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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신유통 야심작 허마센성'은 식당?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사인 징둥(京东)에서 물류를 책임졌던 호우이(侯毅)가 2015년 3월 창업한 허마셴성盒马鲜生)이라는 신선식품 전문 매장이 2016년 3월 알리바바에게서 투자를 유치하며 알리바바식 신유통을 대표하는 모델로 등극했다. 이 매장의 특징 중 하나는 알리페이로만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언론은 알리바바의 ‘새 아들’이라고 표현한다.
‘알리바바와 관련 있다’고만 언급해온 ‘둘의 관계’가 공식 확인된 건 올 7월 호우이 최고경영자(CEO) 안내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马云) 회장과 장융(张勇) CEO가 상하이 진차오점에 들르면서다.



마윈의 등장 직후 허마셴성 고객센터에 1000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와 회원 가입을 문의했다고 한다. 중국 언론들의 보도 역시 잇따르는 등 ‘마윈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허마셴성은 현재까지 상하이·베이징·닝보(宁波) 등 3개 도시에 1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2016년 1월 상하이 푸둥(浦东)에 첫 매장 진차오(金桥)점을 연 지 두 달 뒤인 3월 알리바바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유치하면서 알리바바 생태계에 진입했고 중국 언론들은 허마셴성을 마 회장이 주창한 신유통 ‘1호 프로젝트’로 꼽는다.





​​​​​​지난 6월 허마셴성 베이징 1호점 스리바오(十里堡)점이 문을 열었다.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회비는 없다. 허마셴성 앱을 스마트폰에 깔면 된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로만 결제가 이뤄진다. 현금이나 카드는 받지 않는다. 수산물과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이 대부분인데 3㎞ 이내 최장 30분 이내 무료 배송을 내세운다.


매장 곳곳엔 식탁이 있다. 수산물 코너에서 고른 해산물의 조리를 주문하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된 게 눈에 들어왔다. 수퍼마켓과 외식 문화를 결합한 것이다.
중국의 일반 수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할인점 인근에 식당이 많지만 매장에서 산 식재료로 직접 조리하여 바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중국 유통업계에서는 허마셴성이 처음이다.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는 식사하러 오는 고객들로 식탁이 모자랄 정도다. 스마트폰으로 미국 보스턴 바닷가재와 러시아 왕게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도 적지 않다. 단순 쇼핑몰보다는 놀이 장소처럼 보였다. ‘고객은 체험을 소비한다(마윈)’는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20~30대 젊은층이 많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온 가족단위 고객도 눈에 띄었다.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고객의 최대 걸림돌이 품질에 대한 불신인 것을 간파한 접근이기도 하다. 직접 와서 한 번 맛 본 고객은 다시 매장에 오지 않고도 걱정 없이 주문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객은 허마셴성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다. 판매 상품은 생선에서부터 회·초밥·고기와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이 대부분이다. 중국의 신선식품 시장 규모는 1조위안(약 165조원)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는 채 3%가 되지 않는다. 발전 공간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2012년부터 본격화한 신선식품 전자상거래는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4000여 개의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 가운데 순이익을 내는 곳은 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도산하는 신선식품 전자상거래 업체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허마셴성은 점포 앞 도로가 주말마다 교통 정체를 빚을 만큼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영업 개시 반년이 넘은 점포 대부분이 이익을 내고 있다.

매장에는 한 손에 POS(판매시점 정보관리)기를, 다른 한 손엔 바구니를 든 직원들이 바삐 오간다. 아이스크림을 POS기에 긁은 뒤 바구니에 담고 있는 직원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천장에는 궤도를 따라 파란색 바구니가 움직인다. 바구니에 담긴 물건은 포장을 거쳐 주문 후 늦어도 30분 이내 배송을 마친다. 매장 반경 3㎞까지만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집이 너무 먼 일부 고객은 매장에서 3㎞ 되는 지점에서 택배원과 만나 물건을 건네받기도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마셴성 점포가 ‘물류 창고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무료 택배 서비스다. 매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여는데, 앱을 통한 주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할 수 있다.

허마셴성은 해외에서 공수해온 해산물과 새벽에 배송된 채소 등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7월 베이징 2호점 개장 첫날, 한 마리 588위안(약 9만7000원)짜리 러시아 왕게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육류도 호주와 뉴질랜드산 소고기 등 수입산이 많다. 일본·칠레·페루·멕시코·아르헨티나·영국·덴마크·이탈리아·필리핀·태국·한국 등지의 신선식품이 진열돼 있다. 불닭·볶음면 등 한국과 일본의 인스턴트 식품도 눈에 띈다. 알리바바의 B2C(소비자 대상 기업) 쇼핑몰인 티엔마오(天猫)와 손잡고 원산지에서 직접 공동구매해 가격 단가를 낮췄다.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아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경 재배하는 배추 등도 눈길을 끈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콩나물 같은 일반 채소류는 매일 포장지 색상을 바꾼다. 전날 저녁 수확한 것을 새벽에 배송해와, 그날 문 닫는 시간까지 안 팔린 제품은 다시 내놓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진짜 신선식품만 판다’는 ‘신뢰’를 팔고 있는 것이다. 앱으로 주문하는 것과 가격 차이가 없다. 입점 업체로부터 입점비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포장지에 표시된 채소 무게는 대부분 480g를 넘지 않는다. 무게 단위로 채소나 과일을 파는 일반 수퍼마켓과는 달리 포장 기준으로 판다. 무게를 재기 위해 줄을 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자체 브랜드 제품도 있다. 이른바 PB(자체 제작 브랜드) 상품으로, 흰쌀 등이 있다. 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어 상하이 매장에 PB상품이 비교적 많다.

장융 알리바바 CEO는 허마셴성을 둘러본 뒤 “미래의 신유통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빈틈 없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허마셴성은 이 과정의 주요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장 진열대에는 상품을 많이 쌓아 놓지 않고 있었다. 주문이 이뤄지는 대로 어느 상품이 빨리 소진되는지를 수시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제품이 잘 팔려 바닥이 날 것 같으면 곧바로 자동으로 이를 알려 수시로 진열대를 채운다. 고객이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해당 상품의 이력을 확인할 수도 있다.

제품 결제를 100% 온라인으로만 하는 것도 허마셴성의 특징이다. 허마셴성 앱을 깔지 않거나 알리페이가 없으면 결제할 수 없다. 덕분에 회사 측으로선 회원 개개인의 구매 취향을 분석하는 빅데이터를 갖출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원할 만한 신제품이나 자주 찾는 제품의 할인 소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매장 내 제품의 결제를 매장 곳곳에 설치된 계산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출구에 있는 계산대에 줄을 서서 계산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스스로 포장지의 QR코드를 긁어 결제하는 셀프계산대도 준비돼 있다. 하지만 현금이나 카드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게 일부 고객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정부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위안화 관리 조례 총칙 제3조에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위안화를 거부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 900여 명 중 절반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같은 엔지니어라는 사실은 허마셴성이 단순 유통 회사가 아님을 엿보게 한다.

허마셴성은 중국에서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키운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투자해 새로운 유통 모델을 탐색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6일 티엔마오는 베이징에서 허마셴성을 비롯 쑤닝윈상(苏宁云商)·인타이상예(银泰商业)·이궈성셴(易果生鲜) 등과 손잡고 베이징 소비자를 상대로 ‘3㎞ 이상적인 생활 구역’ 계획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허마셴성에서 실험 중인 3㎞, 30분 이내 배송 시스템을 알리바바가 투자한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과도 함께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알리바바는 식품뿐 아니라 베이징 내 수백 개 약국을 연계해 1시간 내 약품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무인편의점 개장도 서두르고 있다.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淘宝) 입점 상인들이 7월 오프라인에서 혁신 상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조물절(造物节) 행사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타오(淘)카페가 대표적이다.

마윈 회장은 허마셴성이나 타오카페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오프라인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확산시킬 신유통 모델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알리바바는 천하에 하기 어려운 사업을 없게 하는 인프라 구축을 회사의 사명감으로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