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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오카오를 한 달앞둔 중국 고등학교 풍경

​​​​​최근 중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진이 있습니다. 허베이(河北)성 소재 헝수이(衡水) 고등학교 곳곳에 설치된 철창입니다. 감옥을 연상케 합니다.


이 학교는 지난해 6월 치러진 까오카오(高考ㆍ중국 대학입시)에서 지역 수석과 성적 10등 내 최상위권을 휩쓴 소위 ‘명문’이라고 합니다. 스파르타식 공부로도 악명(?) 높다고 하는데요.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과 올 3월 이곳 학생 두 명은 교내에서 투신해 짧은 생을 끝냈습니다. 철창사진을 본 누리꾼들이 “아이들 자살을 막으려고 미봉책을 쓴 것 아닌가. 학생이 공부기계냐”며 강하게 비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륙의 대학입시는 ‘지옥’입니다. 한국보다 심합니다. 작년엔 939만명이 응시했습니다. 호적 문제나 성적 등 여러가지 자격조건을 따지면 입학길이 바늘구멍보다 좁아지는데요. 우리의 ‘인(in)서울’ 격인 베이징 유명 대학 경쟁률은 1000대 1을 넘기도 합니다. 명문대 진학은 특히 경제적 성공과 맞닿아 있어섭니다.

올해 중국의 대학입시인 까오카오가 한달여 앞으로 닥아왔습니다. 우리도 만만찮은 수능 열병을 겪습니다만, 중국은 어떨까요? 일단 시험 자체만을 비교하면 가오카오가 수능보다 한결 힘겹습니다. 우리네 수능은 하루에 결판이 나는 반면 가오카오는 대략 사흘이 걸립니다. 아울러 중국 가오카오는 주관식 시험 비중이 매우 높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백지를 내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무엇보다 시험을 보기 위해 들이는 수고에서 가오카오는 수능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수능은 비교적 집에서 가까이 마련된 고사장에서 치릅니다. 반면 가오카오 응시생들은 자신의 호적이 있는 지방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호적이 서북쪽 간쑤에 있지만 농민공인 아버지를 따라 동남쪽의 샤먼에서 공부하면서 생활하던 학생은 가오카오를 보기 위해 간쑤까지 대륙을 가로질러 갑니다. 이 때문에 매년 가오카오가 있는 시기에는 학교 주변 숙박시설이 동이 납니다. 응시생과 따라온 가족들이 모두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대학은 이들을 위해 체육관을 개방하기도 하는데, 이 모습들이 장관이라 까오카오기간을 스케치하는 언론에 꼭 소개되는 진풍경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떨까요? 수많은 상황과 경우가 있을 테니 단순 비교하기 불가능하겠죠. 다만 최근 중국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소개한 '입시 명문고'의 교육 과정을 보면 가오카오 수험생들의 생활을 미뤄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중국 언론은 '입시 명문고'를 '가오카오뉴샤오(高考牛校)'라고 부릅니다.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학교에 붙이긴 좀 머합니다만,여기서 뉴(牛)는 중국 젊은이들이 멋지다. 쿨하다라는 의미로 붙여쓰는 접두사입니다. 어쨋든 중국의 대표적 '가오카오뉴샤오'는 안후이의 마오탄창중(毛坦厂中), 앞에서도 설명했던 허베이의 헝수이중(衡水2中), 후베이의 황강중(黄冈中)입니다. 이들 학교는 마치 철저한 공정 아래 컨베이어벨트에서 표준품을 찍어내듯이 학생들을 '입시 병기'로 훈련시킵니다. 이들 학교에 대한 중국 언론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돌아가는 팽이가 비틀거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항상 태엽을 팽팽하게 감아놓는 교육을 한다'고 평가합니다. 중국 언론들은 이런 교육 방식을 '격정 교육'이라고 명명했습니다.'격정 교육'의 하루 일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등교는 새벽 5시입니다. 우리의 0교시가 아침 7시 반쯤 시작되니까 마이너스 2교시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운동장에 흩어져서 뭔가를 중얼중얼 암송합니다. "지금은 입시에 미치는 것이 부모님에게 하는 효도의 핵심이다" 내지는 "힘들거나 지치지 않으면 고3의 맛을 모르는 것이다. 목숨 걸고 공부하지 않으면 고3은 헛수고 하는 것이다" 등등의 내용입니다. 좋게 말해 마인드 컨트롤이고, 까놓고 말하면 자기 세뇌를 하는 것입니다.이후 하루 16시간씩 수업을 듣습니다. 점심 겸 낮잠 시간인 1시간만 빼면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강의를 듣고 책과 씨름합니다. 밤 10시에 하교한다고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숙제를 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밤을 꼬박 새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지각이나 조퇴는 애초에 이 학교 사전에 없습니다. 휴대전화는 물론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벌점을 받습니다. 벌점이 일정 수준 이상 쌓이면 바로 퇴학입니다.이렇게 엄청난 수업시간을 이용해 이들 학교는 2학년까지 고교 교육 과정을 모두 마칩니다. 나머지 1년은 어마어마한 양의 문제풀이를 반복합니다. 지금까지 가오카오에 나왔던 모든 기출문제는 물론 1인당 수백 권의 참고서를 공부합니다.


이런 무지막지한 '격정 교육'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허베이 헝쉐이中의 경우 14년 연속 허베이성 까오카오 수석을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해 허베이에서 베이징대나 칭화대에 진학한 학생의 80%가 이 학교 출신입니다. 고득점이라 할 수 있는 가오카오 성적 600점 이상자의 5분의 1을 이 학교에서 배출했습니다.그러다보니 전국 거의 모든 학교에서 앞다퉈 '격정 교육'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올 들어서만 3백 개 넘는 학교 기관과 교육 단체에서 온 4천6백여 명이 헝쉐이中의 교육 방식을 참관하고 비결을 전수 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격정 교육'을 실시한다고 내건 학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대학 입시 풍경이 참 살벌합니다. 치열한 경쟁은 더 독하고, 비인간적이고, 필사적인 입시 방법을 창조해내는 듯합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입시 제도가 과연 어린 학생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