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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세가지 꿈

“나에게는 세가지 꿈이 있다.”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연설을 연상케 하는 문구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는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의 말로 더 유명하다. 시진핑은 틈만 나면 “나는 월드컵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란 세가지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왔다.그러나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한국이라는 아시아 맹주를 넘어서야 한다.

공한증.... 한국인이라면, 또 ​중국인이라면 모두가 익숙한 말이다.
21세기 G2로 세계속에 당당이 서있는 중국은 이제 무서울 것이 없는 나라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도 중국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중국을 무서워 한다. 그러나 그런 중국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이름하여, “한국”, 거기서 파생된 "공한증”은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 사전에 등록된 단어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아시아 제패 희망을 국가대표가 아닌 축구 클럽팀에게 품었다. 중국인들의 염원을 모두 받고 있는 팀이 바로 광저우 헝다(恒大, 광동성 프로축구팀)이다. 그런 헝다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다. ‘13년 AFC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여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겨루게 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축구국가대표보다 더 많은 투자와 그에 비례한 우수한 성적을 걷우어온 헝다가 아시아에서 우뚝 설 영광을 1억명이 넘는 걸로 추산되는 중국 치우미(球迷, 중국의 열광적인 축구 팬을 일컫는 말)와 함께 나눌 기회였고, 헝다가 본거지를 두고 있는 우리 광저우 지사에게도 찾아온 절호의 기회였다.

먼저 축구 참관상품에 관심을 갖는 여행사를 물색하고 상품 개발 지원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우선 모객대상을 선정하고, 상품 광고와 기념품 지원을 약속했다. 미리 준비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지사에 있는 것을 긁어모아 지원을 했고, 치우미(축구 팬클럽) 대상 홍보를 시작했다.

의외의 성과가 나왔다. 단번에 300명이 모객되었다. 한국에서라면 생각지도 못하는 숫자였다. 아시아 축구의 종주국이라 자부하며, 월드컵 때마다 전국을 붉은 색으로 뒤덮는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이지만, 한 지역 연고 프로팀의 아시아컵 조별 예선전에, 그것도 원정경기에 몇 백명의 참관객이 선뜻 나설 수 있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축구팬들의 열정과 냉담 사이에서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13년 3월 12일, 중국 입장에서는 아쉽게도 전북과 1: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한국팀을 제외하면 거칠 것이 없는 광저우 헝따는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고, FC 서울 또한 저력을 발휘하여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이 열리는 2013년 10월은 중국 여행시장이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원래 중국은 국경절 연휴 이후로는 여행시장이 비수기로 접어들게 되는데다가, 2013년의 경우에는 신규로 반포된 중국 여유법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모객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여유법에 맞는 상품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하여 넋놓고 있는 여행사도 속출했다. 또한 이기간은 광저우 상품 교역회가 열려, 세계의 모든 바이어들이 광저우에 집합하는 시기여서, 단체여행객 항공좌석을 구하기 어려울 때이다.

그러나 지사는 사전에 광동성 주요 여행사 4~5곳를 미리 선정하여 상품 개발과 모객 지원을 약속하였다. 항공사들도 중국의 자부심이 걸린 것이라는 생각에 응원단에 대한 좌석 배정에 많은 협조를 해주었다. (항공사 최대 성수기임에도 오히려 항공사 측에서 단체 좌석 배정에 협조해 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영사관의 비자 협조도 큰 몫을 했다. 국경절 연휴가 종료된 후 모객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몰리는 비자에 대한 편의 제공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협조로 협력 여행사의 모객이 순식간에 1천명을 넘어 서게 되었다. 그 외 개별여행객과 별도 단체의 송객을 합하면 3000명 이상이 단 열흘만에 서울로 입국하게 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결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이지만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호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국이 축구에서는 대국이라는 면모를 보여 줄 기회라고 생각했다. 본사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한-중 양국 축구 교류의 우호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입국하는 중국 응원단을 위한 환영 플래카드 설치를 제의했다. 그러나 시간의 촉박성도 있고, 다른 한가지로는 중국인의 축구사랑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온 참관객과 한국내 중국 유학생을 합쳐 1만여명이 결승전 응원석을 점유하게 되었다. 이것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바로 참가할 수 있는 중국인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이 높아 졌음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