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민법총칙(民法总则)'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불의(不义)를 보고 넘기지 않고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경우 그 민사책임을 면해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규정됐다는 점이다. 중국 '민법총칙'에서는 이를 '호인법(好人法, 착한 사람법)'이라고 명시했다.
호인법에 따르면 착한 사람(好人)이 좋은 일을 하는데도 손해를 받을 경우 수익자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민법총칙 제183조). 그리고 착한 사람이 좋은 일을 하는 때에 피(被)구조자에게 손해를 준 경우에도 법에 따라 민사책임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민법총칙 제184조)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시민이 구조의무를 지지 않는 타인에게 구조 실행을 독려하고 선의의 구조자에게는 필요한 민사 면책권을 부여함으로써, 선의의 구조자에게 구조시의 위험으로부터 심리적 부담을 낮추어 주고 구조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오늘날 중국의 무관심 문화는 사회 어디에서든지 목격할 수 있는 흔한 일이다. 2006년 11월 난징(南京)에서 일용근로자인 펑위(彭宇)는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려고 몰려든 사람들에 의해 쓰러진 한 할머니를 부축해 일으켜 드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도왔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13만 위안(한화 약 2000만 원) 손해 배상 청구였다. 나아가 중국 제1심 법원은 펑위에게 40%의 과실을 인정하여 4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이 사건은 중국 사회에서 사람 간의 불신이라는 깊은 상처를 남기고 '무관심'의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켰다.
2011년 10월 중국 포산(佛山)시에서 두 살짜리 어린아이가 자동차에 치여 쓰러졌는데도 약 6분 동안 17명의 어른들이 이를 보고도 그냥 지나쳐 결국 아이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나와 관계없는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别管闲事 현상은 그 역사가 매우 길다. 다양한 이민족의 침입과 지배가 많았던 중국에서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낭패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라 한다.
중국 대표적 지성인 린위탕(林语堂·1895∼1976)은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이민족의 침입과 부패 관료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와 관련 없는 사람과 사건에 철저히 무관심하고 개입은 절대하지 않는 현상을 한탄하며 내린 결론이라 한다.
한편 중국 공산화 이후 암흑기로 기억되는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시기에 이웃과 동료 간의 비판은 물론 자식이 부모를, 제자가 스승을 고발했던 아픈 기억이 사람 간의 불신의 골을 더욱 깊어지게 하였다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무관심의 사회 분위기는 개혁개방 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개인주의 확산으로 이를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인의 관심을 받으며 새롭게 등장한 중국 판 '착한 사마리아인 법(好人法)'이 '무관심파(派)'들을 모두 물리치고 천하를 재패할 '비급(祕笈)이' 될지 아니면 이름만 요란한 무림맹주로 기억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민법총칙(民法總則)'의 새로운 시도로 그동안 중국인이 보여왔던 무관심을 버리고 따뜻한 관심으로 이웃의 정을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중국이 이번 기회에 '남의 일에 참견 마라'는 '별관한사(别管闲事)' 추방운동을 새로운 호인법(好人法)의 시행과 같이 벌여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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