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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내 소비확대를 통한 내수 주도형 경제체제로 전환 가속화

"102.8%, 95.7%, 101.3%, 109.6%, 90.9%" 총량(丛亮)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15일 중국 경제 현황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숫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내수의 중국 경제성장 공헌도다. 중국 경제 성장이 이미 내수 주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수는 도로, 철도와 같은 인프라와 의료 교육 등 공공서비스의 취약함을 보강하는 식으로 부양할 수 있다. 동시에 소비부양도 내수 주도 경제구조 전환의 핵심이다.

중국은 지난해 소비시장 규모가 5조 4261억달러로 미국(5조 7564억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올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소비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채축소(디레버리징) 정책에 따른 기업 디폴트및 가계 부채 부담 증가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7월 소비 증가율은 8.8%로 전년 동기에 비해 1.6%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밀렸다. 7월 소비증가율로는 최근 4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7월 자동차 판매량이 2% 감소하는 등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올해 들어 7월까지 중국 휴대폰 출고량도 전년 동기 대비 17.3% 감소했다. 자동차와 휴대폰은 판매대수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다.

중국은 수입 확대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명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경제 성장동력 구조를 투자와 수출 주도에서 내수 주도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수입확대는 소비시장 성장과도 맞물려있다. 중국의 중산층이 세계 최대인 4억명을 넘어서면서 수출기지로서 자본재수입에 주력하던 과거 수입구조가 소비재 수입를 더 늘리는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5일 상하이시 정부는 오는 10월 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숙박료를 작년 10~11월 최고 가격을 상한선으로 제한하기로 하는 등 차량호출요금 주차료 등 일부 가격에 대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11월 5일부터 6일간 상하이에서 열리는 첫번재 중국 국제수입박람회를 위해서다. 중국 당국은 이 박람회 기간중 원활한 교통을 위해 상하이시 모든 기업과 기관에 임시 휴가제를 실시하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에 정통한 소식통은 한국이 130여개사를 참여시켜 미국 독일 일본에 이어 4번째로 많다며 중국 유통사업을 철수중인 롯데도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람회측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 퀄컴 등 중국 당국으로부터 주력사업 진출이나 주요 거래 비준을 거부당한 미국 기업들도 참가기업 명단에 올랐다.

수입박람회는 지난해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회 베이징에서 개최한 일대일로(一带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회의에서 개최 계획을 처음 언급했으며 중국이 올해 가장 중시하는 4대 주요 외교무대 중 하나로 시주석이 직접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불거진 이후 중국이 세계 시장으로서 글로벌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상징으로 수입박람회를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17년만에 처음 지난 6월 발간한 ‘중국과 WTO 백서’를 통해서도 수입박람회가 각국 수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세계경제 성장의 신동력을 주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과 WTO 백서’는 중국의 세계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향후 15년 수입규모가 24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연간 1조 6000억달러 수준으로 작년 수입액(1조 8400억달러)보다 13% 적은 규모다. 중국 시장의 허와 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왕빙난(王炳南)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상하이에서 지난 7월 27일 '수입박람회 D데이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입을 주제로 한 첫 국가급 전시행사로 국제 무역역사에서도 획기적 조치이며 세계 경제무역 영역에서도 유일무이하다"면서 "일부 국가의 경제무역 정책의 경향과는 정반대로 대비된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무역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중국 시장의 접근 제한 문제가 이번 수입박람회에서도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등 문화산업이 대표적이다. 문화코너도 있지만 수입박람회에 참가하는 국내 콘텐츠 기업은 중소기업 일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는 물론 대형 영화 드라마 제작사도 없고, 그룹이 참가하는 CJ의 경우 식품에 초점을 맞추고 콘텐츠는 구색맞추기 수준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수입확대를 통한 소비부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7월1일부터 1449개 일용 소비재에 대한 수입관세율을 낮추고, 자동차도 완성차의 경우 20%에서 15%로 내리는 등 수입관세 장벽을 낮춘 게 대표적이다. 지난 7월 9일 수입박람회를 잘 치르고 수입 통관 비용을 낮추는 내용을 포함한 수입 확대 촉진 의견을 내놓은 것도 마찬가지다. 이 의견에서 수입확대 타깃은 민생에 관련된 상품, 서비스무역, 산업 고도화에 필요한 첨단장비, 농산물과 원자재 등이다. 미중 무역전쟁 탓도 있지만 수입확대가 자체 경제성장 동력 구조 전환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보아오(博鳌)포럼에서 주도적으로 수입을 확대해 경상수지 균형을 촉진하고 인민군중 수요가 비교적인 집중된 상품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3월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입을 확대해 산업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양질의 상품 수입 확대가 소비수요를 자극할 뿐 아니라 동종 중국 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세계 1위 수출국인 동시에 세계 2위 수입국이다. 지난해 중국의 수입액은 1조 8420억달러로 미국(2조 4090억달러)의 76.5%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수입 증가율은 13.5%로 세계 수입증가율의 2배에 이른다.


중국 국제수입박람회가 열리는 상하이 훙차오(虹橋) 국가회의전람센터는 9월말까지 모든 공정을 마치기 위한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축구장 33개 크기의 27만㎡ 부지가 기업 전시장으로 채워진다. 참여기업이 늘면서 당초 계획보다 전시면적을 30% 늘렸다. 130여개 국가 및 지역의 기업 2800여개사가 참가한다. 이중에는 글로벌 500대 기업도 200여개사도 포함돼 있다. 한국도 삼성, 현대차, 아모레퍼시픽, 롯데, 농심 등 130여개사가 참가한다.

국가무역투자종합전에는 8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석을 확인했다. 이번 박람회에서 참가 기업들은 100여개 신제품 및 신기술도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계 10여개국 정상과 200여 명의 장관급 인사들도 참석한다. 국내외 바이어는 당초 15만명으로 예상했지만 8월초까지 신청자가 8만여개사 16만여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콘텐츠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중국 수입시장 확대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송사 중국 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한한령(限韩令)을 풀지 않은 상황에서 수입박람회 참가는 의미가 없다"며 "국내 주요 방송사는 한곳도 참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영화∙드라마∙예능 수입에 대한 금지령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한국 참가기업 모집을 대행한 한국무역협회와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대형 게임업체나 영화∙드라마 제작사도 없다. 콘진원이 설치하는 한국 콘텐츠 관에는 만화 전문 출판사 학산 등 14곳이 참여한다. 국내 대형 콘텐츠 기업인 CJ의 경우별도의 콘텐츠관을 내지 않기로 했다. CJ E&M 중국 사업 현지 인력은 최근 4년새 120여명에서 30여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시장에 대한 만리장성만 문제가 아니다. 한국 콘텐츠의 합법적 유통이 단절되면서 되레 한국 예능포맷 표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베이징사무소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 방송콘텐츠 창작성을 높이고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사드 문제 이전부터 방송국의 해외 방송 포맷 수입 제한을 확대하면서 표절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1건, 2014년 3건, 2015년 5건, 2016년 3건에 불과했던 한국 예능프로그램 표절 의심 사례는 지난해 삼시세끼 윤식당 11건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후난 위성TV가 SBS의 미운우리새끼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저작권위원회는 KBS, SBS, CJ E&M 등 주요 방송사 중국 지사 대표들과 포맷 표절 대응 방안을 협의했지만 각사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해 공동 대응을 못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기술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고, 중국 당국도 지재권 보호 강화를 내세우는 만큼 이를 계기로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불법 표절을 이슈화해 공동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레이그 앨렌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회장은 지난 20일 베이징에서 외신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시장접근에 제한된 사례로 정부조달, 농산물, 금융서비스, 클라우드컴퓨팅, 자동차, 통신서비스, 영화시장을 꼽았다. 상품 시장 뿐 아니라 서비스 영역이 적지 않다. 지난 7월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앨렌은 "외자기업이 중국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경쟁을 가로막아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중국측에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렌 회장은 22~23일 방미해 미국과 무역협상을 벌이는 왕서우원(王守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과 지난 15일 면담하는 등 중국측 인사들을 만나고 있다. USCBC는 1973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250여개 미국기업이 회원으로 있으며 대부분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는 페이스북은 지능 첨단장비에 코너를 마련해 VR(가상현실)헤드셋 오큘러스를 들고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페이스북은 올초 샤오미와 VR헤드셋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항저우(杭州)법인 설립이 지난 7월 18일자로 지방정부에 의해 승인됐지만 이 소식이 전해진 24일 중국 중앙정부가 이를 뒤집고 불허하는 일이 발생했다. 2009년 중국에서 철수한지 10여년만에 재진출 발판을 마련하려던 페이스북은 비주력사업을 통해 중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중국 정부 당국이 요구하는 정보 검열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에서 본사와 관련한 일체의 서비스를 철수했던 구글은 수입박람회 문화 콘텐츠관에 입주를 결정했다. 지난 7월 텐센트 위챗을 통해 출시한 인공지능(AI) 게임 등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중국 당국의 검열 방침에 협조하는 식으로 주력사업인 검색도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1400여명의 구글 직원들이 중국 정부 검열을 수용하는 검색엔진 개발에 항의하는 문서에 서명하는 등 내부 반발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구글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중국에서 검색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임박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진출 논란은 인터넷 이용자가 8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터넷 인구를 가진 시장이지만 콘텐츠 영역의 만리장성은 굳건한 중국의 양면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터넷정보센터가 2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8억 200만명으로 작년말에 비해 2968만명이 증가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사용자는 7억 8800만명으로 전체의 98.3%를 차지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무대에서 종종 세계 경제에 공헌하겠다는 의지로 내세우는 수치 중 하나가 향후 5년간 수입규모다. 보아오포럼이 단골 무대다. 지난해 보아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당시 장가오리(张高丽) 상무 부총리겸 상무위원은 8조달러어치를 수입하겠다고 제시했다.

큰 금액으로 비쳐지지만 시 주석 집권 첫해인 2013년 보아오포럼에서 제시한 10조달러에서 20% 줄어든 규모다. 시 주석은 올해 보아오포럼에서 수입확대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미래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이 향후 5년간 수입규모를 낮춘 것은 2015년과 2016년 수입액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탓이 크다. 중국 수입은 그러나 지난해 1조 8409억달러로 15.9% 늘어나며 성장세로 돌아섰고,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수입액이 1조 220억달러로 21% 늘었다.

그럼에도 지난 6월 발간된 ‘중국과 WTO 백서’에서 제시한 15년간 24조달러는 작년 수입 기준으로 보면 크게 낮춰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15년간 작년 수입액 수준으로만 수입해도 이 기간 수입규모는 27조 6135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당국이 향후 수입이 되레 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국산품으로의 대체 영향 때문이다. 중국의 수입확대는 궁극적으로 자국 기업 제품의 품질 제고를 위한 공급측 개혁과 맞닿아있다. 첨단장비 수입 대체를 확대하고, 수입산이 선호되는 식품 역시 경쟁을 통해 토종기업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중국 경제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수단으로 수입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대외경제무역대 국제경제무역학원 추이판(崔凡) 교수는 "중국 경제 경쟁력의 중요 원천은 이미 값싼 노동력에서 거대한 내수시장으로 바뀌었다"며 "일부 상품의 수입 제한은 중국내 생산에 단기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경쟁력 제고에는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소비주도 경제구조 전환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이 기회와 함께 위기도 읽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