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은 엄청나게 많다. 중국 경제가 급부상한 덕분이다.
2015년 현재 재산이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 중국 부자는 430명. 지난해보다 72명이 늘었다.
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앞지른다는 관측도 있다.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은 숨은 알부자들까지 합치면 그렇다는 말이다.
중국 억만장자들은 주로 부동산, 제조업에 손을 대 돈을 많이 벌었다. IT 업종도 실적이 좋았다. BAT라고 해서 검색엔진 바이두,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인터넷 서비스업체 텐센트는 대표적인 중국의 IT 업종이다. 이들 기업 회장들도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억만장자 대부분이 자수성가형인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현대적 의미의 기업의 역사가 그만큼 짧기 때문이다.
2015년 중국 최고 부자는 태양광 에너지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리허쥔(李河君)하너지(河能) 회장이다. 그동안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완다그룹 왕젠린 회장이나 알리바바 마윈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에 처음 이름을 내밀었다. 그는 1968년생으로 불과 마흔 일곱살이지만, 재산은 우리 돈으로 28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5월20일 일어난 주가 폭락 사태로 그는 중국 최고 부자 자리를 왕젠린 회장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하너지 계열사 하너지 박막발전이 24분 만에 주가가 47% 폭락하면서 무기한 거래정지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리 회장도 한순간에 16조원 이상의 재산이 사라져버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태양광 산업이 총체적인 부진을 보임에 따라 하너지 영업실적이 신통찮았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주가 폭락 이틀 전인 5월18일, 리허쥔 회장이 하너지 박막발전 8억주를 담보로 2억 달러를 중국 국유투자회사에서 빌렸다는 점이다.
리 회장이 주가가 내릴 줄 미리 알고 뭉칫돈을 빌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콩 증시를 뒤흔든 건 리허쥔 회장만이 아니다. 가전제품 양판점인 궈메이를 창업한 황광위 전 궈메이(国美)전기 회장은 2004년, 2005년, 2008년 중국 최고 부자로 뽑힌 바 있는 유명 기업인이었다.
그는 2008년 11월 내부자거래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지금 베이징 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곧 풀려난다는 풍문이 돌면서 홍콩 증시가 들썩거렸다.
궈메이 전기는 홍콩 증시 상장사로, 황광위 전 회장은 회사 주식 32.4%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석방 풍문 탓에 주가가 급등해 황광위 전 회장은 앉아서 1조원 가까운 재산이 불어난 바 있다. 하지만 신화통신이 사실무근이라고 보도를 하면서 주가 폭등 사태는 일단 한풀 꺾인 상태이다.
다만 올 11월이면 형기의 절반을 지나는 만큼 내년에는 가석방을 기대할 수는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사상을 계기로 기업인들의 입당을 허용했다. 상당수 민간 기업들은 사내 당조직을 두고 있고, 회장이 당서기를 겸임하는 경우도 있다.
공산당은 경제의 한 축으로 뿌리를 내린 민간기업 역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기업들도 공산당과 손을 잡는 것이 여러모로 사업상 유리하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 민간기업은 태생적으로 서로를 좋아할 수는 없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배를 함께 타고 강을 건너는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부자들에 대한 중국 일반 국민들의 감정은 그다지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부자들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돈을 버는 기업이나 기업인들이야 문제가 없지만 탄광주를 비롯해 권력의 비호를 받아 손쉽게 떼돈을 버는 기업인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부자들이나 기업인들은 사회적 책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청나라 시절 중국 전역의 상권을 장악했던 휘상(徽商/휘주 지방의 상인)이 사치스런 사당이나 호화로운 집짓는 데 돈을 탕진하면서 산업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역사 무대에서 사라진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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