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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코뿔소 한국경제 덮치나

성장률 동력이 꺼져가는 중국 경제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중국에서 과거 일본과 같은 ‘잃어버린 20년’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심각한 불안감은 그림자금융과 기업부채, 부동산 거품이라는 이른바 3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회색 코뿔소의 징조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중국 시장에 한층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차이신 등 중국 경제매체 등에 따르면 P2P 대출업 등으로 불리는 그림자금융은 중국 전역에 투자자가 5,000만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투자액이 2만2,788위안에 이른다. 2015년 3,476곳이었던 P2P 업체들은 최근 금융시장 악화에 당국의 단속까지 겹쳐 1,800곳으로 줄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폭락 여파로 올해 6월 이후에만 243개의 P2P 대출업체가 파산했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9.6%였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그림자금융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79%에 달했고 올 상반기 말 73%를 기록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집권 1기부터 역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부채 문제도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채권 디폴트(채무불이행) 발생 건수와 규모는 각각 24건과 248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49%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산시성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재 국영기업 신장생산건설병단(XPCC)의 산하기관인 제6지부가 만기였던 9개월짜리 채권의 원리금 5억위안(약 825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채권시장에서 투매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군조직이 운영하는 기업이 사실상 디폴트 상태라는 사실이 그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최대 민영 에너지기업 화신에너지공사(CEFC)의 자회사인 상하이화신국제도 21억위안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당국은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를 우려해 지방정부와 은행에 부채와 대출 확대를 지시하고 있지만, 무리한 경기 부양책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중국 경제에 부채 폭탄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중국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36조달러로 27조달러에 머문 신흥시장(중국 제외) 전체 부채 규모를 처음 웃돌았다며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가 신흥시장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를 통해 터져 나와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경제에서 불거지는 위기는 곧바로 한국으로 전염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6%포인트 하락하고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4%까지 추락해 회색 코뿔소 경고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1.2%포인트까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중국경제 전문가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고려하면 중국이 경제위기에 직면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전략을 마련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