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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젠 스맛폰에 즈푸바오를 깔아야 하나

제가 있는 중국 시안의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메이저급 10여개 여행사중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이제 여행업도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어, 작년 중국에서 가장 많은 모객을 한 곳이 온라인 여행사인 C-trip(携程网)인대도 말입니다. 그러면 이들 시안 여행사들은 온라인 마켓팅을 포기하는 것인가요, 이들의 생각은 비싼 써버와 전문 인력을 둬가면서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할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값싸게 활용할 수 있는 웨이보, 웨이신 등 SNS 플랫폼이 있는데, 굳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둘 필요가 없는거지요.

작년 CNNIC(중국인터넷정보센터)의 “중국 인터넷 발전상황 통계보고”에 의하면 2014년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3천만 명 이상이 증가하여, 전 인구의 47.9%인 6.5억명에 달하는데, 그중 모바일 인터넷 접속자는 전체 인터넷 사용자중 85.8% 점유율로 5.6억명이고, 휴대폰 결제기능 사용자 비중은 38.9%라고 합니다. 비록 지역별 격차가 있긴 하지만, 이제 인터넷 활용의 대세는 모바일로 넘어간 것이 사실입니다.

올 춘제시 모바일의 우세를 증명하는 한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중국어로 ′창홍바오(搶紅包)′란 단어가 춘제기간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가장 뜨겁게 달궜는데요.

먼저 홍바오(紅包)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홍바오(紅包)란 우리나라의 세뱃돈과 동일한 개념으로 붉은 봉투를 뜻합니다. 유독 붉은색을 좋아하는(붉은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중국인들의 믿음에서 기인) 중국인들이 세뱃돈이나 결혼식 축의금을 줄 때 '복(福)' '길(吉)' '재(财)' 등의 글자가 적힌 붉은색 종이봉투에 넣어 주는 관습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중국인들의 춘제 풍경은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고(年晚饭), 춘제 특별 방송(春晚)을 시청하거나, 집 밖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것이고 어른들은 아이에게, 성인이 된 자녀는 부모에게 빨간 봉투에 돈을 담아 세뱃돈 홍바오(紅包)를 전달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의 춘제 풍경은 과거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많은 사람이 너도 나도 손에 든 스맛폰을 미친 듯이 흔들어 댔는데 ′모바일 홍바오′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웨이신의 텐센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춘제 하루 전인 18일 하루동안 웨이신을 통한 모바일 홍바오 발송 건수는 10억 1000만 건에 달했고, 설날 당일 저녁 ′홍바오′를 위해 웨이신 가입자들이 스마트폰을 흔든 횟수는 110억 번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휴대폰을 흔들어 대는 모습을 매체에서는 홍바오를 쟁취한다는 뜻의 창홍바오라 부른거죠. 한편 '모바일 홍바오'란 개인이 친구와 지인에게, 혹은 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SNS를 통해 ′홍바오′을 전달하는 신종 문화입니다. 진짜 홍바오가 오가는 것이 아닌 모바일 인터넷과 결제시스템을 통해 돈이 송금되는 것입니다.

모바일 기술이 붉은 봉투(紅包)에 세뱃돈을 담아 주던 중국의 설 풍속도마저 바꾸고 만 것입니다. ′창홍바오′ 열풍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역시 모바일 인터넷의 중요성입니다.

중국 요우커는 이미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시키는 한축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번 춘절때도 명동의 각 쇼핑점, 면세점들을 점령한 것은 이들 요우커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국 요우커들이 아직도 쇼핑을 하고 난 후 대금을 현금으로 치루는 걸로 아십니까? 이제 그들은 주머니에서 현금보따리를 꺼내는 대신 스맛폰을 내밉니다. 바로 알리바바의 즈푸바오(支付宝)를 이용하는거죠. 모바일 결제수단인 즈푸바오는 중국인 5명 중 3명(8억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중국에서 널리 퍼진 대표적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데요. 지푸바오는 중국 요우커들의 해외에서의 막대한 쇼핑결제대금에 착안하여 해외 결제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http://blog.naver.com/goodaylee/220278935506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한국정보통신, KG이니시스와 제휴하여 국경 간 지불결제서비스, 부가세 환급지원서비스 틀을 구축하였고 롯데면세점, 롯데닷컴과 제휴해 온·오프라인 결제를 시작했으며 면세점과 대중교통으로 시작해 성형외과까지 노리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면세점, 항공사, 쇼핑몰은 기본이고 동대문시장이나 편의점, 서울 지하철과 버스도 지푸바오로 마음대로 타고 다닐 수 있지요. 중국은 이렇게 뜀박질하고 있는데 "엑티브엑스를 설치해야하네", 역시 믿을건 공인인증서밖엔 없네"하고 소비자 개인에게 책임회피하는 우리업체들과 그들에 휘둘리는 정부의 창조행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우리는 각자의 휴대폰에 즈푸바오를 깔아야 하는 방법만이 모바일 시대를 쫒아갈 유일한 선택지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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