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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국경제, 문제는 무역전쟁이 아닌 구조적 부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일단 무역 분쟁에 대한 우려가 다소 잦아들었다. 이제 무역 분쟁의 향방은 오는 8월 22일과 23일 열리는 미중 협상에 달려있는데, 만일 두 나라가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를 하게 되면 11월 미중 정상이 최종 타결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이 타결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그 어느 때보다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발발하기 전에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의외로 실제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중국만 일방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데다 중국에게는 더 이상 미국에 반격할 무기조차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간을 끌어봤자, 중국에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중간선거가 시작되기 전인 11월까지 중국을 몰아붙이는 것보다 확실한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11월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 전까지 무역분쟁을 일단락 짓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무역 분쟁은 사실 중국의 오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덩샤오핑 시절부터 도광양회(韬光养晦, 도광양회란 빛을 감추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한 뒤 은밀하게 힘을 기르는 전략)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망을 숨기고 조용히 힘을 키우는 잔력해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이 미국에 명시적으로 도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 미국이 약한 모습을 보이자, 그 동안의 도광양회 전략을 버리고 돌돌핍인(咄咄逼人, 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전환을 하며 그야말로 거침없이 미국을 밀어붙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시기에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중국은 공식 외교무대에서까지 미국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미국의 경제 모델은 낮은 저축률과 과소비로 간신히 유지되는 지속불가능한 성장모델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의 역린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까지 도전하기 시작했다. 2010년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서울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달러를 대체할 글로벌 기축통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중국에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해 2020년 위안화 자유태환을 실시하고, 위안화 결제를 대폭 확대했다.

흔히 미중 무역 분쟁을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초강대국 미국에게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화 지위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먼저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계속 중국의 도전에 응전을 하지 않는다면 달러화는 크게 위축되고, 그 동안 달러화 기축통화로 누렸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위기를 맞은 것이었다.

처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을 때만해도 양국의 역량에 대해 많은 오판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중국이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막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결과, 미국의 경제력이 중국을 쉽게 압도하고 있다. 중국에게 더욱 불리하게 돌아간 것은 미국이 전세계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자, 중국이 유럽연합과 손을 잡고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유럽연합이 미국과 손을 잡으면서 오히려 중국이 고립되는 형국이다. 1대1로도 상대가 안되는데 미국은 든든한 아군까지 확보한 셈이다.

사실 미중 무역전쟁의 승패가 불분명했던 초기에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상했다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 중국의 역량에 바닥이 드러난 만큼 보다 불리한 협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제 미중 무역 전쟁의 향방은 전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 선거 전에 미중 무역전쟁을 마무리 지을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 미중 무역 협상에서는 중국의 대미무역 흑자 2천억 달러를 축소하는 것을 포함해 8개 요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안에는 중국의 자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는 물론 지난 4월 이후 10% 가까이 하락한 중국위안화 가치를 다시 원래 수준으로 절상하는 문제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면 잠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잠시 동안 잠잠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혹시 이번 무역협상이 타결된다고 해서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거나, 오히려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중국의 경제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중국의 과도한 부채비율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GDP대비 총부채비율은 지난해 말에 260%를 기록했다. 이는 공식 통계일 뿐 실제로는 이미 300%를 넘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총부채비율과 맞먹는 수준으로, 미국도 감당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았던 부채비율을 과연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렇게 과도한 부채비율은 결코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미국처럼 끝내 버블이 붕괴되던가, 아니면 부채비율을 줄이는 디레버리징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버블 붕괴는 중국 경제의 위기로 연결되니까 조심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채를 줄여나가는 디레버리징 과정만 시작되어도 조만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중국 경제의 문제는 부동산 거품이다. 중국의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폭등해 왔는데, 특히 2015년부터 투입된 부동산 개발투자액이 10조 위안(1640조원)이나 될 만큼 천문학적 금액으로 이 때 개발하기 시작한 부동산이 올 연말부터 속속 완공되면 부동산 공급이 폭증할 수밖에 없는데, 이미 주택보급률이 90%로 우리나라의 1.5배가 넘는 중국에서는 과잉공급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는 중국에는 이미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져들었지만 정부 지원으로 가까스로 생존해 나가고 있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너무나 많다는 것. 중국 정부의 ‘묻지마 지원’이 계속된다고 해도 지금처럼 국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는 그런 한계 기업들이 견디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만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이 타결되어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마저 대폭 축소되면 좀비 기업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마지막 문제는 중국에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GDP대비 그림자 금융 비율은 29.6%에서 2016년에는 62%로 늘었는데,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처럼 마구잡이 대출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때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로 다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중국 경제에만 의존한 성장을 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경제 위기의 마지막 성장동력이라던 중국에 의지했던 덕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었지만, 대신 중국 경제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어 중국 경제 상황에 쉽게 휘둘리는 경제 구조가 되고 말았다.

혹시라도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타결한다고 하더라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앞으로 중국 경제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