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님, 저는 일을 좀 하고 싶은데, 정말 답답합니다(总理,我想做点事,但是很憋屈)"란 제목의 장문의 편지가 지난 3월 28일'경제관찰보' 에 무려 1,2,3면 도합 3면에 걸친 머리기사로 우하이(吴海)라는 자그마한 호텔체인 오너의 편지가 실렸다. 리커창 총리를 수신인으로 둔 공개서한이었다.
우하이가 운영하는 쥐즈수이징(桔子水晶, orange hotel)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중저가 호텔체인이다. 우 CEO는 베이징 둥청( 东城)구의 정협위원으로서 여러 차례 기업 운영 상의 어려움을 공개석상에서 토로했으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러다 TV방송에서 리 총리가 공상총국을 현장 방문해 행정간소화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선, 용기를 내 총리에게 현실을 실명으로 고발하고자 결심한 것이다. 경제관찰보 역시 우 CEO의 편지 전문을 게재하면서 자세한 배경설명을 같이 실어, 우 CEO의 고발이 공익차원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공개서한은 '정부가 기업에게 잘못한다면, 인민에게 잘못하 는 것이다'라는 주장으로 시작된다. 그런데도 현실은 민영기업은 노비이고, 공무원들은 그들을 부리는 귀족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귀족들이 군림할 수 있는 것은, 관리감독과 법률 조항이 불명확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고, 공공연한 노하우를 대놓고 고발했다. 똑 같은 법규를 관공서마다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오래 전 규정을 고집하는 관공서도 많았다. 민영기업인데도, 호텔을 개축할 때마다 강제로 입찰을 실시해야하는 고 비용구조, 한번 밉보이면 보안을 구실로 공안요원들이 수시로 투숙객 신분검사를 해 손님을 쫓아내거나, 빈번한 소방검사, 엄청난 명절 떡값을 받아내는 관행 등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우 CEO의 공개서한은 중국 기업가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우 CEO에게는 중국 전역의 기업가들로부터 엄청난 지지 이메일이 밀려들었다. '통쾌하다'부터 '눈물이 앞을 가려 다 읽을 수가 없었다'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당연히 보복을 걱정했다.
놀랄만한 것은 정부의 반응이다. 공개서한 발표 54일이 지난 이달 5월 14일 국무원 판공실은 공안부 세무총국 공상총국 위생부 등 기업운영을 관장하는 정부 전 부문 대표들을 모두 중난 하이(中南海)에 불러 우 CEO의 의견을 직접 듣도록 했다. 우 CEO는 행정권력 간소화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도록 시장기능에 맞춰 정부기능을 바꾸되 각 부문의 통일적인 조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공개서한은 중국 기업운영의 음성적 비용구조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를 받는 언론매체가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을 보면, 그만큼 정부의 개혁의지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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