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4일, 뤄양(洛阳)시의 한 농산물 시장 입구에서 승합차 한 대가 계란을 팔았습니다. 승합차에서 파는 계란은 다른 가게서 파는 것보다 한 근에 4마오(한화 약 70원)가량 쌌습니다. 중국에서는 계란도 저울에 떠서 파는 데 500g이 한 근입니다. 그런데 싼 가격에 이끌려 이 계란을 산 사람들은 집에 가서 요리를 하려다가 기겁을 했습니다. 가짜 계란이었던 겁니다. 계란까지 가짜가 있다니! 중국을 뒤집어 놓은 가짜 계란 사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공해 때문에 식품 안전에 민감한 중국 소비자들은, 돈 몇 푼 벌려고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계란까지 가짜를 만든 파렴치한 인간들이라고, 분노했습니다. 당시 뤄양의 계란 가격은 8개 정도인 한 근에 2위안(한화 약 400원) 정도로 비싼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짜 계란을 만들어 얼마나 벌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혀를 찼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 인터넷에는 가짜 계란 제작 기술이 널리 퍼져 있었고, 제조 방법을 교습하는 교육비는 900위안(한화 약 17만 원)이었습니다. CCTV가 보도한 것을 보면 짝퉁 계란은 해초에서 추출한 나트륨과 탄산칼륨, 식용색소 등을 사용하여 생각보다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계란은 껍데기 색깔은 물론이고 쉽게 흘러내리는 흰자와 동그란 노른자의 질감 등이 육안으로는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서, 계란을 깨서 요리하기 전에는 진짜와 가짜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짝퉁 하면 명품 가방이나 시계 같은 것을 떠올리지만, 중국에는 이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가짜 상품이 널려 있습니다. 가짜 계란만이 아니라 가짜 쌀도 있습니다. 짝퉁을 만드는 수준도 뛰어나서 몇몇 중국 패키지여행 상품 코스에는 짝퉁 전문 쇼핑센터가 들어 있을 정도입니다. 사치품은 물론이고 공산품, 일상 소비재까지 중국은 짝퉁 천국입니다.
전 세계 인구 중에 중국 인구가 제일 많다는 사실을 두고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중국인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중국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짝퉁이 있다.” 중국 하면 짝퉁을 떠올릴 정도가 된 것으로 이는 통계로도 입증됩니다. 2015년 세계 최대 수입시장 미국 세관에서 적발된 짝퉁 상품 중 약 52%가 '메이드 인 차이나'였습니다. 홍콩 제품까지 포함시키면 비중은 87%까지 치솟는데, 홍콩에 별다른 생산 공장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세계 짝퉁의 10개 중 8개는 중국산인 셈인 것이죠.
중국 정부는 짝퉁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하여 매년 3월 15일 소비자의 날마다 짝퉁 상품을 고발하는 프로를 집중 방영하기도 합니다. 가끔 갖가지 짝퉁 제품을 산처럼 쌓아 놓고 폐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습니다.
1조 7700억 달러. 지난 2015년 국제 상업 회의소(ICC)가 발표한 글로벌 짝퉁 제조 시장 규모로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2000조원에 이릅니다. 지난 2008년과 비교해 250% 급증했습니다. 중국 짝퉁 시장의 호황은 그 자체로 글로벌 제조 산업 전반의 막대한 피해를 의미합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짝퉁천국이 되었을까요? 명품 짝퉁이든 공산품 짝퉁이든 짝퉁이 유행하는 데는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명품 가방이든 최신 휴대폰이든 원래 제품과 흡사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한 제조비용이 저렴해야 하며, 짝퉁에 대한 풍부한 수요, 즉 넓은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발전하는 기술력과 저렴한 노동력, 체면치레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가진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짝퉁이 유행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짝퉁 제품이 유행하는 데는 기술이나 시장 측면 못지않게 여러 가지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배경을 보면,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짝퉁에 대한 너그러운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짝퉁을 후진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흔히 기술 수준이 낮은 후진국은 선진국의 앞서가는 기술과 제품을 제품을 베끼는 일이 중국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중소기업이나 후진국이 성장해 가는 보편적 패턴 차원에서 짝퉁 제품 제작과 유통을 해석하면서, 기술 수준이 뒤떨어진 중국 기업이 선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선 제품을 모방하는 짝퉁 단계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짜 공산품 위주이던 중국 짝퉁 열풍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2008년을 전후하여 하나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중국어로 짝퉁은 보통 가짜 모조품이라는 뜻으로 ‘쟈마오(假冒) 상품’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중국에는 짝퉁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이 있습니다. 바로 산자이(山寨)라는 말입니다. 짝퉁을 가리키는 산자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익숙합니다. 한자로 읽으면 ‘산채’인데, 산적이라든가 정부에 대항하여 난을 일으킨 사람들이 산속에 하나의 성처럼 만든 진지나 소굴을 뜻합니다.
산채는 소설에도 자주 나옵니다. 중국 소설 <수호지>에서는 정부에 대항하던 이들이 저항 근거지로 산채를 차리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임꺽정(林巨正)이 청석골에, 장길산(張吉山)이 구월산에 산채를 차리기도 했지요. 이들은 정부에 대항하는 불법 세력일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세상의 억압과 불의에 저항하는 의적이기도 합니다. 이런 산채 개념과 단어를 가져다가 짝퉁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쓰면서 짝퉁은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불법, 비합법, 도둑이라는 의미보다도 기존 질서에 저항한다는 의미가 두드러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2008년을 전후하여 가짜 공산품만이 아니라 갖가지 문화 현상에까지 산자이란 수식어가 붙게 됩니다. 대중문화 현상의 하나로 산자이 문화가 등장한 것입니다. 텔레비전 정규 프로를 모방하여 네티즌들이 산자이 프로를 제작하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건축물을 본뜨기도 하며, 중국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흉내내기도 합니다. 네티즌들끼리 산자이 인민대표를 선출하고 인민대표대회를 열어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법안을 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허난 성의 한 산골 마을에서는 마치 정식 성화 봉송인 것처럼 자신들이 성화를 봉송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설 전날 저녁에 CCTV에서 방영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춘완’(春晚)이라고 하는 오락프로를 모방하여 ‘산자이 춘완’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산자이 문화가 유행하는 것일까요? 첫째는 중국 텔레비전을 통해 주로 전파되는 주류 문화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를 홍보하는 데 치중하면서 대다수 중국인의 정서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설 전날에 방영되는 ‘춘완’ 프로그램에 대항하여 ‘산자이 짝퉁’을 만드는 이유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중국 공산당과 국가 정책, 업적을 선전하는 예능 프로에 저항하면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와 현실을 풍자하는 코미디로 엮은 ‘민중판 산자이 춘완’을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는 현실 비판을 위해서입니다. 민의를 반영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인민대표대회를 대신하여 네티즌이 선발한 사람들로 산자이 인민대표대회를 만든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현실에 대한 불만을 산자이 형식으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네티즌이 운영하는 산자이 인민대표대회 발언을 보면, 이것이 중국 풀뿌리 민중의 마음을 진정으로 대변하는 진짜 인민대표대회이고,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거창하게 열리는 인민대표대회가 짝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자면 대중문화의 하나로서 산자이 문화는 주류에 저항하는 비주류 문화로서, 주류 문화를 풍자하고 비판하면서 대다수 중국인의 마음과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의적들이 정부에 대항하면서 산채를 차렸다면 지금 중국인들은 산자이 문화를 통해 중국 현실과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산자이 문화 현상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모방 속의 저항’이라든가 ‘파괴적인 초순응(超順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산자이 문화를 정의합니다. 그리고 중앙권력의 권위를 풍자하는 반권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고, 대중들에게 오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상의 자유가 없는 중국에서 사상의 금지를 넘어서는 쾌감을 주고 있다면서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합니다. 더구나 산자이 문화의 주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경제적 취약 계층인 젊은이와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볼 때 산자이 문화는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민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산자이 문화 현상이 이런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유명 소설가인 위화(余华)의 경험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위화는 어느 날 길거리에서 자기 책 <형제>의 해적판을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한눈에도 짝퉁 해적판이었습니다. 위화가 노점상에게 이건 해적판이라고 하자, 그 노점상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해적판 아니에요. 산자이예요.” 짝퉁 해적판을 산자이로 부르게 되면서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범죄의식이 사라져 버리고, 좋은 물건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싼값에 제공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합리화만 남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산자이 문화에 대한 비판이 중국에서도 많이 나옵니다. 산자이 문화는 지적 재산권의 침해이므로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대표이자 배우이기도 한 니핑(倪萍)은 2009년 정치협상회의 개막식 날 기자들에게 “나는 산자이 문화가 풀뿌리 문화를 대표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젊은이들에게 분명히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라며 산자이는 표절이기 때문에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주커버그(Martin Elliot Zuckerberg)의 비판은 이보다 더 신랄합니다. 그는 “산자이 문화는 주류 문화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 오히려 숭배이다. 산자이 춘완, 산자이 TV 방송국 등은 모두 CCTV와 같은 국영방송국과 그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숭배”라고 말했습니다. 산자이 문화 현상은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차원보다는 주류가 되고 싶다는 욕망, 주류에 대한 숭배의 표현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주커버그는 이런 맥락에서 산자이 문화의 저항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산자이 문화의 생산과 소비는 주변 집단의 박탈감과 강렬한 신분 상승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중국 산자이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농촌 출신 노동자인 농민공과 농민들인데 이들은 “결국 산자이 문화를 통해 주류 문화에 대한 숭배를 보인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그는 “(중국) 부유층은 해마다 변하는 서구의 명품 소비추세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산자이 증후군을 보인다. 빈부를 불문하고 현대의 전 중국인들이 서방의 방식을 숭배함으로써 스스로를 산자이화 하고 있다.”라며 중국인들이 서구의 명품을 추종하는 모습을 비판합니다.
산자이의 발음기호인 ‘shanzhai’는 영어에서 신조어로 등장했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 무술을 뜻하는 ‘gongfu’가 영어 사전에 등재되었듯이, ‘shanzhai’도 그렇게 될지 모릅니다. 중국에서 산자이 제품은 물론이고 산자이 문화 현상도 당분간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품과 고급 제품을 소비하고 싶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수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산자이 명품을 찾을 것입니다. 돈 많은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명품 소비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런 소비를 모방하고 추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절대적 빈곤 차원이든 상대적 빈곤 차원이든 빈곤 인구의 절대 숫자가 많고,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짝퉁 시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짝퉁을 꼼수 혹은 중대한 범죄 행위로 여기지만 중국인들에게 산자이는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 정도로 인식되고 있고, 오히려 산자이를 중국식 혁신으로까지 치켜세우며 산자이 제품의 필연성과 긍정적 역할을 강조하는 일부의 주장이 먹혀들어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짝퉁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원동력이었고 빠른 시간에 글로벌 기업들을 추격할 수 있는 지렛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말로만 짝퉁 산업을 단속했고 이는 느슨한 규제와 솜방망이 법적처분을 내리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로 알리바바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총 4495건의 짝퉁 피해 사안을 사법당국에 넘겼고, 이중 1184건이 받아들여졌지만 최근까지 형사처분이 결정된 사안은 단 33건뿐입니다. 실질적인 형사처분 비율이 1%도 안된다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더해 처벌의 무게 역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솜방망이 수준입니다. 형사처분이 결정된 33건의 짝퉁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총 44명인데, 이중 37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00만 위안어치의 짝퉁 여성 속옷을 제조한 일당에게 부과된 벌금도 겨우 30만 위안에 불과하다보니 업자들 사이에서는 벌금을 내고 계속 장사를 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인식까지 생겨날 정도입니다.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기업이 디자인과 기술을 그대로 흉내 내 짝퉁 제품을 만들어도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합니다. 중국 정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중국산 짝퉁 ‘루이웨이덩(路易威登)’이 진품이라며 상표권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나이키의 인기 브랜드 ‘에어 조던’을 베낀 중국 ‘차오단(喬丹)’에 대한 고소도 기각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하기 일쑤여서 도중에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동차·스마트폰 같은 대규모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에서 짝퉁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간 정부의 까다로운 품질 검사나 불매운동 같은 뜻밖의 장벽을 만나 세계 최대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 보고도 못 본 척합니다. 중국 샤오미가 애플의 아이폰을 거의 그대로 베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까지 올랐지만 중국시장을 잃을까 염려한 애플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중국의 태도에 더이상 참지 못한 미국은 지난 8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한 다음 지식재산권 공유와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했는지도 조사하게 됩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세계 여론은 중국을 편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지식재산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린 다음 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중국이 이처럼 중요한 미국의 지식재산을 훔쳐왔다고 ‘폭로’합니다. 그의 기고문에 따르면, 미국 산업계가 외국인의 지식재산 절도로 입는 피해 규모는 미국 GDP(20조 달러 정도)의 3%인 연간 600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그 주범(primary culprit)이 바로 중국이라는 것이죠. 로스가 주장하는 이른바 중국의 절도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중국에 들어가서 영업하려는 미국 기업들은 사전 조건에 따라 중국 측과 합작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 합작 법인에서 미국인의 지분은 50% 이하로 설정된다. 즉, 해당 합작 법인에 대한 지배권이 중국 측에 있다. 중국은 합작 법인을 통해 미국의 지식재산(첨단 기술)을 빼낸다. 미국 기업들은 14억 인구의 시장에 접근하는 대가로 첨단 기술을 갖다 바치는 셈이다.
둘째, 주로 중국 국영기업의 자회사인 투자업체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등에서 ‘과학적 약진(scientific breakthroughs)’을 달성한 스타트업을 찾아내 투자한다. 미국 자본시장에서 예컨대 1억 달러 정도로 평가되는 기술업체의 지배 지분을 2억 달러가량에 매입해버리기도 한다. 이처럼 후한 투자의 목적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신기술 획득’에 있다.
이 외에도 8월14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의 ‘사이버 보안’ 법률에도 문제를 제기합니다. 중국의 이 사이버 보안법은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중국에서 영업하며 수집한 유저들의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중국 내에 보관해야 하고, 또한 각종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태의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자료)와 암호화 소프트웨어(encryption software)까지 중국 정부에 넘겨야 합니다. 사실상 핵심 첨단 기술을 중국에 고스란히 내놓으라는 겁니다.
미국의 이런 압력이외에도 중국 정부가 언제까지 이런 산자이 유행 현상을 그냥 놔 둘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짝퉁이 경제활동에 끼치는 심각한 문제점 중의 하나는 창의적인 새로운 개발의욕을 가로막는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지가 중국 산자이 열풍을 소개하면서 서구 제품을 카피하여 수출하는 방식으로는 중국 경제에 더 이상 기적이 일어날 수 없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였습니다. 비록 현재 중국에서 인터넷 분야에서 일어나는 여러 혁신활동, 청년들의 창업열기등에서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흥분하고 있지만 산자이가 보변적인 중국의 사회현상으로 경제활동의 한 축으로 작동하는 한 장기적으로는 중국 사회 전반이 창의적이고 혁신적 의도를 위축시키고 중국 경제와 문화의 활력과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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