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중국 항공산업 전망

중국민용항공총국 (CAAC, 민항총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 항공사 수는 28% 증가해 55개사가 됐다. 항공기 수는 2650기로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항공편 이용 여객인원 수는 1982년 400만 명에서 34년 후인 지난해 4억8700만 명으로 늘었다. 10년 전 1억3300만 명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 5억 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중국은 이제 미국(6억5700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시장이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 정도니까 2.6명당 한 명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하늘을 날았다는 통계로 2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비행’이란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1979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항공산업은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불과 6~7년 전 까지만 해도 미·중 간 노선 여객기 승객 중 약 80%는 미국인이었지만 지금은 50% 이상이 중국인”이다.

중국 항공사들도 노선 확장에 적극적이다. 항공 업계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 ‘CAPA Center for Aviation’는 “2006년 중국 항공사가 개설한 대륙 간 노선은 6개 뿐이었으나 지난 3년간 50개가 넘는 새 노선이 개발됐다”고 했다. 2029년엔 미국이 항공기 승객 규모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줘야 할 것으로 봤다. 이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중국 내 이동 수요까지 포함해서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 스케줄은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상하이에 사는 34세 젊은 사업가 셴 핑핑(Shen Pingping)은 “과거에 항공 여행은 사치였고, 성공한 사람만 비행기를 탔다”며 “이제는 일반인도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내 항공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글로벌 역량과 수익성을 갖추지 못한 중국 항공사가 많다. 서구 언론도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90년대 중국 항공사들을 “끊임없는 조종사 실수, 신뢰할 수 없는 유지 보수 및 불규칙한 정부 감독에 시달리는”이라고 표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공사가 중국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중국 항공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싱가포르 기반의 항공 산업 자문단인 ‘Endau Analytics’ 창립자 슈코르 유소프(Shukor Yusof)는 “1996년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중국 항공기 안전 문제를 불안하게 여겨 그 어떠한 항공기도 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리낌 없이 중국 항공사 항공편을 택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안전해 졌다는 얘기다. 2000년대 초 중국은 대규모 산업 개혁에 나섰다. 그 결과 많은 중국 항공사들은 글로벌 수준의 ‘안전한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젠 가장 안전한 항공사 타이틀도 중국 차지다. 중국 민할총국도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규정 중 하나로 중국 기준을 꼽는다”고 자부했다.


중국 민용항공총국(CAAC)은 원래 국영 항공사였다. 1987년 지역별로 에어차이나,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서북항공, 중국북방항공, 중국서남항공) 6개 항공사로 분리됐다. 현재 민항총국은 국가기관인 항공청에 해당하며, 1987년까지 중국 항공사들은 민항총국의 일부였다.

때맞춰 수요도 증가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항공 여객 수요가 그 주인공이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가처분 소득도 늘었다. 돈 좀 있는 중국인은 고속철보다 항공편 이용을 더 선호한다. 해외로 나가는 길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중국인들은 ‘여행 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한다. 중국인 여행객 수는 지난 2015년 33%, 다음 해인 2016년엔 28% 늘었다. 중국 전체 교통량의 7%에 불과하지만 횟수만 따지면 수천만 건이 넘는다. 올해 노동절기간 해외로 나간 중국인도 60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저가항공사 춘추항공

덩달아 저가항공사도 뜬다. 2004년 창업한 춘추항공(Spring Airlines)은 중국 3대 대형 항공사보다 운영비를 35%나 절감했다. 저렴한 항공권이 퍼지면서 저가항공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시장 점유율은 9%, 동남아시아 지역 56%, 서유럽은 40%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항공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일단 수익성 면에서 미국 항공사를 따라가지 못한다. 운항편 횟수만 보면 중국 항공사가 더 우세하지만, 돈은 미국 항공사가 잘 번다. 2015년 기준, 세계 최고 수익성을 보인 항공사 1위부터 4위는 모두 미국 항공사 차지였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은 157억 달러에 달했고, 이 중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한 곳에서만 60억9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반면 10위에 오른 중국 항공사 에어차이나(중국국제항공)의 수익은 10억9000만 달러에 그쳤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운영방식 때문이다. 에어차이나는 약 400대의 항공기와 전 세계 200곳 이상의 취항지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메리칸 항공은 900대 이상의 항공기가 약 350곳에 달하는 취항지를 드나든다. 보잉 747 제트 여객기와 같은 대형 기종 수도 적다. 에어차이나는 9대,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은 21대 보잉 747기를 운영 중이다.

항공기만 많으면 수익이 날까. 두바이에 본사를 둔 에미레이트 항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250대의 항공기를 보유해 중국 항공사보다 적은 수의 기종을 보유 중이다. 취항지도 140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같은 해 15억7000만 달러 수익을 기록해 에어차이나를 제쳤다. 여기에 저렴한 항공권을 무기로 한 저가항공사들 까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에 홍콩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c)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유소프 소장은 “중국 항공사의 성장과 함께 중국 항공기 수의 급증으로,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 홍콩 항공사 순이익은 82%나 날아갔다.

항공기가 오가는 국가 간 협정 문제도 순탄하지 않다. 이 협정은 두 국가 간 오갈 수 있는 상용 항공편 수를 결정짓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0월엔 영국으로의 중국 항공편이 두 배로 늘어났고, 12월 호주와는 아예 무제한 비행 협정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대 여행 국가인 미국과는 협상이 꼬인다. 로이터(Reuters)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부터 미국과 중국 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많지만, 미국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왜 이럴까. 중국 내 공항 인프라가 너무 적은 탓이다. 그래서 중국은 공항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공항을 8개나 새로 지었다. 현재 210여 개에 달하는 공항을 짓고 있지만 330개가 운영 중인 미국보다도 100개 이상 부족하다. 미국 항공사들 역시 내년에 문을 여는 두 번째 베이징 공항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도 연간 승객 7200만 명을 소화할 수 있는 공항에 800억 위안을 추가로 쏟는 등 막바지 개항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당국이 국내 교통망 구축에 항공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명 ‘대도시 거점 노선 운항 방식(hub-and-spoke)’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중국인 대부분은 아직 고속철 이용을 선호한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더 빠르게 날아가도 고속철보다 약속시간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공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탓이다.

숙련된 조종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보잉·에어버스 같은 경쟁력 있는 항공기 제조업체가 없다는 점도 걸린다. 앞으로 20년간 중국은 보잉에서 1조 달러 상당의 비행기를 구매한다. 중국 상업용 항공기 기업 ‘코맥(COMAC)’이 지난해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ARJ21’ 제트 항공기도 순수 중국산은 아니다. 제트기의 날개는 우크라이나 회사 안토노브 스테이트에서, 엔진은 미국 GE에서 설계·생산됐다. 물론 1970년대 출범한 유럽 에어버스도 보잉을 따라잡는데 수년이 걸렸다. 코맥 정도라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성장의 첫걸음은 뗐다.

그래도 중국 항공산업이 세계 1위가 될 거라는 믿음은 굳건하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 때문이다. 재앙 수준의 경제위기만 없다면 중국 항공업계가 맞닥뜨릴 한계는 하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