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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중국 부호들의 소비

중국 GDP가 고성장하면서 중국에서는 조 단위 부자들이 매년 등장한다. 중국은 지금 경제 규모로 G2일 뿐 아니라 부자 수에서도 세계 2위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지난해에 무려 2459만대가 팔렸다. 미국보다 700만대를 더 샀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모두 중국에 몰려들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의 부자들이 2015년에 사들인 전 세계 명품은 1168억달러로 전 세계 시장의 46%를 차지했다.

‘투하오(土豪)’라 불리는 졸부들의 돈 씀씀이도 장난이 아니다. ‘투(土)’란 촌스러움 혹은 몰상식함을, ‘하오(豪)’란 가세가 대단하고 화려함을 의미한다. 와인, 골동품, 미술품, 요트, 경비행기, 명차 등 이들이 손대는 것은 모두 가격 폭등이다. 자동차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신분증인 것은 후진국일수록 더하다. 중국 졸부들은 명차에 목숨을 건다. 그래서 지금 전 세계 명차란 명차는 전부 중국에 있고 전 세계 모든 명차 회사들이 중국 부자를 위한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런데 중국의 자동차 시장에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자동차 번호판이다. 이유는 심각한 매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6년간 연간 20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리면서 대도시의 교통난과 매연이 심각하다. 중국 대도시는 ‘우마이’라고 불리는 독스모그로 시민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고 자동차 보급대수가 500만대가 넘는 수도 베이징은 독스모그 때문에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의 대도시는 매년 발급하는 자동차 번호판 수를 제한하고 이를 경매나 제비뽑기로 배정한다. 차 사기보다 번호판 사기가 더 어렵다. 연간 13만장을 발매하는 상하이의 경우 지난 11월 19일 경매에서 낙찰된 자동차 번호판은 8만8665위안, 약 1507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최근 중국 광둥의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5억4000만원짜리 번호판도 나왔다. ​개혁개방의 1번지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광둥성은 중국 부자들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래서 돈 씀씀이도 장난 아니다. 역대 중국의 부자는 황제로부터 거리가 멀리 떨어질수록 큰 부자인데, 광둥은 지리적으로 베이징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고 해안을 끼고 있어 농민들과 달리 황제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와 교역을 통한 돈벌이가 용이했다. 그래서 광둥은 당나라 때부터 해외 무역의 중심지였고 전 세계 화교의 70%가 광둥 출신이다.

중국의 1000년을 보려면 베이징을 보고, 중국 100년을 보려면 상하이로 가고, 중국 개방 30년을 보려면 광둥으로 가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특히 광둥의 차오산(潮汕) 지역 상인들은 아시아의 유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장사 수완이 좋다. 아시아 최고 부자인 홍콩의 리카싱도 이 지역 출신이다. 중국 역대 최고가 자동차 번호판 5개 중 4개가 광둥성에서 나왔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술 자랑, 힘자랑하면 다친다고 했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돈 자랑’하면 다친다는 말이 딱 맞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외치는 투하오의 부상은 한국의 경제 발전과 유사하게 중국의 빠른 경제 발전과 급속한 사회 변화에 따른 부조화의 산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중국 사회·경제가 변화무쌍하다는 의미도 된다. 그리고 이런 부자들이 중국의 소비 질서를 바꾸고 주도해나간다.

더 이상 중국에서 제조업 중심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통용되지 않는다. 중국 부자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중국에서 돈 벌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