상품을 포함한 그림자금융 규모가 54조위안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재상품 규제 강화는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경고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 탈출을 위한 고육지책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민은행은 경기둔화에 대응해 2014년부터 통화완화 정책을 펴왔다. 문제는 통화량은 늘었지만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고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자산거품을 형성했다는 데 있다.

중국 인민은행 성쑹청(盛松成) 조사통계국장은 이달 중순 상하이의 한 금융포럼에서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기업이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비축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협의의 총통화(M1)와 광의의 총통화(M2)간 증가율 차이 확대가 근거로 제시됐다.

현금과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M1의 증가율이 작년 10월 14%에서 6월 24.6%로 급증했지만, M1에 정기예금 등을 포함한 M2의 증가율은 6월 11.8%로 올해 목표치인 약 13%에 못 미쳤다. 유동성 함정은 만기 6개월 이내의 이재상품에 돈이 몰리면서 금융시장의 거품을 조장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같은 만기의 은행간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크게 웃도는 이유이기도 한다.


이재상품이 만들어내는 자산거품과 자금의 단기부동화는 금융리스크 우려를 키운다. 시 주석이 이날 금융리스크 우려에 대한 효율적인 방지와 해소를 함께 거론한 배경이다.

화촹(华创)증권 취칭(屈庆) 채권애널리스트는 “부동산시장 거품이든 금융시장 거품이든 근원은 과거 통화정책의 과도한 완화”라며 “올 하반기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를 기대할 수 없게됐다”고 말했다.

유동성 함정은 중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크기때문에 대공황 때도 유동성 함정을 경고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불황의 돌파구로 재정확대 카드를 꺼낸 이유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재상품 규제로 피해를 보는 대상이 주로 중소은행이고, 이들이 바로 중소기업의 주요 자금줄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은행 대출이 국유기업에 편중된 금융시스템은 중소 민영기업들과 부실 국유기업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하는 은행의 이재상품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도록 했다. 이재상품과 같은 그림자금융도 나름 순기능을 해온 것이다.

중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이 27일 상무회의에서 영세기업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전개해야한다며 영세기업 융자난 해소에 주력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그림자금융 규제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자금난을 해소하는 방안 찾기에 나선 형국이다. 그림자금융 자체보다 그림자금융 규제가 리스크를 키울 것이라는 진단도 그래서 나온다.

이재상품과 함께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으로 꼽히는 P2P(Peer to Peer, 개인대 개인)대출 규제 강화 역시 중소기업 자금난 심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그렇다고 그림자금융을 방치하게되면 이로 인한 자산시장 거품이 위험수위에 이를 수 있다. 이재상품과 P2P대출을 통해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대거 흘러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최근 P2P를 통한 주택 구매 계약금 대출을 금지시켰다.

인허(银河)증권의 줘샤오레이(左小蕾) 수석총재고문은 “현재 금융시장의 최대 리스크는 실물경제와의 괴리”라며 “은행 증권 보험 등이 전통적인 업무보다 투자은행과 그림자금융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은감위 뿐 아니라 증권과 보험감독당국도 최근 감독 강화에 나선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그림자금융이 떠받쳐왔던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리쉰레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금융 규제로 인한)투자자의 기대 변화는 부동산이나 증시 급락 같은 엄중한 후폭풍을 야기에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산거품을 억제할 때 장기적인 문제를 단기에 해결하려고 들면 안된다며 감독 당국에 높은 수준의 규제 기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이재상품에 대한 규제가 2008년부터 시작됐지만 규제 수준을 점진적으로 높여온 이유다. 하지만 느슨한 규제는 자산거품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올 상반기 중국에서 개인 부동산 신규대출은 2조3600억위안으로 2015년 상반기(1조1100억위안)의 2배를 웃돌았다.

리쉰레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수준에 있는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6월 5000대에서 현재 3000 전후로 내려온 상태다.

중국 당국이 이재상품으로 대표되는 그림자금융을 규제하면서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묘수를 찾아낼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